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시리즈를 통해 본 신화읽기, 또는 변용이야기 - 15

작성자피콜로|작성시간11.05.13|조회수441 목록 댓글 0

<스타 워즈> 시리즈의 두번째 삼부작에 등장하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영웅담은 조셉 캠블의 단일신화론에 잘 맞춰져서 쓰여진 이야기 얼개이다. 단일신화론은 조셉 캠블이 수많은 영웅신화들을 접하면서 나름대로 짜낸 결론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 얼개는 대단히 짜임새가 있고,  효과적인 이야기 진행 방식이 되었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 얼개를 충실하게 따라 가면서 전개가 된다. 이런 이야기 얼개는 여타 헐리우드 영화에도 다분히 스며들어 가 있다.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 얼개를 토대로 해서 시나리오 작법을 설파하는 서적도 나와 있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공상과학류의 소설작법에도 유용한 이야기 얼개라고 할 수 있다.

 

<스타 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 공전의 반향을 일으킨 영화이다. <스타 워즈> 산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스타 워즈> 시리즈는 미국의 대중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 중에서도 루크 스카이워커의 <제다이의 귀환>이후를 다루는 후일담 문학 내지는 문화가 아직도 여전하다. 이 후일담 문학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명맥이 끊겨지다시피 했던 <제다이 기사단>을 다시 중흥시키는 중흥조의 위치에 올라선다. 그러니까 루크 스카이워커는 체계적인 제다이 수련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나름대로 제다이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만큼, <제다이 기사단>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맡게 된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여러 모로 봐서 영웅 테세우스와 흡사하다.

 

테세우스의 신화는 도시국가 아테네의 대표적인 신화이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에게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다. 후대가 끊길것을 염려한 아이게우스는 델포이의 신전으로 가서 신탁을 알아본다.  델포이의 여사제는 "아테네에 도착할 때까지 가죽부대를 풀지 마라"는 신탁을 내린다. 아이게우스는 친구인 트로이젠의 왕 피테우스에게 신탁의 의미를 물어보려고 트로이젠으로 향한다.

 

피테우스는 신탁이 아이게우스가 아테나의 왕이 될 아들을 낳을 것이므로 아테네에 이를 때까지 여자와 사랑을 나누지 말라는 뜻이라고 알아차린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그날 밤 아이게우스가 취한 채 잠자리에 들 게 하고 자신의 딸 아이트라를 침실에 들여보낸다. 하지만 아이트라가 아이게우스와 잠자리를 같이 하기 전에 포세이돈이 먼저 그녀와 사랑을 즐겼다. 아이트라는 아이를 갖게 되었고, 다음 날 아침 술에서 깨어난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가 자신의 아들을 낳아줄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를 제우스 신전 근처의 큰 바위 곁으로 데리고 가서 바위 밑에 자신의 칼과 샌들을 묻고 덮었다. 만약 아들이 태어나거든 잘 키워서 이 바위를 들어올릴만큼 장성하면 칼과 샌들을 징표로 아테네의 자신을 찾아오게 하라고 아이트라에게 당부한다.

 

어느날 아이게우스 왕은 아테네에서 대규모 축제를 베푼다 그런데, 이 축제의 체육경기에 참여했던 크레타의 왕자 안드로게오스가 전좀목을 석권해버린다. 그런데 이를 시샘한 아테네의 청년들이 숨어 있다가 기습하여 안드로게오스를 살해해 버린 사건이 일어난다.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들은 크레타의 미노스왕은 그 책임을 물어 함대를 이끌고 아테네로 공격해 온다. 아테네를 포위한 미노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전염병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전염병이 퍼지면서 많은 아테네 시민이 죽어가자 아이게우스는 하는 수 없이 미노스에게 항복하고, 9년마다 7명의 남녀를 크레타의 미궁에 갇혀 있는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바치기로 한다.

 

한편 아이트라는 아이게우스가 떠난 후 9개월이 지나 건장한 사내 아이를 낳는다. 이 아이가 테세우스이다. 테세우스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을 ) 놓는 자 또는 "무슨 일을" 하는 자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테세우스가 청년으로 성장하자, 어머니인 아이트라는 테세우스를 데리고 아이게우스가 칼과 샌들을 묻었던 바위로 간다. 아이트라의 말을 들은 테세우스는 힘들이지 않고 그 바위를 들어올린 다음 칼과 샌들을 찾아낸다. 이에 아이트라는 아들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고,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로 가라고 한다.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가는 도중에 몇가지 모험을 겪는다. 테세우스는 먼저 에피다우로스에 이르러 페리페테스라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아들을 만난다. 페리페테스는 팔 힘이 아주 세어서 철퇴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려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었다. 테세우스는 이 악당을 때려 눕히고 철퇴를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

 

다음으로 코린토스 지협에 이르었을 때 시네스라는 악한을 만난다. 시네스는 소나무 두 그루를 휘게 한 다음 거기 사람의 다리를 묵고는 나무를 놓아서 사람을 찢어 죽이는 잔인한 악당이었다. 테세우스는 격투 끝에 시네스를 물리친 다음 악당이 쓰던 수법대로 찢어 죽어 버린다.

 

코린토스 지협을 건넌 테세우스는 크로뮈온에 이르러 튀폰과 아키드나의 딸로 매우 사납고 힘센 멧돼지 파이아를 물리쳐 멧돼지 피해 때문에 시름에 젖어 있던 이곳 주민의 걱정을 덜어 준다.

