블리자드 20년, 세 명의 게임광이 만든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 [펌]

작성자아프로만|작성시간12.05.19|조회수332 목록 댓글 2


2011-03-11

 

얼마 전 블리자드의 홈페이지에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48분에 이르는 긴 인터뷰 동영상이죠. 블리자드를 만든 사람들의 육성을 통해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내용입니다. 인터넷으로 보기에는 부담스러울만큼 길다고 느껴지겠지만 이 영상은 48분을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니까요. 우리가 왜 기업을 만드는지에 대한 해답부터 좋은 리더의 자질, 경험 많은 조언자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왜 성공했을까요? 늘 궁금했습니다. 2005년에 마이크 모하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직설적으로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은 왜 블리자드를 좋아하고, 블리자드는 왜 성공했을까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거든요.” 본인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하고 싶어했다는 게임을 가리켜블리자드 스타일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마치 두 눈을 부릅뜬 독수리같은 ‘BMW 스타일이라거나 한없이 미니멀해서 더 뺄 것이 없어 보이는애플 스타일과 비슷합니다. 공산품의 영역이 이들의 손에 가면 예술처럼 바뀌는 거죠. 이들은 대량생산 예술가들입니다. 블리자드는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올려놓은 몇몇 뛰어난 선구자 가운데 하나로 얘기될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저도 제가 읽고 싶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빵집 주인도 자기가 먹고 싶은 빵을 굽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좋아한다고해서 세계 최고의 글쟁이나 세계 최고의 제빵사가 되지는 못합니다. 반면 블리자드는 세계 최고입니다. 48분의 영상이 그 비결 몇 가지를 가르쳐 줬습니다.

 


최고의 인재보다 최고의 팀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는 물론 훌륭한 학생들이었지만 어디서도최고로 인정받는 인재는 아니었습니다. 피어스는 심지어 게임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죠. 사실 애드햄과 모하임도 경험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회사를 만들고 했던 일이 게임을 다른 플랫폼으로 포팅하는 용역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술을 배운 거죠. 언제나 개성있는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한 슈퍼밴드는 사이좋은 밴드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 법입니다. 에릭 클랩튼이 기타를 맡고 로버트 플랜트가 보컬을 맡으면 어떤 음악이 나오겠어요. 반면 이들은 최고의 집합은 아니어도 사이좋은 팀이었고, 다같이 괴상망측한 팀이었습니다. 도중에 새로 충원되던 블리자드 사람들이 내뱉는 한마디들이 놀라웠습니다. “이야, 이건 정말 내 집 같은 곳이야. 여기 오래 다녀야지.” 어바인의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세상을 바꿨지만, 사실 대부분의 잘난 사람들은이야, 이건 정말 쿨한 회사야. 이걸 발판으로 더 좋은 회사에 다녀야지라고 생각합니다.

 


미친 듯이 일하기

 

성공 스토리는 달콤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의 달콤함만 보고 그 뒤의 노력은 좀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입을 통해 나온 얘기는 별로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워크래프트를 만들 땐 일주일에 7일씩 밤을 새며 일했고, 스타크래프트를 만들던 당시 핵심 프로그래머 밥 피치는 단 18시간 쉴 수 있었다고 합니다. 18시간은 아들 가렛이 태어나던 순간이었죠. 이후 키보드 옆에 담요를 깔고 담요 위에 아기를 뉘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다 아이가 깨어나 울면 한 손으로 우유를 먹이며 다른 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저라면 이혼당했을 테지만 피치는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밤을 새워 일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가족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거든요.” 블리자드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그것이 블리자드 가족들의 삶이라고요.

