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시리즈를 통해 본 신화읽기, 또는 변용이야기 - 18

작성자피콜로|작성시간11.05.13|조회수551 목록 댓글 0

<< 요다 그리고 포스 >>

 

요다 사부:  우리는 빛나는 광휘의 존재들이지, 이 조잡한 물질이 아니다.(Luminous beings are we, not this crude matter.)

 

<스타 워즈> 시리즈에서는 “포스 (Force)”라는 말이 자주 언급이 되는데, 이 “포스”라는 것에 설명을 하자면 요다 사부의 이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요다 사부의 말은 제다이 기사단의 우주관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요다 사부는 우주를 “광휘의 존재”와 “물질”로 나누고 있다. 영성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가 “광휘의 존재”를 이루는 말이라면, 물질로 이루어진 현상의 세계를 “물질”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 “광휘의 존재”는 그냥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 “빛나는” 존재이다. 그에 비해서 “물질”은 “조잡한” 물질이다. , 요다 사부는 “빛나는 광휘의 존재”들이 이루는 영적인 세계를 “조잡한” 물질세계 보다 더 상위의 위치에 올려 놓고 있다. 그런데 요다 사부는 또한 “포스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다이 기사단의 우주관에는 영적인 세계도 “밝음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로 이분화 되어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물질”이 “조잡한”것으로 변질된 것은 물질세계가 “어둠의 세계”로 오염됐기 때문일 것이다.

 

“빛나는 광휘의 존재”들과 “조잡한 물질”이 상존하는 세계는 영지주의(靈知主意)자의 세계와 비슷하다. 영지주의자의 세계는 이원론의 세계이다. , 영지주의자들은 현실의 세계를 영적인 세계와 물질의 세계로 나눈다. 영적인 세계는 선함과 밝음의 세계이며, 물질적인 세계는 악함과 어둠의 세계인 것으로 영지주의자들은 믿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밝음의 영적인 세계와 어둠의 물질적인 세계를 각각 관장하는 신들이 있고 서로 균형을 이루며 견제를 한다고 믿고 있다.

 

영지주의자들은 이 물질의 세계를 만든 존재를 데미우르게 (demiurge)라고 부르는데, 이는 불완전한 물질의 세계를 창조한 불완전한 조물주 쯤으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서  영지주의자들은 물질의 세계 바깥에 오로지 선하고 밝음 그 자체인 최고의 신이 있다고 믿는데, 이 최고신은 “영지”를 매개로 인간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지는 “영적인 지식” 또는 “신비한 지식”으로 풀이가 된다. 이런 영지를 통해서 선택받은 소수의 인간들은 물질세계의 속박을 벗어나서 최고신과 같은 경지의 완전한 상태에 이를 수가 있다고 믿는다. 영지주의자들은 바로 이 완전한 경지에 이르는 상태가 “구원”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히브리의 하나님 야훼는 불완전한 물질의 세계를 만든 조물주에 불과하지만, 예수는 최고신과 소통이 가능한 완전한 영지주의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영지주의라는 것이 기원 후 1세기를 깃점으로 중근동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 사후 기독교가 퍼지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래서 영지주의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지주의자”로 인정한 것이 이런 “포교”의 필요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따로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지주의자들은 이 “영지”가 인류의 모두에게 알려지지는 않고 단지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알려진다고 믿었다. 영지를 받을 수 있는 자와 받을 수 없는 자를 구분하고, 영지를 받을 수 있는 자만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념은 일종의 엘리트주의인 것이다.  기독교가 최후심판을 통한 선의 승리를 믿는다면, 영지주의자들에겐 그런 믿음은 없는 것이다.  제다이 기사들은 “포스”에 대한 비밀스런 앎을 믿는 영지주의자들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스타 워즈>시리즈의 세계는 바로 “밝음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간의 싸움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 두 세계의 정점에 요다 사부와 다스 시디어스가 각각 있다. 시스 흑기사단은 원래 제다이 기사단으로 부터 나온 것이다. 제다이 기사들 중에 지나치게 욕심이 많고 “인내심을 잃은” 일부가 포스의 “어둠의 세계”까지도 섭렵함으로써 제다이 기사단 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 두 세계는 나름대로의 균형을 유지하며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는 관계에 있다.

 

“균형”이란 단어가 이 두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그래서 제다이 마스터인 콰이곤 진이 어린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처음 만나 그의 미디클로리언 지수가 20,000이 넘는 것을 보고, 아나킨을 이 세계에 “균형”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선택된 자로 여겼던 것이다. 이 “균형”이라는 것이 악의 제거였으니, 콰이곤 진이 바라보는 세계는 악이 기승을 부리는 세계였던 것이다. 제다이 마스터들 조차도 밝음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간의 싸움은 어쩌면 끝이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밝음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간의 평형 또는 균형은 영지주의자들의 관념속에는  없는 개념이다. 이것은 동양의 음양오행설에 가깝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이 “균형론”은 도교에 가까운 것이다.

 

메이스 윈두: “당신은 지금 포스에 균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제다이가 나타나리나는 옛날의 예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이 얘가 바로 그런 존재라고 믿는 것이지요? ("You're referring to the prophecy of the one who will bring balance to the Force. You believe it's this boy?"  - 보이지 않는 위험)

 

제다이 예언은 언젠가는 미디클로리언 지수가 놀라울 정도로 높고 포스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 밝음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간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다이 마스터가 나오리라는 내용의 것이고, 메이스 윈두가 말하는 예언은 바로 이 예언인 것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결국은 이 예언을 충족한 셈이 된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는 제다이 수련법과 시스 수련법을 두루 섭렵함으로서 밝음의 세력 과 어듬의 세력 양쪽의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택한 선택이 바로 인간, 거기에다가 아버지의 입장이었다는 것은 많은 교훈을 준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 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포스”는 상당히 혼잡한 개념인 것은 사실이다. 이 포스가 우주의 모양을 갖추게 하는 에너지 장 (Energy Field) 인지 아니면 어떤 인격체를 갖춘 신인지는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조지 루카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추론해 보건데, 포스는 우주속에 존재하는 “신비한 힘”을 가르키는 것이다.

