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시리즈를 통해 본 신화읽기, 또는 변용이야기 - 22

작성자피콜로|작성시간11.05.13|조회수518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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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는 일본의 유명한 영화감독 아키라 구로사와의 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몇개의 작품을 들자면,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 “요짐보”, 그리고 “쓰바키 산쥬로” 등이 있다. 조지 루카스는 전에 <스타 워즈>시리즈는 원래 “플래쉬 고든 (Flash Gordon)”이라는 공상과학 영화를 리메이크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저작권은 얻어내는데 실패한다. 그래서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를 전혀 새로운 것으로 만들기로 방향을 튼다. 그래서 “플래쉬 고든”에서 쓰여진 몇가지 아이디어와 일본영화들 그리고 조셉 캠벨의 “천 개의 가면을 가진 영웅”이라는 신화관련 서적을 기반으로 <스타 워즈> 시리즈 제작에 들어간다. 우선 “플래쉬 고든” 에서는 반군 대 제국군이라는 대결 구도, 베스핀의 구름위의 도시,  그리고 영화 도입부분에 등장하는 자막영상 등의 아이디어를 빌어 온다.

 

조지 루카스는 개인적으로 구로사와의 영화들을 좋아했고, 실제로 구로사와의 영화제작을 가까운 거리에서 도와준 적도 있다.  구로사와가 1980년에 만든 “카게무샤”에 조지 루카스는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물론 “대부”를 만든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도 역시 공동제작자로 참여했었다. 작심하고 만들었다하면 스케일 크고 제작기간이 길고 꼼꼼하게 영화를 만드는, 그래서 제작비를 대는 제작자들의 애간장을 잘 태우는 후반기의 구로사와의 작품에 루카스와 코폴라가 제작자로 참여했다는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코폴라는 잘 모르겠으나, 루카스의 경우는 아마도 구로사와에게 일종의 “빚”을 갚는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거미집의 성”이나 “란”과 같이 세익스피어의 비극 같은 비장미 넘치는 영화들도 곧잘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잔잔한 휴머니즘과 유머를 담은 영화들도 곧잘 만들기도 했다.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같은 작품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의욕만 넘치고 실력은 형편없는 좀도둑같은 “주먹”들 둘이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에 등장하는데, 이들이 핏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웃음속에 잔잔한 연민같은 것이 일어나게 한다. 그러나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 시리즈는 이 두 좀도둑들을 대신해서 드로이드들을 등장시키고 이 드로이드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구로사와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휴머니즘이나 유머적인 면에서 말이다. 유머라는 것이 이그러진 분위기를 나타내는 표정이나 엇갈린 상황속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인데, 표정이 거의 없다시피한 두 드로이드들이 티격태격한 것은 좀 건조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새로운 희망”편을 1977년에 개봉하기 전에 구로사와의 작품인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의 판권을 사들였었다.  일종의 표절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한 것이다.

 

아키라 구로자와 감독의 1958년도 작품인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 / 三惡人 (The Hidden Fortress)”의 내용은 이렇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6세기 전국시대이다.  영화에는 세개의 가문이 등장한다. 바로 아키즈키 가문과 야마나 가문, 그리고 하야카와 가문이다. 영화의 시작은 아키즈키 가문과 야마나 가문 간에 치열한 전투로 시작한다.  이 전투에서 아키즈키 가문은 완전히 멸문지화의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전멸 당한다.  오직 16살 난 유키 공주와 몇몇 시종만이 용케도 살아남아 조그마한 요새에 몰래 숨어 뒷 날을 기약한다.  뒷날을 기약하려면 우선은 공주와 남아있는 시종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야 한다. 다행히도 하야카와 가문이 유키 공주를 보호해 주기로 약속한다. 이제 이 어린 공주와 아키즈키 가문이 진작에 가지고 있던 황금을 보호해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임무는 이키즈키 가문의 장군이었던 마카베 로쿠로타 장군이 맡아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하야카와 가문의 진영으로 들어갈려면 야마나 가문의 영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데 있다. 

