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시리즈를 통해 본 신화읽기, 또는 변용이야기 - 10

작성자피콜로|작성시간11.05.13|조회수558 목록 댓글 0

@ 영웅의 죽음 @

영웅이란 보통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개인의 이익이나 행복을 위해서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집단의 추앙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하여 개인적 가치보다도 집단적 가치를 우선하여 실현하고 성공한 인물이 영웅이다.

 

영웅은 보통 죽음도 범상치 않게 맞이한다.  보통 영웅은 만인들에게 기억되고 추억되기 위해서 이 세상에서 살고 죽어간다.  영웅은 만인들에게 기억될 만한 놀라운 사건이나 기념비적인 업적을 낳기 위해서 모든 정력을 쏟아붓는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후대의 영웅들은 세상을 먼저 수놓았던 영웅들의 행적을 모방하기만 했던 경우도 있다.

 

아나킨에게 있어서 첫번째 죽음은 바로 화산행성 무스타파에서의 죽음이다. 아나킨은 오비완과의 웅장한 광선검 대결에서 두 다리를 잃고 그리고 몸의 일부분이 불에 태워진채 거의 죽는다. 이런 아나킨을 다스 시디어스는 의학과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기계인간 다스 베이더로 살려 놓는다. 이것은 아나킨에게 있어서 저승세계로의 여행이다.

 

죽음의 세계 또는 명계로의 여행은 영웅신화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다. 헤라클레스가 그랬고, 테세우스도 그랬고, 오르페우스도 그랬다. 보통 영웅은 제우스같은 남성신의 이승의 아들인 경우가 많다. 이 “신의 아들”들은 신의 대리자로서 이승의 세계를 활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영웅들이 이승의 세계에서 벌이는 온갖 기행과 업적들은 바로 아버지인 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들에 다름이 아니다. 이들 신의 아들들이 명계에 까지 가서 사후세계의 질서까지 허물어 버리면서 이승의 세계로 귀환하거나 부활하는 것은 이들 신의 능력과 위력을 자랑하는 일인 것이다. 두개의 죽음의 별들, 자바의 궁전등이 명계의 변형인 것이다.

 

신화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동굴이나 미로는 바로 어머니로 표상되는 모태의 상징이다. 영웅이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바로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인 남성으로 변해간다는 것, 즉 하나의 성인으로 성숙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이야기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반면 영웅들이 처치하게 되는 괴물은 한 시대의 아버지 세대”, 즉 기성세대를 뜻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에게 승인을 받고, 그를 극복하고 넘어섬으로써 비로소 한 사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데 모든 아들들은 장래 아버지의 모습을 갖고 있고, 모든 아버지들은 또 누군가의 아들이기도 하다. 결국 영웅들이 죽이는 괴물들은 사회적으로는 기성세대이자, 내적으로는 자기자신의 약하고 일그러진 면을 뜻하게 된다. 이런 류의 영웅신화 이야기는 일종의 승계신화이기도 하다.

 

성경에는 요나라는 선지자가 고래 뱃속에서 3일간 있다가 나온 뒤 자신의 소명을 온전히 깨닫는 일화가 있다. 영웅신화의 틀 속에서 이 '요나의 뱃속' 단계는 '옛 존재의 죽음과 새로운 존재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모든 영웅담에서 동굴이 됐든 좁은 계곡이 됐든, 어둡고 축축하고 좁은 장소에 빠진 주인공이 고생 끝에 이곳을 벗어나게 되는데, 이 설정은 모두 죽음과 재탄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적인 상징에서 남성적인 상징으로의 이행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기인 것이다.

 

영웅신화에 나타나는 명계여행 신화소는 대개 영웅이 죽음을 맞이한 다른 사람을 찾아 오거나 또는 모험여행의 일부로서 다루어진다.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케의 이야기 처럼 독사에 물려 죽은 아내를 찾으러 명계로 간 영웅이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아내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내용을 담은 신화가 있다.  또한 모험여행의 일부로서 영웅이 명계를 정복하고 부활함으로서 이승과 저승, 두 세계를 이긴 영웅으로 그려지는 신화가 있다. 명계는 심리적으로 인간의 내면의 세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자신의 이기심과 두려움때문에 더 이상 들어가기 싫어하는 부분, 또는 내면의 껍질을 말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명계여행은 그가 다스 베이더로 변했을 때이다. 아나킨이 제다이 기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다스 베이더로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인간이 아닌 기계에 의존해서 생명을 유지한 것 그 자체가 죽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영웅의 귀환 @