 

“포스는 제다이에게 힘을 주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의해 생성되는 에너지의 장이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관통하며 은하계를 하나로 묶어준다. (The Force is what gives a Jedi his power. It's an energy field created by all living things. It surrounds us and penetrates us. It binds the galaxy together.) - 오비완 케노비: 제국의 반격

 

‘살아있는 포스의 섭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의 바깥에 있다. 그러나 무서워 하지 말라.  너는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크고 좋은 것의 손 안에 있다. (The ways of the Living Force are beyond our understanding... But fear not. You are in the hands of something much greater and much better than you can imagine.)" ―Qui-Gon Jinn

 

조지 루카스에 따르면, <스타 워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포스를 사용해라 (Use the Force)"라는 말은 “(포스에 대해서) 믿음을 가져라”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 (May the Force be with you)"라는 대사는 거의 “신의 가호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 (May God be with you)"라는 유명한 금언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게 ”하나님”과 “포스 (선한 포스)”를 거의 같은 위치에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보이지 않는 위험”편에서 콰이곤 진이 자주 말하는 “살아있는 포스 (the living Force)"나 “포스의 뜻 (the will of the Force)"라는 대사를 보면 더욱 짙어진다. 이런 표현들은 “인격체”가 있는 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주의 에너지 장과는 상관이 없는 개념들인 것이다.

 

조지 루카스는 어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가 스타 워즈 시리즈의 첫편을 쓸때, (영화에 쓰일) 우주모형을 통째로 하나 만들어 내야 했어요.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어떤 적당한 것, 즉 수천년동안 인간의 주변에 존재해왔던 어떤 믿음의 체계와 비슷한 것과, 이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관련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야 헸어요.  저는 무슨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낼려고 한것이 아니었지요. 저는 기왕에 있는 종교들을 좀 색다르게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저는 (제종교의) 모든 면들을 담아낼려고 했지요. When I wrote the first Star Wars, I had to come up with a whole cosmology: What do people believe in? I had to do something that was relevant, something that imitated a belief system that has been around for thousands of years, and that most people on the planet, one way or another, have some kind of connection to.I didn't want to invent a religion. I wanted to try to explain in a different way the religions that have already existed. I wanted to express it all.”

 

조지 루카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스타 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포스”는 그저 그런 “에너지 장” 이 아니다. 이 “포스”는 조지 루카스가 상상하는 어떤 “신성적 존재”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포스”는 우주의 모든 종들이 알 수 있고 “숭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종교와는 멀어져 가고 있는 현대의 젊은 이들이 종교의 “신비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목적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제다이 기사들이나 시스 흑기사들이 펼치는 “포스”를 이용한 여러 무술 또는 능력들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현대의 고등종교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경배하거나 숭배되어야 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타 워즈>의 포스는 절대적인 힘이며, 밝음과 어둠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사용하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조지 루카스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은 조지 루카스에게 서글픈 일로 여겨진다. 종교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안정을 가져다 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이 종교를 잃어버림으로서 스스로가 강팍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 시리즈를 통해서 이런 “종교부재”와 같은 현상을 조금 고쳐볼려고 노력한다. 조지 루카스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스타 워즈> 시리즈에선 종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조지 루카스는 매우 포스트-모던 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 조지 루카스는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들과 믿는 것들이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종교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교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들은 거의 “신화”에 가깝다고 여긴다.

 

루카스는 가끔 “반지의 제왕”이 <스타 워즈>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친적이 있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은 저명한 신화학자였을 뿐 아니라 시인, 영문학자로서도 이름을 떨친 학자였다. 톨킨은 일련의 신화관련 책을 쓰면서 신화속에 녹아 있는 복잡한 사상이나 철학같은 것을 아주 쉽게 풀어쓰는 능력이 컸던 사람이다. 톨킨은 선과 악의 관념을 신화나 동화같은 장르를 통해서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조지 루카스는 톨킨의 저작들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

 

조지 루카스의 종교관은 거의 범신론에 가깝다. 범신론의 기본 논리는 신과 우주가 하나이며 한 인간의 영혼이 우주의 핵심이고 우주의 핵심은 곧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범신론적 용어로 신을 정의하면 신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절대자 하나님이 아니라 궁극적이며 무한한 비인격적 실체, 즉 그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신이라고 부른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신이며 명상을 통하여 신과의 합일을 경험함으로써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신의 기운이 이 우주 만상 어느 곳에나 퍼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상으로서, 결국에는 인간도 계속 향상하며 발전하면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범신론은 인간 내부의 신성을 끄집어내는 방법론적인 사상이며 인간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점차 신으로 진화해 간다는 사상이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시리즈가 관객들에게 어떤 종교적인 영감을 주기를 원했지만, 어떤 특정한 종교관이나 신격체를 상상하길 원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참으로 다양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의 관객들에게 공통적으로 어필 할 수 있는 종교관을 찾다가 보니 결국은 “범신론”적인 종교관을 영화에 투영했다고 본다. 거기에다가 영화의 핵심 뼈대가 조셉 캠밸의 “단일신화”와 영웅신화에서 빌어왔으므로 “영웅”에 초점을 맞추다가 보니 “범신론”적인 냄새가 더욱 짙어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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