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드메 아미달라 >>
파드메는 티벳불교의 “옴 마니 반메 홈”의 “반메”에 해당하는 말인데, 연꽃을 나타내는 말이다. 파드메는 이름 그대로 나부 행성이라는 물 위에 떠있는 한 떨기 연꽃이었다. 파드메가 나부 행성의 평화를 위해서 보여 주었던 용기, 과단성 그리고 단호함은 그녀의 사랑과 책임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 자신이 나부 행성의 여왕으로 선출되기 이전에는 그저 그런 평민의 집안에서 자라났기에 우주전쟁의 혼돈속에서 그녀가 느끼는 감상은 남달랐을 것이다.
파드메는 원래 이름이 파드메 나베리였다. 어릴 때 부터 천재성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자 나부 행성의 사람들은 파드메를 여왕으로 선출한다. 그래서 이름은 파드메 나베리 아미달라, 줄여서 아미달라 여왕이 된 것이다. 무역연합의 공격으로 나부행성이 위기에 몰리자, 아미달라 여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해서라도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파드메는 우주판 아마존 여왕으로 평가가 된다. 아마존은 “가슴이 없는 여자”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활을 더 잘 쏘기 위해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여성으로서 어쩔 수 없이 싸움터로 내몰리게 되는 일은 언제나 있어왔다. 특히 무술이나 사냥으로 자신을 평소에 단련시켜 왔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싸움터에 나서는 일은 종종 있어 왔다. 파드메도 예외는 아니다. 파드메는 평소에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술을 익혀왔고, 이런 이유로 “여성전사”로의 변신이 쉬웠다. 파드메의 이런 성격은 딸인 레이아 공주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희랍신화에서 아마존은 남성영웅들이 산하를 휘젓고 다니던 영웅시대 이전에 있었던 “모계사회”시대의 잔영이다. 이것은 문화는 없고 근육질만을 앞세워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갔던 남성영웅들의 시대를 거부했던 저항의 몸짓인 것이다. 무역연합이 나부 행성을 공격해왔을 때, 은하공화국은 바야흐로 대전쟁의 입구에 서게 된다. 이 비상한 시기를 맞아 파드메는 우아하고 화려한 복장의 여왕에서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거들”에 총을 차고 다니는 여전사로 변신한다.
그러나 은하공화국은 부정과 부패로 점차 무기력해져 갔다. 공화국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관료사회는 무역연합에 의해서 거의 매수된 상태였다. 무역연합의 배후에는 팰퍼틴 상원의원이 있었으니, 관료사회는 팰퍼틴의 수중에 들어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다가 은하의회의 피니스 발로럼 의장은 그의 이름이 상징하듯이 무기력하기만 했다.
무기력한 관료주의와 부패에 빠진 은하공화국의 의회에 회의에 빠진 아미달라는 직접 자기 손으로 나부행성의 무역로 봉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파드메는 물이 많은 나부 행성으로 돌아가 수중에 살던 겅간족을 설득해서 무역연합군에 반격을 한다. 이 와중에 파드메는 자신의 군사들을 이끌고 궁전으로 향한다. 그리고 무역 연합의 두목이었던 누트 건레이를 생포함으로서 나부 행성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세월이 흐른 뒤에 나부 행성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파드메는 계속 이어지는 우주전쟁을 막기위해 노력한다. 한편으론 타투인 행성에서 만났던 소년 아나킨과 사랑에 빠지고 비밀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아나킨이 점차 어둠의 세력에 빠져들고, 민주공화주의의 기치를 금과옥조로 삼던 공화국이 독재자의 제국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파드메는 우울해진다. 이렇게 대세가 기울어가는 것을 지켜 보다가 파드메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무스타파 행성까지 아나킨을 찾아가 옛날로 돌아오라고 마지막으로 설득해본다. 하지만 돌아온건 아나킨의 차거운 눈길이었으며, 오비완 케노비의 일 때문에 분노에 빠진 아나킨은 파드메의 목을 졸라 정신을 잃게 만든다. 파드메는 아나킨을 믿었으나, 이미 다스 시디어스 (팰퍼틴 황제)의 유혹에 빠져 어둠의 세력속에 깊이 몸을 담그고 있던 아나킨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에 파드메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이아 스카이워커, 쌍동이를 낳고 죽는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불”이라면, 파드메 아미달라는 “물”이다. 아나킨은 감성적이고 열정적이고 다혈질적이다. 그런 반면에, 파드메는 이성적이고 침착하고 심지가 굳은 면이 있다. 우연하게도 아나킨은 태양이 두 개나 뜨고 지는 타투인 행성에서 왔고, 파드메는 물의 행성 나부에서 왔다. 둘의 만남은 평화의 시대에서는 서로가 조화를 잘 이루겠지만, 혼돈의 시대엔 위험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이들은 조화에서 시작해서 애증으로 끝나 버린다.
