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신화 이야기] - 반지의 제왕

작성자피콜로|작성시간11.05.13|조회수374 목록 댓글 0

- 가운데 대지” 또는 중간세계 (Middle Earth)는 신화적인 공간- 북구신화의 보고인 에다 (Eddas)


영화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대하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톨킨 (J.R.R Tolkien)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변변한 신화가 하나도 없는 영국의 사정을 감안해서 톨킨이 작심하고 쓴 소설이기 때문에 신화적 영감과 창조성이 듬뿍 배어 있는 작품이다.


작가 톨킨은 1892년에 남아공의 한 광산도시에서 태어나 네 살때 영국으로 온다. 하지만 곧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어렵게 살던 중, 이내 어머니 마져도 병으로 잃게 된다. 나이 12세 때 부터 고아가 되어버린 톨킨은 친척들의 집을 전전하게 된다. 톨킨이 아버지를 잃었을 때 부터 맺게된 프랜시스 신부와의 인연은 오래도록 지속이 되는데, 프랜시스 신부의 주선으로 묵게된 어느 부부의 집에서 톨킨은 자신의 평생 반려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이디스 톨킨이다. 이 둘의 사랑을 알게된 프랜시스 신부의 염려로 둘은 잠시 헤어지지만, 훗날에 톨킨을 재회하게된 이디스는 다른 사람과 맺은 약혼을 파혼하고 톨킨에게 돌아온다. 그후 톨킨은 옥스포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대언어와 신화 등을 연구하며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이상 “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톨킨의 생애를 줄인 요약사이다. 톨킨은 평생을 캐톨릭 신자로 살았던 인물이다. 그의 신앙은 루이스 (C.S. Lewis)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루이스가 기독교 신자가 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이렇게 장황하게 톨킨의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개인사적인 요소가 그의 소설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큰 주제는 바로 “선과 악”이다. 신약성경의 디모데후서 3장 16절을 보면,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라고 쓰여져 있다. 이 구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과 악의 구분을 잘하라는 말도 된다. 이 “선악”개념은 무슨 법률적인 건조한 개념을 뛰어넘는 개념인데, 인간에 대한 관대함과 포용성, 사랑에 대한 깊은 의지와 신뢰, 순수한 정신과 목표에 대한 열망 등을 함께 아우르는 선악의 구분이라고 볼 수 있다.


톨킨에게 있어서 이“선악의 구분”은 영웅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인 것이다. 실제로 1편인 “반지원정대 (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는 주인공인 프로도가 악으로 부터 받는 외부적인 위험에 관한 영화라면, 2편인 “두 개의 타워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는 프로도가 악으로 부터 받는 내적 유혹에 관한 영화라고 평가를 받는다. 톨킨의 영웅은 악으로 부터 받는 외부적인 위험을 불굴의 용기와 투지로 이겨내며, 내면에서 생기는 유혹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소설과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가운데 대지” 또는 “중간세계 (Middle Earth)”는 신화적인 공간이다. 북구신화의 보고인 “에다 (Eddas)”에 의하면,


"예전에는 위에 하늘도 없었고, 밑에 땅도 없고, 오직 끝없는 대양과 안개와 같은 세계가 있었을 따름이며, 이 안개의 세계에는 한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 열 두 개의 내가 이 샘으로부터 흘러나왔는데, 이 냇물은 수원에서 멀리 흘러가면 얼어서 얼음이 되고, 여러 층이 겹쳐 대양을 메웠다.



안개의 세계 남쪽에는 빛의 세계가 있었다. 이 세계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얼음을 녹였다. 증기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이 구름으로부터 이미르라는 서리의 거인과 그 자손 및 아우둠블라라느 암소가 태어났는데, 이 암소의 젖은 거인을 부양했다. 그리고 암소는 얼음에서 흰 서리와 소금을 핥으면서 영양을 취했다. 어는 날 날 암소가 소금이 붙어 있는 바위를 핥고 있는데, 처음에는 사람의 머리칼이 나타났다. 다음에는 머리가 나타나고 사흘째에는 아름답고 민첩하고 힘에 넘치는 전신이 나타났다. 이 새로운 생명은 신이었다. 이 신과 그의 아내가 된 거인족의 딸 사이에서 오딘, 빌리, 베 형제가 태어났다. 그들은 이미르를 죽이고 그의 육체로는 육지를, 혈액으로는 바다를, 뼈로는 산을, 머리칼로는 나무를, 두개골로는 하늘을, 그리고 뇌수로는 우박과 눈에 충만한 구름을 만들었다. 이미르의 눈썹으로는 미드가르드[중간세계]를 만들어 장차 인류의 거주지가 되게 했다."