 

다음에 테세우스는 메가라 조금 못미친 절벽길에서 스키론이라는 악당을 만난다. 스키론은 절벽길을 지키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신의 발을 씻기게 하고는 발로 차서 낭떠러지 아래에 떨어져 죽게 만들곤 했다. 스키론과 싸워 이긴 테세우스는 이 악동이 하던 방식 그대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려 거북의 밥이 되게 했다.

 

테세우스가 다음에 당도한 곳은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숭배로 유명한 엘에우시스였다. 이곳에는 케르퀴온이라는 씨름의 명수인 악당이 있었다. 케르퀴온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씨름 시합을 해서 죽여 버리곤 했다. 테세우스는 씨름 시합에서 케르퀴온을 어깨로 번쩍 쳐들어 내팽개쳐 죽였다. 이 씨름에서 그레코-로만 형 레슬링이 유래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테세우스는  아테네 근처 다프니에서 프로크루스테스를 만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하루 밤 묵게 했다. 그의 집 손님을 위한 방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나그네가 침대보다 키가 크면 긴만큼 잘라서 죽이고, 짧으면 팔다리를 늘여서 죽이곤 했다. 테세우스는 이번에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수법 그대로 악당을 처치해 버린다.

 

테세우스가 아테네에 정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미노타우로스에게 먹이로 바칠 남녀 일곱명씩을 크레타로 보내야 할 때가 온다. 테세우스는 스스로 이 행렬에 들겠다고 자청한다. 배는 슬픔의 표시로 검은 돛을 단다. 떠나는 배를 보고 아이게우스는 만약 테세우스 일행이 살아서 돌아오면 검은 돛을 흰 돛으로 바꿔 달고 오라고 지시한다.

 

크레타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로를 잘 헤쳐 나와 미노타우르란 괴물을 처치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를 배신하고 사랑을 택한 아리아드네를  낙소스섬에 버린다. 

 

테세우스 일행은 다시 델로스 섬을 거쳐 아테네로 돌아온다. 모두 위기에서 목숨을 건진 일로 들떠 있었고, 테세우스도 아리아드네를 잃은 슬픔에 젖어 아이게우스가 내린 명령을 잊는다. 검은 돛을 흰 것으로 바꾸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배가 돌아올 날이 가까워지자 아이게우스는 매일 수니온 곶 언덕에 올라 남쪽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검은 돛을 단 배가 오고 있는 것을 본 아이게우스는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에 절망하여 바다로 몸을 던져 죽는다. 그가 죽은 바다는 이후 아이게우스의 바다, 즉 에게해로 불리게 된다.

 

테세우스는 이제 아이게우스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왕이 된 테세우스는 먼저 아티카 여러 지방에 흩어져 있던 주민들을 아테네 인근으로 이주시켜서 아테네를 강력한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테세우스의 정책 가운데 특히 의미있는 것은 시민들에게 많은 정치적 권리를 준 것과 외국인에게 관대한 정책을 펼친다. 그러면서 법질서를 확립하는 데에 힘을 썼고, 주화를 주조했으며 인접 나라와의 국경을 분명히 해서 분쟁의 소지를 줄였다.

 

영웅 테세우스 신화 이야기는 헤라클레스 신화와 비슷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테세우스 신화는 아테네 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었다. 이 지방의 신화를 보통 아틱 (Attic)신화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크레타의 미노안 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크레타의 미노안 문명이 전성기에 달했을 때에는 에게해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의 상권을 거의 쥐고 있었다. 이런 크레타의 패권에 도전한 것이 아테네이고 보면, 미노타우르의 신화에 내재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아테네는 크레타의 미노스 왕에 눌려 공물을 바칠 정도로 크레타에 눌려 지냈으나, 차차 이 패권은 아테네로 온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바로 이 미노타우르 신화의 내용이라고 보면 대강 맞는다.

 

고대의 희랍인들은 각자 쓰는 방언에 따라서 이오니아 인이나 도리스 인, 그외 여러 소부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래 뮈케나이 지방은 이오니아인이 거주하던 지역이었으나 호전적이고 괄괄했던 도리스 인들이 남하하면서 이오니아인들은 아티카 지역과 소아시아 지방으로 이주해 버린다. 신통기를 쓴 헤시오도스가 그 자신이 도리스 인이면서도 도리스 인들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도리스 족이 뮈케나이 지역을 정복해서 초토화 시켰기 때문이다헤라클레스는 도리스 족의 영웅이었으며, 테세우스는 이오니아 인의 영웅이었다. 왜 이 둘이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영웅 이야기를 늘여놓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테세우스라는 이름의 뜻은 일으켜 세우는 자또는 건립하는 자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아티카 지방의 통일과 아테네 도시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영웅이니만큼 어울리는 이름인 것이다.  그래서 영웅 테세우스 이야기의 절반은 역사적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오니아 인과 도리스 인들은 같은 희랍계이지만 경쟁적인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가 희랍의 전국적인 인기를 가졌음에도, 아테네 인들은 테세우스를 자신들의 영웅으로 여겼던 것이다.  테세우스 신화는 아테네 도시국가의 건국이라는 신화소도 들어가 있는데, 이는 페르세우스 신화나 헤라클레스 신화로 부터 변형이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테세우스 신화에는 다분히 정치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민주주의 제도를 확립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헤라클레스 신화 보다는 한 단계 진보한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우직한 전사형 영웅이었다면, 테세우스는 문무를 두루 겸비한 영웅상이다. 페르세우스 신화로 부터 시작해서 헤라클레스 신화 그리고 테세우스 신화로의 변천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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