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시리즈를 통해 본 신화읽기, 또는 변용이야기 - 17

작성자피콜로|작성시간11.05.13|조회수483 목록 댓글 0

<< 한 솔로>>

<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그리고 <제다이의 귀환> 3부작을 잘 보면, 크게 두개의 동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제다이 기사가 견습생에서 시작해서 제다이 기사가 되는 과정을 영웅신화 (Mythic Hero Cycle)적으로 묘사한 것이 하나의 동선이라면, 한 솔로와 레이아 공주, 츄바카 그리고 드로이드 C-3PO등 한 묶음으로 다니는 그룹의 동선이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동선은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의 구원이라는 개인적인 모험이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라는 깃발아래 잘 감춰져 있다.  반면에 한 솔로-레이아 그룹은 구성원들 간에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아서 좌충우돌하며 은하계를 누빈다. 하지만 이들은 각 개인들간에 있는 차이점들을 차츰 녹여내며 공화제의 회복이라는 대의를 이루는데 힘을 보탠다. 이들은 민주주의식 행동방식을 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와 같은 거대한 부패집단이 전복이 될려면, 물론 권력을 쥐고 있는 상층 지도부의 물러남도 있어야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각성과 조력도 있어야 한다.

 

우선 이 밀레니엄 팰컨호에 승선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인물들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한 솔로는 고아로 자라 일찍 부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눈을 뜨고 마약밀수를 도와주는등 세상의 흐름에 적당히 섞여 살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권위라는 것에 대한 인식 조차 없다. 우선 자기 한 몸 추스리며 살아 오기에 급급했던 사람이라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공화제와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공동선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민주주의 정신을 익히게 되었는지 지켜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한 솔로가 레이아에게 조금 거친 말과 거친 태도를 보인 것은 그가 레이아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 일것이다. 거의 고아로 자란 것이 확실해 보이는 한 솔로는 “가족”에게서 권위에 대한 순종이나 사랑 등의 배움을 거의 받지 못한 인물이다.  반면에 엘리트 교육을 받고 일찍부터 공주로 대접받고 살아온 레이아는 불한당같은 한 솔로의 태도에 처음에는 불쾌감을 느낄 법도 했으나 차츰 한 솔로가 세상에 대해서 냉소적이긴 하지만 악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이질적인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어내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역시 영화감상의 재미이다.

 

레이아는 출생 직후에 앨더란 행성의 오르가나 가문에 입양이 된다. 앨더란은 가장 아름다운 별중에 하나이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다스 시디어스가 공화국의 황제 자리에 오르고 제국주의적인 정치를 펼칠 때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들이 앨더란 행성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반군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들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레이아가 가장 열성적인 반군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상할게 없다. 하지만 레이아가 비록 외교술과 정치력을 겸비한 정치가문출신의 여성이라고 해도 책상물림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이런 레이아의 약점들을 잘 보완해 주는 것이 한 솔로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래서 원래부터 한 솔로와 레이아공주간의 로맨스는 계획된 것이고, 밀레니엄 팰컨호의 모험여정은 이런 공식에 잘 맞춰진다.

 

하지만 한 솔로가 그냥 레이아와 연애나 벌이는 시시한 조연쯤으로 생각이 된다면 그건 한 솔로라는 캐릭터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솔로는 한낱 돈을 보고 반군에 가담한 용병에 지나지 않았다. 최소한 처음은 그랬다. 하지만 그는 일회용 용병에 그칠만큼 작은 그릇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다. 우선 비록 낡은 우주선이긴 하지만, 탁월한 비행능력을 가진 우주선을 유지하고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게다가 각종 전투에 서슴없이 참전할 정도의 강단과 용기를 가지고 있었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지와 판단 능력도 겸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솔로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비상한 능력을 가진, 또 하나의 영웅상이다.  그는 처음부터 모험에 나서겠다고 자청한 인물은 아니었기에 정통적인 영웅상은 아닐 것이다. 마치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맡은 카페 주인 “릭 블레인”같은 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 워즈> 3부작을 통해서 그가 겪은 모험과 그가 세운 공은 충분히 “영웅”이라 불릴만 하다.  <새로운 희망> 편의 끝부분에서 한 솔로의 갑작스런 출현과 참전이 없었다면 루크는 아마도 “죽음의 별”을 파괴하는데 실패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솔로는 결정적인 공을 세운 셈이다.  조금 양보해서 생각해본다면, 한 솔로의 모험도 소위 “영웅신화 싸이클”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한 솔로의 출생은 비밀스럽다. 이름의 성 자체가 “Solo”이니 신비한 출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평범한 출생은 아니다. 그리고 한 솔로는 오비완과 루크를 만나기 이전 부터 수완이 좋은 밀수꾼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한 솔로는 돈을 받는 댓가로 모험여행에 동참하게 된것이지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돈의 지불없이 앨더란 행성으로의 비행에 끌여들였더라면 분명히 거부했을 것이다. 그러니 “모험여행으로의 거부” 공식은 일견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그리도”와의 사건은 첫번째 적수를 만난사건이 된 셈이다.  한 솔로의 나머지 여정은 여타 영웅들의 “모험여행” 공식에 잘 맞는다. 한 솔로는 다른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탄소관”에 직접 갇혔다가 풀려나는 경험도 한다. “명계로의 여행”과 “부활”의 경험은 확실하게 한 셈이다. 