보통 신화에서 영웅은 부활하기 위해서 죽음을 맞이한다.  영웅은 탄생이 신비하듯이 죽음 또한 비극적으로 맞이한다.  죽음과 부활 신화는 일년을 주기적으로 작물이 피고 지는 농경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때가 되면 추수의 계절 가을이 오고, 온 대지가 얼어붙어 아무것도 나지 않는 죽음의 계절 겨울이 지나가면 또 씨뿌리고 꽃이 피는 계절 봄이 오리라는 고대인의 희망이 하나의 신화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이다.

 

영웅은 명계에서 자신을 괴롭혀 왔던 괴물들이나 괴수들을 물리치고, 즉 내면적으로 미숙했던 또는 두려웠던 상처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아나킨은 “제다이의 귀환”편에서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살려달라는 호소를 듣고, 자신의 내면속에 있던 방황과 혼란을 다 정리하고 다스 시디어스를 처단하는데 마지막 힘을 보탠다. 이것은 아나킨의 부활이었다.

 

이런 죽음과 명계여행 그리고 부활이라는 주제로 신화적인 이야기가 펼쳐진 것이 슈메르문명의 인안나 여신 이야기이다.  고대로 부터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융성했던 소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전과정을 살펴 보면, 슈메르문명의 인안나 여신 – 바빌론 문명의 이쉬타르 여신 – 희랍문명의 아프로디테 여신 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양옆에 두고 펼쳐지는 평원지대라 옛부터 보리와 밀 같은 작물재배가 발달했다. 실제로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강들의 사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희랍어이다. 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융성했던 슈메르 문명이나 바빌론문명이 작물재배와 관계있는 여신숭배를 한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 여신들은 주로 사랑, 아름다움, 생식,풍작, 전쟁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다고 한다. 이들 여신 신화들은 죽음과 명계여행 그리고 부활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비옥한 땅에다가 풍부한 수량을 가지고 있었던 이 지역에서 작물재배는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산업이었을 것이다.  이들 여신신화계보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인안나 여신 신화를 보자. 인안나 여신은 남부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우르에서 숭배되던 여신이다.

 

인안나는 달의 여신인 난나의 딸로서, 고대의 슈메르인들이 풍요와 다산, 질투와 사랑의 여신으로 숭배한 여신이다. 이 여신은 바빌론과 악카르드 인들에 의해 이쉬타르 여신으로 이름이 바꾸어져 불리게 된다. 이쉬타르 여신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상에 모든 생물들의 풍요를 가져오는 풍요의 신인 이쉬타르가 애인인 타무즈가 죽자 그를 찾아 지하세계를 방문해 모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쉬타르가 지하세계를 방문하는 동안 지상에 모든 농작물들은 성장을 멈추고 긴 겨울을 맞는다고 기록했다. 

 

이쉬타르 여신이 찾아간 저승의 세계는 냉정하고 사악한 여신인 에레슈키갈이 지키고 있었다. 이쉬타르 여신은 여러 곡절을 겪은 후에야 저승 세계를 벗어나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쉬타르 여신이 지상으로 돌아오자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다시 생기를 되찾아 열매를 맺고 동물은 생식을 하고, 인간 세계의 남녀는 사랑하여 지상의 모든 생물은 다시 풍작과 풍요를 맛보게 되었다.  이런 류의 신화는 풍요신화라고도 불리는데, 인안나-두무지, 디미터-페르세포네, 시벨레-아티스, 아프로디테-아도니스, 오리시스-이시스 등의 이야기가 있다. 이 신화들은 대개 작물을 재배하는 농경사회속에서 간직되어온 신화들이다.

 

이런 풍요신화 보다는 늦게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전승되기 시작한 영웅신화는 이런 풍요신화 이야기의 뼈대를 빌어간 것이 틀림이 없다. 거기에다가 고대 바빌론의 길가메쉬 이야기 까지 곁들여져서 소위 “영웅신화”의 기본얼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영웅신화에서 죽음-명계여행-부활의 이야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풍요신화의 그것이 농작물의 풍성한 추수를 기구하며 사용되어진 제의에 비슷한 것있다면, 영웅신화의 그것은 바로 신격화의 길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되는 것이다. 삶의 세계인 이승에서 평범한 사람들 보다는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죽음의 세계인 저승까지도 정복한 영웅은 가히 신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다스 베이더: “나는 나의 새로운 제국에 평화와 정의, 자유, 그리고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I have brought peace, justice, freedom, and security, to my new empire!)"  - 시스의 복수.