이 미드가르드가 “가운데 대지”의 신화적인 원형이다. 하지만, 톨킨은 예전에 “가운데 대지”의 기본은 지구이며 “반지의 제왕”의 무대는 유럽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Lune지방은 아시아이며 Harad는 아프리카, Mordor는 발칸반도, Numenor는 아틀란티스, 그리고 샤이어는 영국을 나타낸다고 했다. 


즉, 톨킨의 신화적인 공간은 현실세계를 빗대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북구신화에선 “신들은 물푸레나무를 가지고 한 남자를 만들고, 오리나무를 가지고는 한 여자를 만들어 남자를 아스케라 부르고 여자를 엠블라라고 불렀다. 그런 다음 오딘은 그 두 사람에게 생명과 영혼을, 빌리에게는 이성과 운동을, 그리고 베에게는 감각과 표정이 풍부한 용모와 언어를 부여했다. 그리고 미드가르드를 그들의 거주지로 부여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인류의 선조가 되었다.”라고 서술한다.


일반적으로 신화의 세계를 잘 살펴보면,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특히 하늘신을 숭배한 북방계열의 민족들 사이에는 거의 어김없이 나무에 관한 신화가 있다. 이런 나무들 중에 어느 특정 나무는 하늘신이 대지에 강림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죽어서 대지에 묻혔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가 되는 것으로 숭배되기도 한다. 소위 우주의 나무 (우주수, Cosmo-tree)라고 불리는 나무이다. 즉, 이 우주수는 하늘에 있는 신과 인간을 영적(靈的)으로 이어 주는 연결 축인 동시에 생명을 지탱하는 근원인 것이다. 


북구의 신화에는 이그드라실(Ygdrasil)이라는 물푸레나무가 나온다. 이 나무는 대지의 중심에 있으면서 하늘과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였다. 이 물푸레 나무의 세 뿌리중의 하나는 니플하임(죽은자들의 땅)에, 다른 하나는 요툰하임(거인들의 나라)에, 마지막 하나는 아스가르드(신들의 나라)에 뻗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미드가르드는 바로 요툰하임과 아스가르드 사이에 있는 중간 세계인 것이다. 


단군 신화에도 “신단수”라는 우주수가 나온다. 구약성서에는 에덴 동산 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지혜의 나무”와 “생명의 나무”가 나온다. 석가모니가 그 아래에서 6년간의 정진(精進) 끝에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도 원래 인도의 종교 전통에서는 지혜의 나무이자 신비스런 우주수였다. 이렇듯 우주수에 관한 신화는 어딜 가나 있다. 이런 나무가 “반지의 제왕”에서도 나온다. 그 “곤도르의 하얀 나무”가 바로 이것이다. 이 나무는 이그드라실에 가깝기 보다는 “생명의 나무”에 가까운 나무이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쓰면서 북구의 고대신화를 많이 참고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 소설에 나오는 허다한 지명, 인명 그리고 세세한 인물설정은 고대유럽의 “베오울프 (Beowulf)”설화, 핀란드의 “칼레발라 (Kaleval‎a)” 서사시, “에다”, 그리고 “니벨룽의 반지(Ring of the Niblung)” 등 북구지역의 신화 내지는 설화 등을 많이 참조하였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의 스토리 전개나 중요장면에서의 시퀀스 등은 성경의 신-구약을 아우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소설의 겉 형태는 북구신화에서 많이 빌어오지만, 스토리 전개나 밑바탕에 깔린 주제는 기독교적인 것으로서, 신-구약의 주요 장면들이 각색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소설 및 영화에는 성경적 사건들이 많이 나타난다. 


장자-차자 (Boromir-Faramir)갈등, 스미골의 살인은 카인의 살인에 필적하며, 모리아 산에서의 간달프와 발록의 대결 또한 성경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블랙 라이더들이 강물에 수장된 일이나. 홍수에 의해서 패배한 사루만, 성모 마리아를 연상케 하는 갈라드리엘 등등 성경적인 스토리-텔링이 무수하게 나온다.


우리의 가여운 골룸 (Gollum)은 히브루 말인 골렌(golem)에서 비롯된 말인데, 뜻은 “혼이 없는 몸 또는 육신”이다. 영웅적인 면모는 없지만, 절대반지에 대한 탐욕 때문에 추한 동물로 변해가는 골룸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 같은 장삼이사의 모습일 수도 있다. 프로도와 동행했던 샘과 골룸의 모습은 프로도 자신이 겪을수 밖에 없는 내적 갈등의 양면성이다. 절대반지를 영원히 폐기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순수한 정신과 절대반지에 대한 탐욕 간의 갈등이 샘과 골룸의 모습으로 나왔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프로도와 간달프 그리고 아라곤 세 사람의 모습은 신음하는 종의 모습으로, 예언자의 모습으로 그리고 최후의 승리를 얻는 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 각자의 모습은 바로 "구세주" 그리스도의 모습들인 것이다. 톨킨은 이러한 자신의 구세주관을 세 사람의 등장인물들에게 적절하게 분산시켜 나타냄으로서, 자신의 내레이션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영웅의 모습은 북구신화에는 별로 없는 모습이다. 


