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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음악 이야기

배다해 목소리와 한국의 대중음악

작성자아프로만|작성시간11.05.06|조회수256 목록 댓글 0






 

◆ 오디션 곡: Think of me 

 



오랜만에 대중음악 CD를 구매하는 것 같다. TV예능프로 덕분에 알게 된 배다해가 보컬로 있는 4인조 연주 걸그룹 바닐라루시(Vanilla Lucy) 발표 1집 앨범

음악성보다는 비주얼이 강조되는 댄싱 아이돌을 보고자 한다면 동영상보기가 제격일 것이고, 음원파일을 다운받아 듣기가 편한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CD로까지 구매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단 한가지 이유, 감상할 만한 소장가치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장가치의 기준은? 희소성이다. 어떤 희소성?

첫째, 음악쟝르’가 ‘크로스오버’ 라는 희귀종이다. 클래식한 관현악에 록 비트 가미된 사운드다. 온통 섹시댄싱 아이돌 일색인 대중음악계에 연주그룹? 게다가 연주하는 여성그룹? 한국에서는 멸종된 희귀종이다.

둘째, 고음역으로 멋지게 스크리밍 질러대는 여성보컬들 외국 팝에서는 흔하다. 한국의 팝에서는 거의 못 본거 같다. 가창력 있다는 여성보컬이라도 "워우우~워어~" '소몰이 창법' 일색들이다. 휘파람은 입술과 치아로 음을 공명시킨다. 그럼, 스크리밍은? 입술이 아니라 목구멍과 성대로 휘파람을 분다고 보면 맞다. 이거 대중가요로 훈련해가지고는 어림없다. 그런데 등장했다. 케이팝에서 스크리밍창법을 구사하는 여성 연주그룹의 첫 앨범이다. 천연기념물급이다.

셋째, 클랙식 성악에 무지한 막귀로 들어도 여느 소프라노와는 확실히 다르게 구분되어지는 독특하게 예쁜 소프라노 음색을 지닌 희귀한 여성보컬 배다해 때문이다. 

성악 발성을 가지고서 무슨 ~xx토 창법이니, ~xx투라 발성법이니 구분하면서 듣고 감상하는 것은 전문가나 애호가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일 뿐, 솔직히 말해서 클래식 성악가창을 자주 감상하는 편이 아닌 나 같은 막귀로는 딱히 어떤 소프라노 가수의 발성과 음색인지 특징을 구분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무척 드문 일이다.

저마다의 각자 목소리 개성이 잘 발현되는 중음역의 대중음악을 즐기는 나 같은 보통의 귀를 가지고서 고음역의 소프라노 가수들 목소리를 식별하기 어려운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각자 다른 사람이 휘파람을 불어도 입술로 부는 휘파람소리는 어느 사람 휘파람 소리이건 다 비슷 비슷해져서 구분하기 어렵듯이, 목구멍으로 휘파람 부는 가성의 고음역대 목소리 역시나 고음으로 갈 수록 비슷 비슷하게 듣기 마련이다.

고음내는 피리는 작은 울림통인 비강(코에서 기도까지 공간)을 공명시키고 (=두성), 중음내는 피리는 비강보다 좀 큰 울림통인 흉강을 공명시킨다 (=흉성). 같은 음역을 담당한 같은 악기라면 공명 소리가 비슷하기 마련이다. 소프라노 가수들 목소리가 일반인들 귀에는 별 구분없이 모두 고운 꼬꼬댁~ 소리로 들릴 뿐 가수별 음색을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비강과 흉강을 고음역의 울림통으로 사용하는 목구멍 피리인 셈이다. 그러한 소프라노 피리들 중에서 일반인들의 막귀로 듣기에도 구분되게 들리는 독특한 음색을 내는 소프라노가 등장했다. 보컬리스트 배다해다.

 

성악을 계속하던 시절의 음색이 어땠는지는 난 모른다 관심도 없고, 중요한 것은 지금 그녀의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을 매료 시킨다는 점이다. 제자리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불안정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 같은 막귀로도 구분이 될 정도로 돋보이는 음색이다. 그래서 희귀하다.