아나킨은 불의 남자였기 때문에 그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불인 태양이 필요했다. 아나킨은 그 태양을 또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방황을 한것이고, 결국은 다스 시디어스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다. 파드메는 분명히 아나킨을 상호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친다. 아나킨이 원하는 것을 파드메가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파드메는 아나킨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나킨은 자신의 아버지로 다시 시디어스를 선택했고, 그의 길인 어둠의 길을 따라갔다.
남성적인 영웅신화를 다루는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파드메 아미달라의 화려한 배경과 개인적인 매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파드메에게 충분한 스폿라이트를 주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파드메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세력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 된다. 파드메가 “보이지 않는 위험”편에서 보여 줬던 활약은 그 다음의 두편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다. 과단성과 강단을 보여주지 못하고, 청순가련형의 유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파드메의 이런 무기력한 모습은 영화의 흥미를 반감시켰다고 본다. 아나킨이 결국 어둠의 유혹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단초를 파드메가 거의 유일하게 제공한 셈이니 이런 맥빠지는 이야기도 없다고 본다.
레이아공주는 아주 특별한 여성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녀가 “공화제의 회복”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가장 열성적인 저항운동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여성이다. 그러면서도 모성애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레이아는 아마존의 여성전사에 버금갈 정도로 저항운동을 격렬하게 벌인다. 그리고 반군의 저항정신을 고취시키는 활동도 열심이었다. 거의 잔 다르크급이라 할 수 있다. 레이아의 고항인 앨더란 행성은 <새로운 희망>편에서 “죽음의 별”에 의해 가루가 된 바가 있다. 레이아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고향 집이 있는 아름다운 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레이아의 마음 속에 얼마나 큰 상처와 분노를 남겼을 것인가를 상상해 보면, 레이아의 확신에 찬 저항운동이 이해가 갈만하다.
팰퍼틴의 우주제국은 일부분 로마제국이 모델이다. 이 로마제국은 일찌기 레이아공주와 같은 여성 반군 지도자를 겪은 역사가 있다. 서기 43년경에 로마군은 영국을 침공한다. 당시에 영국에 있던 많은 소왕국들은 로마제국에 항복을 했고 막중한 세금을 바치는 조건으로 자치국 비슷한 위치를 유지한다. 그중에 아이세니(Iceni)국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서기 61년 경에 아이세니의 왕이었던 프라스타거스 (Prasutagus)는 죽는다. 이때에 아이세니의 여왕이었던 보우디카(Boudica)는 로마병사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회초리에 맞고 두 공주들은 성적으로 유린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분개한 아이세니인들은 폭동을 일으켜 로마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다. 이 반란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 바로 보우디카 여왕이었다. 이 반란은 매우 맹렬해서 로마제국은 거의 2년동안 진압을 하지 못했다. 로마제국의 신민 약 8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반란은 겨우 진압이 될 수 있었다. <스타 워즈>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새로운 희망”편은 1977년에 개봉이 되었는데, 당시의 “여권신장”추세를 감안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본다.
레이아는 기가 아주 강한 공주이다. 레이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받아치는 성격의 캐릭터이다. <새로운 희망>편의 처음 부분에서 레이아가 타고 가던 우주선이 제국군에 의해서 나포되고 자신도 잡힐 위기에 있었는데, 순순히 잡힌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체포당하고 나서도 다스 베이더에게 당당하게 따지는 당찬 공주였던 것이다. <제국의 반격>편에서는 반군의 최고지도자 역할을 수행했고 <제다이의 귀환>에서 한 솔로를 구출해 내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류의 여자 주인공은 당시까지만 해도 참 드문 경우였던 것이다.