즉, 톨킨은 겉모습은 북구신화의 모습을 빌리지만, 내용은 이 북구신화에 없는 요소들을 나타냄으로서 하나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창조 부터 종말이라는 성경적인 주기는 대하신화이야기의 완결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톨킨의 영국형 신화는 북구신화와 기독교신화의 절묘한 혼합형이라고 볼 수 있다.



반지는 둥글다. 둥글다는 것은 어느 곳에서 시작해서 나아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둥글다는 것은 직선처럼 뜨거운 약진이 있는 것이 아니요, 나선처럼 완만한 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원처럼 같은 자리로 돌아 오기를 반복하고 반복하는 인간의 삶은 그래서 무언의 체념내지는 감미로운 무상을 배워 가는 것이리라. 


프로도나 스미골은 원래 낙원에서 행복하게 살던 난쟁이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들 처럼 각자의 몫만큼의 작은 걱정거리들을 갖고 있었을지언정, 한밤중의 불꽃놀이나 황금연못에서의 낚시질로도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고 순간들을 즐길줄 아는 생명체였다. 하지만, 뱀이 사과를 물고온 것처럼, 프로도와 스미골 앞에 "절대반지"라는 것이 손에 들어왔을 때, 그들의 생명체는 탐욕이라는 독에 점점 죽어가는 갈대가 된다. 그들은 낙원에서 추방된다. 그리고 그들은 해산의 고통과 만나게 된다. "탐욕"을 몸 밖으로 내뱉는 해산의 고통을...


프로도와 스미골은 탐욕때문에 운명의 시험대에 서게 된다. 낙원에서의 자기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절대반지"에 쏠린 모든 탐욕들이 싸움을 벌이는 야만의 세계로 던져진다. 그들은 자신이 감당하기에도 무겁고 커다란 굴렁쇠를 숨에 헐떡이며 굴리게 된다. 이제는 그들 혼자만이 그 반지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 자신의 안식과 평화를 얻기위해서는 "절대반지"에 쏠린 탐욕들을 만족시키거나 굴복시켜야 한다. 이런 시험에 이긴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칭호가 있다. 그것은 "영웅"이다.


프로도와 골룸은 영웅이 될 수 있었는가? 결론은 아니다. 프로도는 "절대반지"를 가지고 그 누구도 만족시키거나 굴복시키지 않았다. 프로도는 "버림"으로써 반지를 얻기 이전의 모습 그대로의 그 자신으로 돌아갔으며, 골룸은 죽음으로서 그 자신의 탐욕을 버릴 수 있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들이 힘겹게 굴리던 굴렁쇠를 놓아 버린다. 이것이 보통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왕에게는 올라가거나 지켜야 할 정상이 있으며, 예언자에겐 꼭 와야 할 미래가 있다. 수직이거나 수평이거나 그들의 선은 직선이다. 원은 그들이 전혀 알바가 아니다. "반지의 제왕"은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 이루는 "십자가적인" 구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기 분수 만큼의 굴렁쇠를 굴려야 할 운명인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언의 체념이든 감미로운 무상이든... 그것을 배워 가는 것이리라.



“베오울프”는 고대 영어로 씌어진 최초의 장시로서 작자 미상의 대서사시이다. 이웃 덴마크 왕국의 괴물 그렌델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예이츠족의 베오울프는 뛰어난 영웅적 기개로써 괴물을 퇴치한 후 고국에 귀환한다. 후에 예이츠족의 왕이 되어 나라를 잘 다스리던 중 무서운 용의 갑작스런 침입을 받게 된 그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용과 싸우다 용을 살해하고 그 자신도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칼레발라” 칼레발라는 핀란드를 시적으로 이르는 말로 '영웅들의 나라'라는 뜻이다. 천지 창조의 이야기와 예언자 배이내뫼이넨, 대장장이 일마리넨, 전형적인 협객 렘민캐이넨 등 세 사람이 북쪽 나라 포횰라의 로우히 여왕의 딸에게 구혼하러 가는 이야기이다.


"간달프"는 실제 노르웨이를 통치했었던 왕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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