 

밀레니엄 팰컨호에 승선했던 여러 주인공들이 겪은 여러 위기들과 모험들은 가히 이아손의 아르고호나 오딧세이의 모험에 견줄만 하다. 한 솔로는 희랍신화의 이아손과 오디세우스를 합쳐 놓은 캐릭터같다. 우선 한 솔로가 타고 다니는 우주선 “밀레니엄 팰컨”은 “황금양피”를 찾아 모험을 떠난 “아르고”호와 비슷하다. 그리고 오르페우스, 헤라클레스, 텔라몬, 펠레우스, 쌍둥이 형제 폴리디우스와 카스토르, 테세우스, 애털란타 등등 희랍신화에 나오는 쟁쟁한 영웅들이 참가했던 아르고호 원정에서 이아손은 선장의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름없는 밀수꾼에 지나지 않았던 한 솔로가 “밀레니엄 팰컨”호의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경우도 비슷하다.

 

한 솔로의 옷차림은 영화 “하이눈”에서 고뇌어린 윌 케인 보안관 역으로 나오는 게리 쿠퍼의 옷차림을 모방한게 분명하다. 하지만 밋밋한 한 솔로의 얼굴에선 윌 케인 식의 고뇌어린 모습이 없다. 한 솔로는 겉으로 보기에 건방지고 돈만 밝히는 단순한 인물인것 같지만, 의외로 기지가 많으며 나서야 할때를 아는 사람이다. 이런 점은 본의 아니게 오지랖 넓고 넉살 좋은 오디세우스와 많이 닮아있다.

 

오디세우스는 이오니아해의 한 섬 이타카의 라에르테스왕과 안티클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이다. 특이하게도 안티클레이아는 대도 (大盜) 아우톨리코스의 딸이다.  오디세우스는 화술이 뛰어나고 기지가 많으며 여러 계략을 잘 꾸미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트로이전쟁이 일어났을때, 천하무적의 용사 아킬레우스와 더불어 희랍 연합군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로 꼽혔던 영웅이었다. 하지만 전쟁에 참가하면 향후 수십년동안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예언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트로이전쟁에 나가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메넬라우스, 네스토르, 그리고 팔레메데스 등이 이타카로 찾아와 오디세우스의 참전을 종용하러 왔을 때, 일부러 미친척 했던 것이다. 이는 “회의적 영웅”상이다. 한 솔로와 비슷한 경우이다. 한 솔로는 비록 돈을 받는 댓가로 오비완 케노비와 루크 일행을 도와 주었지만, 은하공화국의 회복이라는 대의에는 회의적이었던 것이다. 처음 모스 아이슬리의 한 주점에서 오비완과 루크를 만날 때 까지만 해도 한 솔로는 자바 더 헛이라는 지하 깡패세력의 두목이 보낸 부하들을 피해 다니느라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던 인물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유명한 트로이전쟁이 10여년이 넘도록 승패가 갈리지 않자 간계를 하나 꾸며낸다. 희랍연합군이 전쟁에 지쳐서 드디어 고향에 돌아가는것 처럼 꾸미고, 화해의 손짓으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해변가에 남겨둔다. 이 거대한 목마 안에는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희랍의 정예군이 숨어 있었다. 트로이성의 사람들은 오디세우스가 일부러 남겨둔 싸이논이라는 간첩의 말에 속아 목마를 성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10년 전쟁의 승전에 들뜬 트로이 사람들은 그날 밤에 축제를 벌이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를 틈타서 목마속에 숨어있던 희랍의 병사들은 목마에서 나와 성의 문을 열고 트로이 성의 사람들을 도륙하고 전쟁을 끝낸다.  처음부터 일부러 계획한건 아니었지만, 밀레니엄 팰컨 호가 처음 “새로운 희망” 편에서 “죽음의 별”의 자력에 빨려들어갔던 일은 결과적으로 “트로이의 목마”와 비슷한 경우이다.   그리고 “죽음의 별” 안으로 빨려들어간 후에, 스톰 트루퍼들의 수색을 피할 수 있었던 밀수품 보관용 창고도 “트로이의 목마”의 변형이라고 본다.

 

희랍의 호메로스가 쓴 <오딧세이>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종전하고 난 후,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오는 동안 여러 모험들을 적고 있다. 그중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두번째로 방문하게 된 섬이 바로 거인족 퀴클롭스가 사는 섬이었다. 키클롭스는 '둥근 눈'이란 뜻인데,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이마 한가운데 눈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부하들 몇명과 함께 섬에 상륙한 후, 한 동굴에 들어간다. 이 동굴의 주인은 폴리페모스라는 퀴클롭스인데, 오디세우스 일행은 이 거인에게 잡혀 매일 밤 두명 씩 먹히게 된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며칠을 그렇게 당한 끝에 오디세우스가 꾸민 계략으로 겨우 동굴을 빠져나와 탈출하게 된다. 이 오디세우스 일행이 겪었던 일은 바로 밀레니엄 팰컨호가  운석속에 살고 있던 거대한 괴물체의 뱃속에 들어간 장면과 비슷한 설정이다.  이 괴물의 뱃속에서 겨우 빠져 나오는 장면이 폴리페모스의 탈출 장면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희랍의 신화나 연극에서 주로 다룬 주제는 운명이다. 이렇게 묵직한 주제의식을 안고 신화의 바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가 주관이 강하고 고집이 드쎈 인물들이 많다. 고대의 희랍인들이  특히 도전적인 성격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에게 주어진 인간조건들에 팽팽하게 맞선 인물들이 많았던것 같다.  그러므로 영웅적인 운명의 주인공들이 많은 걸로 보인다. 한 솔로는 어떤 면에서는 이런 희랍적인 인물에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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