'청아한 목소리' 라는 표현에 나 역시 공감이 간다.
청아한 발성을 내는데 있어서 악기의 재질만큼이나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가 기실 비브라토( 또는 바이브레이션)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곧잘 간과한다.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 가 '청아' 한 게 아니다. 청아한 느낌이란 것은 목소리에서 반향(에코우)효과를 듣는듯한 일종의 환청효과이다. 
조용한 성당이나 목욕탕에서 노래를 부를 때, 그 소리가 천장과 벽에 부딪쳐 돌아오는 그 반향음이 청아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때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비브라토)을 넣으면? 반향음과 상쇄되어 청아한 효과는 감쇄된다.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아무런 반주없이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성당에서 합창이나 솔로를 부를 때 비브라토를 넣지 않고 직선으로 뽑아내는 발성을 한다. 그게 성당 천장과 벽을 울려 되돌아오는 반향음과 어우러져 청아하고 매우 신비롭게 들린다.

반면에 오페라또는 뮤지컬가수가 공연에서 솔로가창을 할 때 마이크의 도움 없이도 그 넓은 홀 공간을 꽉 채우는 파워와 볼륨있는 가창을 증폭시키려 할 때는 청아한 발성이 아니라 음성파동을 극대화시키는 엄청난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한다.

배다해의 노래를 듣는이가 청아하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음색도 물론 음색이지만 그녀가 매우 절제된 비브라토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 방송프로그램에서 보면, 넬라 판타지아를 부를 때, 소프라노 선우는 거의 대부분의 발성 첫 개시부터 비브라토를 구사한다. 반면에 소프라노 배다해는 2절 하일라이트 고음역에서조차 진동없이 직선처럼 목소리를 뽑아내다가 발성 중간이나 끝부분에 가서야 절제된 비브라토를 구사한다 마치 시간차를 두고 되돌아오는 반향음 같은 비브라토이므로 듣는이로 하여금 청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비브라토( 또는 바이브레이션)는 사실 가창발성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구사이다. 호흡량을 고르게 조절해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같은 배기량이라면 비브라토(또는 바이브레이션)를 구사하는 것이 보다 길게 호흡을 유지하는 데 월등히 유리하다. 뮤지컬이나 오페라무대에서 불륨감있게 공간을 꽉 채우는 가창력을 뿜어내는 데에는 소프라노 선우처럼 비브라토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매우 잘 어울릴 수 있다.

그런면에서 절제된 비브라토를 구사하는 소프라노 배다해는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볼륨감 넘치는 배역의 연기를 노래하는 데에는 무척 불리한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배기량마저도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내 개인적 취향은, 절제된 비브라토를 구사하는 청아한 배다해 목소리에 훨씬 더 호감이 간다.

비브라토를 출렁거릴 정도로 과도하게 구사하면 듣기에 거북할 수가 있다. 이른바 목청 좋은 "집사님 찬송가" 발성이다. 탄력 없이 늘어지면 "권사님 찬송가" 발성이 된다. 주로 부흥회에서 분위기 고조시키는 장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코메디 개그소재로도 심심찮게 써먹는다.

개그소재 정도면 애교로 봐 줄만도 하지만,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전투력을 고취하고 적에게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요소 역시나 고음에서의 비브라토 창법이라면 아마도 놀라지 않을 까? 실제로 미군이 월남전에서 사용했다.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의 유명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 초기 장면에 베트콩 마을을 강습하는 미군 헬기에서 확성기로 크게 트는 음악이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에 나오는 곡 '발퀴레의 비행' 이다. 금속성 관악기 연주에 맞춰서 공포의 여신 발퀴레가 강림하는 역할을 고음역의 소프라노가 아주 풍부한 비브라토 발성으로 파동치면서 엄습하듯이 노래한다. 머리칼이 쭈뼛 일어설 정도로 섬찟한 가창이다. 
제아무리 가공할 헤비메탈 사운드와 보컬일지라도 오페라 곡인 '발퀴레의 비행' 이 곡 만큼 가위눌리는 듯한 공포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마치 활로 서양톱을 켜는 톱연주같은 소리 섬찟한 가창이다. 귀성(귀신소리) 은 고음역 소프라노를 비브라토로 증폭시킬 때 연상되지기도 한다.

바이브레이션을 풍부하게 사용해 목청 꺽어 돌리는 구성진 창법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조차도 클래식 성악 가창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양분되는 이유는 대중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고음을 마치 진동처럼 증폭시켜주는 이질적인 바이브레이션 발성에 대한 잠재적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한 바이브레이션 창법을 쓰는 가수 조영남의 가창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몸에서 두드러기 난다고 할 정도로 듣기 거북스러워 하니 말이다.