조셉 캠벨은 한 솔로와 레이아의 이야기를 슈메르의 인안나 여신과 두무지의 이야기에 비교를 하는데, 일견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솔로와 레이아 공주의 이야기는 또한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오리시스와 이시스 이야기의 변형이기도 하다. 사촌이었던 세스의 질투로 오리시스는 “관”에 갇힌 다음에 바다에 버려지게 되어 되는데, 이시스는 그 소식을 듣고 즉시 오리시스를 찾아 나서게 된다. <스타 워즈>에서는 자바 더 헛의 지시를 받은 보바 펫의 개입으로 한 솔로는 탄소관에 갇혀 타투인에 있는 자바 더 헛의 왕성에 걸려지게 되는데, 레이아는 지체없이 찾아 나선다.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Isis)는 이집트 신화에서는 가장 유명한 여신이다. 이시스는 땅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 사이에서 태어난 4신 가운데 하나로서, 나머지 3신은 남신인 오시리스와 세스, 여신 네프티스이다. 이시스 여신을 숭배하는 신앙은 후세에 매우 대중적이 되어 다른 여신들의 자격을 거의 합해 버릴 정도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나일강 델타 지대의 극히 얌전한 여신이었으며 부시리스 북방에 있는 페르 헤베트의 여주인이었다고 한다. 이 페르 헤베트에는 인접한 도시의 자연의 신 오시리스의 아내로 불렀고, 그와의 사이에서 생긴 호루스와 더불어 오시리스의 3인조를 구성했다. 플루타크가 이야기해주는 그녀에 대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이시스는 게브와 누트의 장녀로서 델타 지방의 저습지에서 태어났다. 오빠인 오시리스의 아내로 택해진 그녀는 그녀와 더불어 살아있는 사람들을 다스리는 왕좌에 앉아 오시리스의 개화 사업을 도와, 여자들에게 곡식을 빻고 삼으로 실을 만들어 옷감을 짜는 방법을 가르쳤다. 또 그녀는 남자들과 여자들을 결혼시켜 가정 생활을 하게 했다.
오시리스가 세계를 평화적으로 제패하기 위해 떠난 후 이시스는 이집트의 통치자 로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 왕국을 지배했다. 그런데 그들의 형제, 즉 난폭한 세스가 질투심을 못이긴 나머지 오시리스를 죽여 관속에다 집어넣고 나일강에 버렸다. 이시스는 남편인 오리시스의 죽음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지만, 즉시 머리카락을 자르고 옷을 찢은 다음 네프티스 여신과 함께 '착한 존재' 오시리스가 들어 있는 관(棺)을 찾으러 나섰다. (네프티스 여신은 세스의 부인이기도 하다).
나일강의 지류인 타니스의 하구로부터 바다로 흘러든 그 관은 파도를 타고 페니키아의 해안에 있는 타마리스크(버드나무의 일종) 밑에 닿았다. 놀라운 속도로 자라는 그 나무는 그 관을 줄기 속에 완전히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후에 그 나무는 뷔블로스의 왕 마르칸드로스의 명령으로 베어져 그의 궁전의 지붕을 받치는 기둥이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신비스런 나무는 야릇한 향기를 뿜기 시작했다. 그 소문을 들은 이시스는 곧 그 까닭을 알게 되어 그 즉시 페니키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이시스는 아스타르테 여왕이,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왕자에 대해 근심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시스는 그 왕자를 영원히 살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 왕자의 몸을 깨끗이 하게 하기 위해 불로 목욕시키는 것을 본 여왕이 너무나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주문의 힘은 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이시스는 여왕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그곳을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런 다음 궁전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타마리스크의 신비스런 기둥을 넘겨받아 거기서 남편의 관을 꺼내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후 이집트로 가지고 왔다.
그녀는 세스의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관을 부토의 저습지에 감추었는데 세스는 우연히 자기 형의 시체를 다시 찾아내어 그것을 열 네 토막을 내어 사방에 뿌렸다. 이시스는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그 귀중한 잔해를 여기 저기서 찾아내어 거의 다 모았다. 이시스는 시체 토막을 교묘히 이어 붙여서 오시리스의 몸을 본래의 상태로 만들었다. 이어서 누이동생 네프티스, 조카 아누비스, 죽은 오시리스의 재상 토트, 그리고 아들 호루스의 도움을 얻어 죽은 시체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 (부활의식)을 처음으로 행했다.
이어서 그녀는 세스의 노여움을 피하고, 또 아들 호루스가 세스에게 복수할 수 있을 만큼 키우기 위해 부토의 저습지에 숨어 살았다. 어머니의 주문 덕분으로 호루스는 어떤 위험한 재난이라도 면할 수 있었다. 사실 이시스는 뛰어난 주술사였기 때문에 신들까지도 그 저주를 면할 수 없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가 태양신 라의 시중을 드는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했을 때, 그녀는 라에게 그 신비스런 이름을 물려달라고 간청했다는 것이다. 태양신은 이미 늙고 쇠약하여 머리가 흔들리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리는 형편이었으므로, 이시스는 그 점을 이용해서 침이 밴 흙으로 독사 한 마리를 만들어 태양신이 다니는 길목에 놓았고 독사는 태양신 라를 심하게 물었다. 그 뱀의 유래를 모르는 라는 그 상처를 치료할 방법을 몰라 이시스의 주문에 의지해야 했다. 그러나 이시스는 그 독액을 좀처럼 제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양신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그 신비스런 이름을 입 밖에 내고 말았다. 그래서 그 이름은 다른 신이 모르는 사이에 라의 몸에서 이시스의 몸으로 옮겨갔다.