 


나 자신과의 경쟁

 

어느 정도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른다거나, 하고자 하는 일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나면 그 다음에 반드시 찾아오는 적이 있습니다. 매너리즘이죠. 블리자드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경쟁시킵니다. 회사가 작았던 시절에야 모든 개발자들이 여러 프로젝트에 달라붙을 수 있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진 뒤에는 그건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새 게임이 과거의 성공한 게임의 매출을 갉아먹는카니발라이제이션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는 K5가 쏘나타의 매출을 잠식할까 걱정하고, 애플조차 아이패드가 맥북의 매출을 깎지 않을지 주의깊게 지켜봅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매출을 훔쳐가도, 디아블로3가 스타크래프트2의 매출을 떨어뜨린다해도 오히려 그렇게 하라고 부추깁니다. 폴 샘즈 COO우리를 능가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만든 MMO 뿐일 겁니다라고 자신합니다. 최고가 된 뒤에는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어려운 겁니다.

 


좋은 어른을 만나기

 

블리자드의업그레이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1994년의 딜이었습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해가며 직원들 월급을 주던 모하임과 애드햄은 결국 카드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지면서 많은 젊은 사업가가 그렇게 하듯 부모님께 돈을 빌립니다. 각각 2만 달러씩 4만 달러였죠. 그걸로 직원들 월급은 제때 줬지만 모하임은 500달러로 2년을 버텨가며 궁핍하게 삽니다. 사실 팀워크가 다져진 건 이런 경영진의 희생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4만 달러까지 똑 떨어질 때 쯤, 소프트웨어 배급업도 하고 있던 데이빗슨앤어소시에이츠에 매각됩니다.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던 회사의 인수 가격은 무려 675만 달러였습니다. 인수를 결정했던 밥 데이빗슨이 얼마면 되겠냐고 묻자 애드햄이 675만 달러를 불렀고, 그 말도 안 되는 돈에 대해 데이빗슨이알겠다라고 해버린 겁니다. 게다가 데이빗슨은경영도 지금처럼, 개발도 지금처럼, 팀 운영과 근무 방식도 지금처럼 하라아무 것도 손 대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밥은 “우리는 사업을 아는 어른들이고 그들은 창의성으로 넘쳐나는 예술가들이었는데 손을 댈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데이빗슨은 블리자드에게 돈을 벌어다줬고, 블리자드는 게임 만드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사실 데이빗슨은 데이빗슨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회사를 매각했고 경영에만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블리자드의 주인은 이후에도 정신없이 바뀝니다. 데이빗슨이 1996년 시에라온라인과 함께 묶여 CUC인터내셔널에 팔리고, CUC 1997년 부동산 회사인 HFS와 합병해 센던트를 만들었으며, 1998년에는 합병 전 CUC의 분식이 드러나 센던트 주가가 폭락했고, 위기의 센던트는 소프트웨어 사업부였던 시에라온라인을 프랑스 소프트웨어 배급사였던 아바스(Havas)에 매각합니다. 같은 해 아바스는 미디어그룹 비방디에 인수되죠. 하지만 밥 데이빗슨의 원칙은 계속해서 지켜졌고 블리자드 팀은블리자드 스타일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2008년 비방디의 게임사업부였던 비방디게임즈는 액티비전과 합병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바꿉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이제 골방의 세 사람은 세계 최고 게임회사의 전설적인 설립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밥 데이빗슨이 있었고, 아직까지도 블리자드의 COO를 맡고 있는 폴 샘즈가 있습니다. 회사의 문화를 지키는 수호자같은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다시 처음

 

데이빗슨은 이들에 대해그냥 예술가가 아니에요. 그들은 심지어 소비자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사람들이죠라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는 단순하고 강한 원칙은 이상하고 기괴한 캐릭터들로 가득찬 가상의 세계를 잘도 그려냅니다.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그 세계에는 나름의 법칙과 질서, 그리고 매력이 가득 담겨 있죠. 블리자드의 매력은 예나 지금이나블리자드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도 쉽게 흉내내지 못할 겁니다. 마치 디즈니를 어떤 애니메이션 회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것처럼.

 


Categorised as: That's IT


출처- Interpreting Compiler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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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미생각 | 작성시간 12.05.19 블리자드 스케일이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죠. ㅋㅋㅋ 다들 디아3한다고 난리일텐데.. 저는 요새 바빠서 통 못했던 와우나 다시 잡고 싶어지네요. 히히~
  • 작성자생선女 | 작성시간 12.05.20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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