 

한편, 전쟁에 참전해서 한 몫 단단히 잡아보려던 초라하고 싼티나는 농부 마타시치와 타헤이는 오히려 싸움에 패하고 야마나 가문의 군에게 포로로 잡히게 된다. 이들은 칼질이 난무하는 싸움터에서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이 둘은 함락된 아키즈키 가문의 성으로 끌려가 금을 찾는 노역에 투입된다.  그러나 발굴현장에서 포로들의 폭동이 일어난다. 이 폭동의 혼란을 틈타 마타시치와 타헤이는 야마나군의 손아귀에서 탈출한다.  이들은 광야에서 밥을 짓던 중, 땔감으로 쓰려던 나무 중에서 우연히 금 한쪽을 발견하게 된다. 이 금은 야마나 가문이 찾던 아키즈키 가문의 황금 중의 일부였다.  마타시치와 타헤이는 길을 가다 길가에 걸린 방을 하나 보게 된다. 아키즈키 가문의 유키 공주를 생포해 오면 금화 10냥을 상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중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입맛을 다시면서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들이 험난한 돌산을 막 넘을 때 누군가를 만난다. 바로 '마카베'였다.

 

마카베는 이 어리숙한 두 사람을 이용하여 공주를 하야카와 가문의 진영으로 피신시키기로 계획을 짠다. 마카베는 유키 공주의 신분을 속이고 그녀가 벙어리이며 금화 200냥을 나눠 줄 테니 하야카와 가문의 진영까지 동행하자고 한다. 황금에 눈이 먼 두 사람은 영문도 잘 모른 채 위험한 임무에 뛰어들게 된다. 그들은 야마나 가문 군사들의 검문검색을 피해 산 넘고 물 건너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일은 계획된 대로 되지 않아서 마카베 일행은 다시 요새로 돌아가 숨기로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요새는 야마나 가문의 군에 발각되어 불에 타 없어진 후였다.

 

마카베 일행은 이제 야마나 군의 검문소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하기로 계획을 바꾼다. 마카베는 금 한쪽을 미끼로 삼아 검문소에 있던 군사들을 잠깐 속이는데 성공해서 일단은 검문소를 통과하는데는 성공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속은걸 알고 쫓아온 야마나 가문의 군사들과 일전을 벌인다. 마카베는 말을 타고 군사들 몇 명을 베고 돌진하다가 야마나 군영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서 야마나 군대의 장수인 타도코로 장군과 일전을 벌인다. 결국 끝에 가서 마카베 일행은 야마나 군대에 잡히게 된다. 하지만 싸움 이전부터 마카베와는 친구 사이였던 타도코로 장군은 그들을 놓아주고, 자신도 마카베 일행에 동참한다.

 

이 영화가 바로 이후에 죠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 워즈>에 영감을 주었다는 아주 유명한 영화이다. <스타 워즈>에 나오는 R2/D2 C-3PO 드로이드가 바로 이 영화의 두 불쌍한 농부 마타시치와 타헤이이다.  <스타 워즈>에는 많은 전투장면이 등장한다. 근데 이 두 드로이드들은 어느 전투에서도 공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블래스터에서 발사되는 레이저 광선들이 이 드로이드들을 피해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마치 전투장면에서 아무도 위협도 느끼지 않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두 농부들 같다. 그리고 유키 공주는 확실히 레이아 공주이다. 마카베 장군은 제국군의 습격을 따돌리고 공주를 보호하는 오비완 케노비 일 것이다.  불타버린 요새는 알더란 행성 쯤 될것이고, 타도코로 장군은 다스 베이더일 것이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를 주인공의 시각이 아닌 위치가 낮은 평민의 시각에서 찍을려고 계획했다. 그래서 <스타 워즈> 시리즈는 R2/D2 C-3PO라는 드로이드들의 관점에서 보여진다. 이는 구로자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두 명의 농부(타헤이와 마타시치)들을 모델로 해서 만든 것이다. 이 두 농부는 끊임없이 말다툼을 벌이면서, 영화내내  티격태격하며 유키 공주와 나뭇짐 속에 감춰진 황금덩어리들을 호위한다.  R2/D2 C-3PO라는 드로이드들도 서로 티격태격하며 레이아 공주와 같이 다닌다.  이 두 드로이드들이 영화에 등장함으로서 영화의 복선에 깔린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이라는 구도, 민주주의 대 제국주의라는 구도 등의 무거운 분위기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이런 설정은 우주를 무대로 한 신화이야기라는 영화의 목적을 이루는데 보탬이 됨으로서 루카스의 생각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다스 베이더가 쓰는 투구는 "카게무사"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카부토 투구이다. 일본의 봉건시대에 사무라이 전사들이 쓰던 투구였다.  조지 루카스는 카부토가 사무라이 전사들 중에서 서열을 나타내는 용도로도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고 <스타 워즈>시리즈에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런데 다스 베이더의 투구는 그냥 카부토의 모습은 아니다. 독일군이 제 1차대전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철모를 “스탈헬름 (Stahlhelm)”이라고 불리는데 문자 그대로 “철로 만든 모자”가 된다. 다스 베이더의 투구는 일본의 카부토와 독일의 철모를 혼합해서 만든 것이다. 마치 세계 제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약간의 사족을 덧붙이자면, <스타 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수많은 공중전 장면들의 모형은 2차대전 중에 찍혔던 공중전 장면들이 많다. 조지 루카스도 예외 없이 영화제작 중에 예산의 압박을 많이 받고 있었는데, 2차대전 중에 카메라에 잡힌 공중전 장면들을 차용함으로 예산도 줄일 수 있었고,보다 실감이 나는 공중전을 연출할 수 있었다. 하나의 단점은,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이 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루카스는 봉건시대의 일본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루카스는 실제로 이런 자신의 관심과 아이디어를 미술감독인 랠프 맼쿼리에게 드러낸 적도 있었다. 미술감독은 루카스의 아이디어를 많이 참고해서 영화에 쓰여진 복장이나 도구 디자인에 많이 반영했다.

