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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골 편지

겸허[謙虛]

작성자소양강|작성시간12.11.23|조회수342 목록 댓글 5

오늘[2012년11월18일] 뜻밖의 이야길 들었다.
내 작품 겸허 글씨가 새로 개정된 고등학교 국어[하] 창비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것이었다. 작년 신학기부터 배우는 교과서라고 한다.
 

 




 
 
 

이 작품은 현재 김유정 문학촌 생가 안방에 걸려 있고 문학촌에서 인쇄해
기념품으로 방문객들에게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화선지 사분지 일 크기로 10호 정도된다.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문학평론가 김우창교수가 3년 전인가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이 작품을 본 모양이다. 교과서에 실린 김교수의 글 제목은 '명예와
자기 자신의 삶'이고 글에 곁들여 작품 사진이 올려저 있다. 작품 아래엔 <글쓴
이가 김유정의 생애와 '겸허'라는 휘호를 소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는 글이 덧붙어있다.
 
강촌에서 가장 어렵던 시절 우연히 현대문학인가에서 안회남의 김유정전이란
글을 접했고 절박한 삶의 끝자락에서 겸허를 사과 궤짝으로 만든 책상 위에 써서
붙여 놓고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내용에 왠지 내 처지와 비교되며 눈시울이 뜨거
워졌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념 같은 것에 감동 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2년 8월에 김유정 문학촌이 개관 했고 김유정의 정
신이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겸허가 다시 떠올랐다.
 
절망에 빠져있을 때 내게 희망을 준 글이기에 늘 가슴 깊숙히 감돌고 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저 작품을 한 점 건졌고 김유정 문학촌에 기증을 했다.
며칠의 시간을 두고 가로로 이분지 일 크기의 겸허 현판 글씨도 한 점 더 곁들였다.
이것은 생가 대청마루에서 안방으로 들어가는 방문 위쪽에 걸려있다.
그리고 몇 년 지나 아무런 표식이 없어 단청건물인 기념관이 절 같다고 '유정사'라 지칭
하는 말을 듣고 이번에도 자청해 '김유정기념전시관' 현판을 쓰고 가평에서 서각하는
원장연씨게 부탁했다. 나처럼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이 아껴두고 있던 느릅나무에 새겨 걸었다.
 






 


김우창교수는 교과서에 수록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겸허는 그가 원하고 예찬한 삶을, 고통까지를 포함하여, 그대로 긍정한다는 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웃 사람들의 기쁨과 아픔에 주의하고 또 자신의 삶과 고통을 견디며, 그 고통을
포함하는 삶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겸허'는 그의 삶의 어떤 완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
졌다,'  그의 해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김유정이 삶의 마지막에서 붙잡았던 겸허 아닌가.
 
김유정을 안회남 글을 통해 처음 알게된 강촌시절엔 그가 춘천 출신인지 몰랐다.
그의 작품 세계는 더더구나 언감생심이었다. 화실을 하며 한국문학전집이며 밥보다 책을 더 좋아
하던 시절에 비로서 작품을 읽었고 신남이 고향인걸 알면서 정이 깊어졌다. 겸허가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며 생명력을 가지고 나와 함께 하게된 것이다. 김유정을 깊이 천착한 문학평론가 김영기선생과
자주 만나는 기회가 있었으며 기념 사업의 진행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다. 의암에 있는 김유정문학비는
춘천으로 들어오는 관문에 위치해 춘천의 상징 역할을 한 때 톡톡히 해냈다. 지금은 외진 곳이 됐다.
 
교과서에 실렸다는 소식을 뒤늦게 나마 전해 들으며 감회가 새롭고 기쁘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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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프로만 | 작성시간 12.11.24 우와아~~ 아이고~ 뒤늦게라도 축하드릴 일 이네요..

    '겸허' 라는 그 의미처럼 , 글쓴이나 서각한 분이나, 드러내지도 않고 대가도 없고, 진정한 '겸허' 그 자체네요..

    그래도 좀 드러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 .. 이런 건 좀 남들이 알아서 그 의미를 살려 주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 작성자고미생각 | 작성시간 12.11.24 '진보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을 살피고 고민해야 할 것인가? 이미 아프로만님께서 이곳에 그에 필요한 주제의식, 문제의식을 발견해두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소양강님께서 아주 크고 묵직하며 소중한 화두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바로 '겸허'입니다.

    문재인, 유시민,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신은 결국 '겸허'라는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행동인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양자택일이라는 한정된 시선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양자란 '이항적 일원관계'라는 더 큰 시선과 시야를 확보한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자존심입니다. :)
  • 작성자고미생각 | 작성시간 12.11.24 소양강님께서 주신 '겸허'라는 화두는 제 삶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가장 큰 지침이 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김유정 선생, 김우창 교수를 통해 소양강님의 삶의 결이 어린 학생들에게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쁘고 행복하며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노하우업의 보물이신 소양강님, 정말 감사합니다! ^_^
  • 작성자고미생각 | 작성시간 12.11.24 문 후보가 김정숙 여사에게 이야기했다는 큰 그릇보다는 '빈 그릇'이라는 말 또한 '겸허'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정녕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작성자소양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25 문재인후보의 심성과 언행을 보면 몸에 애인 겸허가 보입니다.
    우리 시대의 잃어버린 화두인지도 모릅니다. 자만, 독선, 아집, 오만, 이런 것으로 뭉쳐진 저 새누리당이 정신구조와 정 반대에 서 있지요. 아프로만님, 고미생각님의 곰감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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