이집트는 중동에서도 좀 특이한 나라이다. 이집트는 대부분의 땅이 사막이다. 다만, 이집트 한 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르는 나일강이 있어서, 이 나일강 유역에는 비옥한 옥토가 있다. 이 옥토라는 것도 무슨 평야처럼 항상 있는 것이 아니고, 여름철의 홍수로 나일강이 범람해서 상류에서 떠내려온 비옥한 토사가 쌓여야 옥토가 생기는 것이다.
즉, 이집트는 “붉은 대지 (Deshret)”과 “검은 대지 (Kemet)”로 크게 나뉜다. 이 두 지역에서의 삶은 서로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붉은 대지는 고온건조한 사막이다. 옛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략질하며 먹고살던 유목민들과 맹수의 무리들이 사는 위험한 땅이었다. 반면에 나일강 유역을 가르키는 검은 대지는 비옥하고 농작물을 대거 수확하던 풍요의 땅이었다. 이 ‘붉은 대지’와 ‘검은 대지’의 극단적인 대비는 이집트인들이 현세와 내세에 대해서 아주 심화된 관념들을 갖게 만든다. 즉, 이집트인들은 극단적으로 이원적(duality)인 세계관 및 우주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매년마다 겪는 나일강의 범람과, 이에 따른 작물의 풍작 등을 지켜 보면서, 죽음이란 삶의 전 과정에서 있어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멈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어도 무덤의 세계를 넘어서 곧 다시 살것이라고 믿는 경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지금 당장에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이집트의 종교는 사람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것들, 즉 동물들과 태양과 달과 나일강과 그리고 (곡식의) 수확이라는 개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 지고 발전해 나가게 된다. 특히 이집트는 북쪽으로는 지중해라는 바다가, 남쪽으로는 적도지방, 동서 양쪽으로는 광활한 사막으로 둘러 싸여 있어서, 오랜 세월동안 다른 나라들의 침략을 받지 않고, 자기들의 문명을 안정적으로 키워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오시리스의 신화에서 이시스는 매년 나일강의 범람에 의해 기름지게 되는 이집트의 토양을 상징하고 있으며 나일강을 나타내는 오시리스나 기름진 토양인 이시스와는 정반대인 세스는 사막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오리시스 신화는 대지의 생산력을 상징한 신석기 시대 말기 이래의 대모신(大母神) 숭배에 기원을 둔 것이다. 이것은 초겨울에 말라죽은 식물의 생명이 봄과 더불어 싹 트는 것을 상징한 농경 민족 특유의 곡물 의례로서,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신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형이다.
이시스 신앙은 점차 널리 퍼져 마침내는 다른 여신에 대한 신앙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 신앙은 이집트 밖으로까지 퍼져 그리스,로마 시대의 상인들처럼, 뱃사람들은 바다의 별이며 항해자의 보호자인 이시스에 대한 숭배를 라인강 연안까지 전파시켰다. 나일강 유역에서는 이시스 숭배가 기독교의 전성기까지 계속되었다. 이집트의 최남단에 있는 이시스의 주요한 성소 필라에의 사원이 폐쇄되고 기독교의 교회로 바뀐 것은 6세기 중엽 유스티아누스 황제의 치하에 까지 와서였다. 이시스를 위해 일년에 두 번(봄과 가을) 거행되는 대축전이나 그때 행해진 화려한 행렬 등에 관해서는 이시스교의 비의(秘儀)를 전수받은 아프레이우스가 그것을 전하고 있다.
이시스는 흔히 그 이름의 표의문자인 왕좌를 머리에 얹은 여자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훨씬 뒤의 일이지만 때로는 두 개의 깃을 달고 - 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 쇠뿔 사이에 원반을 얹은 관을 머리에 쓰고 있고, 때로는 인체에 쇠머리를 얹은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런 뿔이나 동물의 머리는 당시 사람들이 이시스와 하토르를 동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대체로 이시스는 조각이나 그림에는 오시리스와 함께 표현되어 있다. 그녀는 죽은 자들에게 대하듯 오시리스를 그 날개가 붙은 손으로 어루만져 떠받들고 있거나 돌로 만든 관 밑에서 울거나 혹은 항아리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빈번히 볼 수 있는 표현으로 어머니로서 호루스를 키우는 모습 (이것은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과 흡사하다)과 나중에는 호루스를 데리고 세스와 싸우는 묘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