 

다스 베이더의 이 한 마디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전락할 수 있었던 원인을 말해주고 있다. 아나킨은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은하공화국의 의회에서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부패하고 무기력한 모습들에 실망을 한다. 그리고 봉건주의와 노예제도가 존재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실망감을 가졌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일찍 부터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개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걸어갔던 전제주의자의 길은 옳지 않았던 것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는 끝까지 제국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스 베이더는 포스무공이 무척 강해진 루크까지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서 제국을 통치하고자 한다. 이는 스승-제자라는 두 명의 시스 흑기사들만 인정하는 시스 흑기사단의 전통을 미루어 보건데, 이는 팰퍼틴 황제를 제거하고 둘이서 제국을 통치하자는 제안에 다름 아니다.

 

다스 베이더: “나와 함께 힘을 합쳐서 아버지와 아들로서 이 제국을 통치하자.  (Join me and together we can rule the galaxy as father and son.)" – 제국의 반격.

 

하지만 루크는 다스 베이더의 제안을 거부한다. 순진한 소년에서 시작해서 차츰 선과 악을 구분하기 시작한 루크는 완강하게 거부한다. 거기에다가 다고바 행성의 숲속에서 겪은 경고와 요다 사부의 간곡한 부탁을 루크는 모른체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정치적인 야심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와는 달리, 루크는 부-자관계의 회복이라는 원천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음을 다스 베이더에게 일깨워 준다. 마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처럼 가족의 관계회복이 없이는 아무리 커다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래성에 지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루크는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에게 가족 외에는 당신의 선함을 끝까지 믿어줄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다스 베이더가 권력을 많이 가졌지만, 반군을 진압하느라고 온 우주를 쫓아다니는 당신에게 무슨 행복이 있느냐고 묻는다. 다스 시디어스의 영원한 종으로 굴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신의 행복이냐고 묻는 것이다.

 

다스 베이더의 가면 속에 있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이제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어느 한 순간에 자신의 앞에 나타난 장성한 아들을 바라 보며, 자신이 잊고 살아왔던 그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한다. 루크가 제안하는 부-자관계의 회복, 그리고 가족의 회복이라는 요청에 대해 다스 베이더는 , 아니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스 시디어스가 루크를 어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온갖 시도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이 이제 명이 다한 소모품의 신세로 전락했음도 아나킨은 깨닫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그렇게 찾았던 아버지가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났음을 아나킨은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이들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듯이, 그는 루크와 레이아를 부르며 가족의 회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네가 옳았어. 너는 나에 대해서 옳게 잘 봤어. 네 누이에게도 전해주렴, 네가 옳았다고

아나킨 스카이워커 (제다이의 귀환)

 

초기의 영웅신화 중에 나타나는 이런 변신과정은 기존의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의 완전한 죽음과 재탄생에서 가능하게 된다. 이런 신화들은 보통 비밀스런 탄생, 유별난 유아시절, 기존 사회로 부터의 분리, 죽음, 명계 여행 (underworld), 부활이거나 재탄생, 그리고 신격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길가메쉬 신화, 헤라클레스 신화, 이아손 신화, 테세우스 신화, 페르세우스 신화, 아이네아스 신화 등에  잘 드러난다. 영웅은 이런 모험여행을 끝내면 그 자신이 신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으며 신격화가 된다,  <스타 워즈>에서는 콰이곤 진, 오비완 케노비, 요다 사부 그리고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순으로 포스의 영이 된다. 

 

<스타 워즈>시리즈에 등장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특이한 캐릭터이다.  <스타 워즈> 전체가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주인공인데, 인물설정의 원형을 찾기가 힘들다. 소위 “단일신화론”에 입각해서 설정된 인물은 아니고, 너무나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전개가 어느 한 인물에 촛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다스 베이더로서 무고한 살생을 범했고, 다스 시디어스의 하수인으로서 악행을 저질렀지만,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에 의해 용서가 되고 나중에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구원을 받는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런 죄지음과 용서 그리고 구원의 이야기는 흔히보는 성경적인 구원신화에 비견할 만하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희랍신화 속에도 있으니, 바로 천하장사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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