 

<새로운 희망> 편에 나오는 모스 아이슬리의 주점에서 오비완 케노비와 한 솔로가 밀레니엄 팰콘으로 오비완 일행을 탈출시키는 댓가를 흥정하는 장면이나, 루크에게 시비를 걸던 건달이 오비완의 광선검에 팔을 짤리는 장면은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 “요짐보”에서 빌어온 장면들이다.  "선금으로 이천을, 그리고 알더란에 무사히 다다르면 나머지 만오천을 주겠오 (Two thousand now, plus fifteen when we reach Alderaan)"라는 대사도 “요짐보”에 나오는 대사와 비슷하다.  

 

<스타 워즈>시리즈에는 있고,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 영화에는 없는 캐릭터가 바로 루크이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다스 베이더의 “귀환”이라는 개인적이면서도 고차원적인 모험을 하는 반면에, 한 솔로는 일반 전투 및 모험여정에 몸으로 부딪치며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 워즈> 영화의 전개상 이 루크와 한 솔로는 둘로 나눠졌다가 합쳐졌다가 하는 “일인이체(一人二體)”의 영웅인 것 같다. 드로이드들이 해야했을 두 평민들의 역할을 한 솔로가 일부분 떠맡은 것 같다. 

 

아키라 구로자와와 조지 루카스의 차이는 이것이다. 이것은 소위 “영웅신화”의 특징이기도 하고, 동양과 서양의 영웅상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구로자와의 영화처럼,  한 공주와 두 사람의 적대적인 장군, 그리고 두 사람의 우스꽝스런 평민들만 등장시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루카스는 루크와 한 솔로라는 캐릭터를 굳이 집어 넣었다. “영웅신화”는 비범한 출생비밀을 지닌 “신동”이 성인으로 자라나서 거대한 업적을 이루고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극히 개인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이 “영웅신화”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 “개인” 하나 하나가 “영웅”처럼 강한 정체성을 가져야 함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서양문화의 특징이다. 만일 <스타 워즈>시리즈에 루크 스카이워커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스타 워즈>는 그만 그만한 영화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서구의 또는 서구화된 지구촌의 관객들이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될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이라고 본다.  다른 말로 한다면,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의 갈등관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갈등이 고양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양은 다르다. 구로자와의 영화가 봉건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문부흥의 중요성, 사무라이 장군들의 가문에 대한 충성,  가난한 평민들의 탐욕 같은 것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어디에도 “개인”의 성장에 과도한 촛점을 맞추는 면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는 또한 부자간의 갈등관계를 어떻게 볼것이냐 하는 관점의 차이로 나타난다.  서구문명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심리기제에 더 많은 주의를 주었다면, 동양은 그렇지 않다. 인류학자인 말리노우스키 (Malinowski)의 연구에 따르면 파푸아 뉴 기니 같은 곳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같은 복잡한 심리현상은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원시사회는 거의 여가장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이다. 동북아 같은 곳에서도 부자유친이라는 말이 있어 부-자 세대간의 조화를 말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 되어 왔었다. 만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같은 심리기제가 서구문명에 도도하게 흐른다면, 이것은 서구문명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일 뿐, 인류 보편의 심리현상은 아닐 것이다. 아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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