청아하다는 목소리는 이렇듯 극단적으로 선호도가 양분되는 클래식과 대중가요취향 양쪽 모두로부터 이질감이나 거부감 없이 먹혀드는 매력이 분명 있다. 그런데 히안하게도 한국에서 팝페라나 크로스오버적인 중간장르는 멸종지대이다. 왜 그럴까? 

다양성을 길러내기엔 한국은 시장이 너무도 작기 때문이다. 꿀벅지 하나 떳다 하면 너도나도 꿀벅지다. 제살 깍아먹는 소모적 고갈을 초래한다는 것 알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쏠림 현상에 동승하지 못하면 그나마 장사꺼리 기회마저 얻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이 좁기 때문이다.

주류 음악프로무대에서는 외면당하고 묻혀지다가 그야말로 엉뚱하게 예능프로덕분에 빛을 본 보컬멤버 배다해는 '기적과 희망' 이라고 소감을 말했지만, 냉정한 현실로 볼 때, 정말로 흔치 않은 보컬과 연주를 보여주는 이들이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과연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그래서 희귀하다.

 


◆ 배다해 Nella Fantasia with KPO (넬라판타지아 예술의 전당)


 

## 1집 앨범 감상평.

CD로 구매해서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곡들이 태반인데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음원파일로 재생되는 음질로는 악기파트의 미세한 사운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뭉개지는 느낌이다. 연주곡들을 맛깔나게 들으려면 CD로 감상하는것을 권한다.

나 부터도 물론 그러했지만, 방송으로 보았던 성악 소프라노 배다해라는 이미지를 가진채로 이 앨범을 접한다면 아마도 첫인상은 한마디로 ' 꿈 깨' 일 것이다. 시퀀스 비트와 일렉트로 세션이 강한 사운드이기 때문이다. 싼티 나지는 않는 이유는 첼로 바이올린 색소폰 각 멤버들의 연주파트에서 제대로 된 터치액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 터치액션 느낌은 CD로 감상해야 제 맛이다. 음원화일로 재생되는 기기에서는 뭉개진다. 그러니, 일렉트로에 올라타서 악기연주 흉내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색다른 형태의 걸 그룹이라는 악평이 나올 만도 하다. 노래라고 해봐야 후크송 에 주로 댄싱위주의 그룹들은 음질의 예민함과 그다지 상관없지만, 음원화일 다운이 주류로 자리잡는 시대에 여타 연주그룹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불리함과 비애를 바닐라루시도 겪어야 할 듯 싶다.

크로스오버라는 미개척된 장르도전은 파격적이지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대체적으로 기분 좋게 듣는 이지 리스닝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한 것 같다. 밋밋하기는 하지만 하우스음악처럼 실내 분위기 용도로 편안하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연주곡들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은 보컬과 연주가 매우 다이나믹하게 펼쳐지는 <Lucid Dream>이다. 이 곡은 충분히 대작이 될 만하다. 곡이 길다고 해서 대작이 아니라, 관객규모를 크게 동원할 수 있는 곡이 대작이다. 

<비행소녀> 이곡은 PMP같은 휴대기기로 즐기는 일인용 곡이고, <French Love>는 100~200명 규모의 홀이나 클럽에서 가볍게 몸 흔들며 듣는 곡이지만.
<Lucid Dream> 이 곡은 체육관에 한 3만명 관객 꽉 채워서도 충분히 열광시킬 수 있는 대작이다. 


 Vanilla Lucy -Lucid Dream 곡 (또다른 링크:-  http://youtu.be/fOx9LktEcxU )


보컬 배다해의 목소리가 이 곡에서는 아주 암팡지게 터진다. "Fantasy~, Lucid Dream~", 스크리밍급의 샤우팅이다.. 암팡진 샤우팅과 가늘고 여린 스크리밍을 고음역대에서 다이나믹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한국에도 이런 팝 보컬이 등장했다니~,,,


악기파트 멤버들의 연주터치도 다이나믹하게 살렸다. 오프닝부터 휘몰아치는 일렉트로닉 바이올린의 오지연이 성큼 성큼 무대위를 휘젓고 다니는 연주액션에 맞춰서 백 코러스 "허이~ 허이~" 를 몇만명의 관객이 함께 외쳐대는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할 수 있는 대작이다.
말랑 말랑한 <French Love> 보다는 다이나믹 파워 <Lucid Dream> 애당초 이 곡을 뮤직 비디오로 피처링 했다면 어땟을 까 싶다.

불모지에 등장한 희귀종 그룹 바닐라루시 바라는대로 기적과 희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 아프로만 /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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