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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골 편지

찔레꽃 피다

작성자소양강|작성시간13.06.02|조회수107 목록 댓글 6

지난 3일 동안 비가 내리고, 30일 일어나니 활짝 개어 있었다.
바깥은 따뜻하고 실내는 선선하다. 이만하면 쾌적한 편이다.
찔레꽃이 산방 화단 아래 둔덕에도 피어 있고, 운동장 울타리엔
여기저기 무더기로 활짝 피어 환하다. 빗 속에서 피어났으니
목욕재계한 모습이겠다. 그냥도 맑은데 더 깨끗해 보인다.
산막골엔 찔레가 많다. 온 동네가 찔레 향기에 감싸인다.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찔레순을 꺾어 얇은 껍질을 벗기고 맛을
본다. 달착지근하다. 특히 배고프던 시절에 심심풀이였다. 서민의
애환이 절절이 스며있다. 그래선가 이 시대에도 장사익이 부른
구성진 울림의 찔레꽃 노래는 인기곡이다.
이미 1930년대에 김말봉은 찔레꽃이란 신문 연재 소설로 낙양의
지가를 끌어올렸다. 시는 많은 시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쓰여졌다.
동요도 있다. 찔레꽃이란 이름의 아침드라마도 방영되었다.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_찔레꽃
 
홍해리[洪海里]
 

너를 보면 왜 눈부터 아픈 것이냐
 
흰 면사포 쓰고
고백성사하고 있는
청상과부 어머니, 까막과부 누이
 
윤이월 지나
춘삼월 보름이라고
소쩍새도 투명하게 밤을 밝히는데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시집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몇 번 뵈온 적 있는 홍시인의 시에 찔레꽃 정서가 흥건히
녹아 있음을 본다. 장사익의 노랫말도 '슬퍼서 울었지'라고
반복되듯 시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슬픔이 주조를 이루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6,25전쟁을 치룬 후 미망인들의 소복은 슬픔의
상징으로 자리 매김되기도 했다. 더불어 어머니와 누이를 떠올리면
애잔한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상처받아 가시를 세웠어도
이제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때묻지 않은 순정이 그 안에 서려있다.
 
찔레꽃은 어둡거나 무거운 이미지는 아니다. 희고 밝아서 명랑하다고
노래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인들은 슬픔과 상처, 그리움과
아픔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배고픔도 있다. 홍시인도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고 묻는다. 슬픔에 환하게를 접목함도 한걸음 나아간 표현일
터이다. 이성간의 사랑, 가족애도 담겨있다. 전설은 슬픈 가족애를 전한다.
 
고려시대 몽고족에 공녀로 끌려간 찔레라는 소녀가 다행히 좋은 사람만나
행복했으나 헤어진 가족이 그리워 십여 년 만에 고향에 와 흩어진 가족을
찾다가 상심에 지쳐서 죽었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에 소녀의 이름을 붙여
찔레꽃이라 부르게 됐단다. 최영희 시인은 '그리움은 가시가 되고 / 마음은
하얀 꽃잎 / 눈물은 빨간 열매 / 그리고 애타던 음성은 / 향기가 되었네'
라고 읊었다.
 
1941년에 백난아가 부른 찔레꽃은 긴 세월을 뛰어넘어 식지않고 그 사랑이
여전하다. 겨레 애창 가요의 대표격으로 가요무대에서 가장 자주 불린 노래 중
하나라고 한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으로 시작되는
찔레꽃 노랫말은 그만큼 유명하다. 왜 찔레꽃이 붉으냐는 물음표에 온갖
해석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산막골에도, 드물지만 붉은 찔레꽃이 있다.
처음 봉오리가 맺힐 때부터 갓 피어났을 때 붉은 빛을 띄는 것을 눈여겨
본다면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아예 분홍빛인 것도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단심을 표현한 거라는 풀이도 가능하겠지만 사실성도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름다운 모습처럼 밝고 따뜻하며 깨끗한 이미지가 아롱지는
소재로 태어나도 좋으련만 슬픔의 관성을 벗어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듯싶다.
장미목 장미과에 속한 찔레꽃이니 한국의 들장미로 불리워도 되겠다. 갓 시집 온
새색시를 닮았다거나 환한 웃음으로 보거나 슬픔은 이제 지워져도 좋으리라.
걸으며 눈길이 가는 곳마다 순결하게 피어나 반긴다. 한 겨울 붉은 찔레 열매는
또 얼마나 찬가슴을 데워주던가. 그리움을 부르는 꽃, 그 짙은 향기와 더불어
그리움도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찔레꽃에 기울이는 사랑이 더욱 커져가는
초여름이다. 찔레꽃에 둘러싸인 산막골을 더 애착이 가게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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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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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프로만 작성시간 13.06.04 찔레꽃 애창가요 (1987)

    http://durl.me/44odbc
    첨부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
  • 작성자아프로만 작성시간 13.06.04 찔레꽃 ( 붉은색도 있네요 )

    홍해리[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아프로만 작성시간 13.06.03 사진으로 보긴 보는데, 막상 산야에서 실제로 보면서 이게 무슨 꽃인지는 구분을 못 합니다 ㅠㅠ
  • 작성자엄지와지원이 작성시간 13.06.04 찔레꽃..
    흔하디 흔했던 꽃인데..
    여름에 피었던가요~?
  • 답댓글 작성자아프로만 작성시간 13.06.04 흔한 꽃 이에요? 원체.. 꽃맹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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