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보낸 두 개의 편지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2.12.18|조회수176 목록 댓글 1

편지 하나..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납니다. 성별, 학력, 지역의 차별 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세상. 어느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어느 꿈은 아직 땀을 더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셨다면,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야 할 세상을 그려보세요.

 

행복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 2002년 대선 전날 노무현 CF "노무편의 편지" 전문

 

 

편지 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대통령별장인 청남대를 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대통령도 쉴 곳이 있어야 한다는 참모들의 만류도 있었고
웬만한 기업총수도 곳곳에 별장이 있는데
국가통치권자에게 별장 하나 있는 것이 뭐 문제냐는
국민여러분의 생각도 알지만
저는 이 별장을 국민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그것은 저 스스로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행사를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했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적인 자신을 죽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 앞에서
저는 스스로 사적인 노무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순국선열들로부터
앞뒤가 바뀌어져 있는 이 나라를
힘 닿는데까지 바로 잡아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개혁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내용이 없는 단순한 구호도 아닙니다.
그것은 앞에 있어야 할 것을 앞에 있게 하고
뒤에 있어야 할 것을 뒤에 있게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익, 집단의 이익은 공익과 나라의 이익 뒤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길게 보면 개인도 집단도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땀 흘리고 사는 사람들은
땀 흘린 만큼 앞자리로 가야 합니다.
집단이기주의를 잘 활용해서 잘못된 권세를 누리는 사람은
그만큼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들은 
그 노력만큼 앞자리로 가야합니다.
사리사욕(私利私慾)으로 혼자만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 또한 일부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대립적이거나 과격하지 않습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
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공정한 룰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희망하는 국민여러분과 함께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시키고
그들 스스로 변화할 때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오늘로 제가 취임한지 53일이 됩니다.
여러분이 경제를 걱정하고 이라크전을
걱정하고 북핵문제를 걱정하는 동안
저는 그런 걱정을 하는 국민여러분을 걱정하며 열심히 뛰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단위를 끊어 가며 집무를 했고
그리고 집무가 끝나도 국정에 대한 많은 고민과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저만큼 힘들게 살고 계실 것을 잘 알기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제가 함께 열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힘이 났습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소신이 자신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저를 흔드는 일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노무현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30년 후퇴한다'라는 생각으로
저에게 고언(苦言)을 서슴지 않는 국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누구 편도 아닙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누구를 미워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편을 드는 자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 마음속에 있는 사리사욕은 미워할지언정 국민을 미워할
수는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소처럼 묵묵히 저의 길을 가면 저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저를 이해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제 대통령별장인 이곳 청남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새벽 5시입니다.
아직은 어둡지만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아침을 봅니다.
여러분과 저가 함께 걱정했던 이라크전쟁은 끝나고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북핵문제는 '전쟁은 안된다'라는 저의 소신이 서서히 결실을
맺어 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가라 앉아 있던 경제도
머지않아 바닥을 치고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청남대 관저 앞에는 부지런한 새 몇마리가
곧 다가올 아침을 알리고 있습니다.


저는 새소리를 들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봅니다.
아빠가 낮에 있었던 일을 아이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깨끗한 대한민국.
배우면 일할 곳이 있고 땀 흘리면 대우를 받는
정정당당한 대한민국.

여자라고 불이익받지 않고 노인이라고 소외되지 않고
장애자라고 불편하지 않는 따뜻한 대한민국.
베풀기 위해 가지고 함께 잘 사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사랑에 찬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국민이 높고 국민보다 애국자가
더 높은 대한민국.

 

날이 밝으면 저는 이 청남대를 국민여러분에게 돌려드리고
청와대집무실로 다시 돌아갑니다.


앞으로 국민여러분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집단의 이기로 보면
참 인기없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국민여러분 마음속에 대의(大義)가 살아 있는 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이 살아 있는 한 저는 주저없이
'행동하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못난 저를 이 시대의 희망으로 보고 있는 양식있는
국민들과 함께 저를 흔드는 사람들까지 가슴에 안고,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나아갈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2003년 4월 18일.
대한민국 새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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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18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던 노무현의 모습과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의 모습이 겹칩니다.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미워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했던 노무현의 모습과 끝까지 신사적인 태도로
    후보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토론하려 했던 문재인의 모습이 겹칩니다.

    노무현은 청남대에서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새벽을 열면서 국민들에게 편지를 썼고
    그는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노무현이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그 길을 이제는 문재인이 다시 이어받겠다 나섰고
    이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20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아침이 밝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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