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역서점에서 만난 풍경 - '책&' 2016.5

작성자책읽어주는아빠|작성시간16.10.04|조회수270 목록 댓글 0

지역서점에서 만난 풍경
'책&'

2016.5(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발행)

책마법사 아줌마와 외계인 왜요아저씨가
책 읽어주는 서점
계룡문고 

아직은 쌀쌀한 3월의 어느 아침. 40~50명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 무리가 계룡문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더니 도서관처럼 묵직하고 조용했던 서점 안 공기를 단숨에 놀이터마냥 시끌벅적 경쾌하게 만들어버린다. 선생님과 함께 계룡문고를 찾은 이 아이들은 문창초등학교 4학년 1반과 2반 학생들. 계룡문고의 견학 프로그램을 찾은 것이 벌써 네 번째라고 한다. 

아이들, 계룡문고에 견학 오다
이수아 작가의 그림책 「요술 항아리(비룡소 펴냄)」가 커다란 스크린과 배경음악, 그리고 구성진 책 읽어주기와 어우러지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리 가라 싶게 흥미진진하다. 어른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오죽 할까 싶어 아이들 표정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니, 두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이야기에 잔뜩 심취해 있는 모습들이다.
계룡문고 책마법사(현민원 이사)의 책놀이와 책 읽어주기가 끝나자 다음으로 외계인(이동선 대표)이 등장한다. 서점견학을 오는 아이들에게 「왜요?(린제이 캠프 글/토니 로스 그림/베틀북 펴냄)」 그림책을 읽어줘서 ‘왜요 아저씨’로 불리던 그는 요즘 외계인이라는 매력만점 캐릭터를 새로 입고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외계인 왜요아저씨 “아빠는 릴리가 ‘왜요?’라는 말 좀 안 했으면 좋겠구나.”
아이들 “왜요?”
외계인 왜요아저씨 “네가 그러면 아빠 머리가 너무 아프거든.”
아이들 “왜요?”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왜요?”를 외치던 아이들이 어느새 이동선 대표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들어 책에도 없는 질문을 던지고 몸짓과 표정을 나누며 교감한다. 책이 이토록 훌륭한 놀잇감이자 소통도구이자 교재라는 사실을, 지루한 설명이나 강요 하나 없이 완벽하게 설득하는 순간이 아닐는지.
계룡문고의 견학 프로그램은 어린이집의 3~4세 아이들부터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성장 단계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책 읽어주기’라는 핵심만큼은 변함없이 늘 똑같다.
“계룡문고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활동들이 굉장히 다양한데 언제나 그 중심에는 ‘책 읽어주기’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신나는 책방나들이’도 지역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책 읽어주기지요.(현민원 이사)” 

책 읽어주기 바쁜 계룡문고 사람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 이동선 대표는 ‘좋은 책을 팔아야겠다’는 다짐으로 계룡문고의 문을 열었다.
“1991년인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나온 자료를 보다가 우리 아이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책들이 너무 상업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강의도 듣고 사람들과 다양하게 교류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고, 몇 년 뒤 계룡문고를 열게 되었지요.”
계룡문고에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것은 현 이사 주도로 책읽어주는 엄마 모임을 결성하고서부터. 현 이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베테랑 성우 뺨치는 책 읽어주기 실력을 자랑하지만 이 대표는 자칭 ‘트리플 A형’이어서 사람들 앞에 서기도 두려웠었다고 한다. 책 읽고 노래하고 개그까지 해가며 청중을 사로잡는 지금 그의 모습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막상 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이 내 목소리에 집중하더군요. 뿌듯함이 느껴졌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어줘야겠다는 사명감에 즐거움까지 더해지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던 책 읽어주기는 어르신과 임산부,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 등 계층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어갔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 복지시설, 보건소, 산후조리원, 도서관 등등 어디든 달려가서 무료로 책을 읽어주었다.이 대표와 현 이사뿐 아니라 계룡문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손님이 적은 시간에 서점근무 대신 봉사활동을 하도록 아예 시스템을 마련해두었다.
서점 안에서나 밖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책을 읽어주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쓰러져 병원신세를 져야 할 만큼 힘에 부치기도 한다는 이 대표. 그럼에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이 일을 15년 넘게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책이 교육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얘들아, 무슨 책이 좋으니?
“생각해보면 학교 도서관이나 가정에 있는 책들 중에 아이들이 직접 고른 책은 별로 없을 겁니다. 각종 추천도서나 전집류 같은 책들을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이에게 읽으라고 내밀어 주는 식이지요. 연애를 할 때도 내 맘에 드는 상대를 내가 직접 골라서 만나야 가슴 설레고 결혼을 해도 행복한 것처럼, 아이가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봐야 책에 흥미를 느끼고 책과 맺어질 수 있겠지요.”
대전에 소재한 학교는 물론이고 멀리 당진에서 도시락까지 싸들고 계룡문고를 방문해 견학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돌아가는 데는 책마법사와 외계인 왜요아저씨의 흥미로운 책 읽어주기 외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 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골라 읽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견학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아이들이 각자 자유롭게 책을 고르는 순서로, 꽤 넉넉한 시간을 준다. 서점 안에 비치되어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고르면 되는데, 어른의 간섭 없이 또래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바꿔보기도 하는 등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 학생 개인이 책값을 지불하거나 혹은 학교 도서관의 책구입비로 구매해 아이들이 각자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계룡문고 견학을 선호하는 것은 이렇게 다녀간 아이들의 학교 도서관 이용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별 관심을 느끼지 못했던 책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학교 도서관 책들에도 자연히 관심이 가는 것이다.
견학 프로그램으로 계룡문고를 찾았던 아이들은 며칠 뒤 주말이 되어서 엄마아빠의 손을 이끌고 다시 계룡문고를 찾기도 한다.
“보통은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서 서점에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반대로 아이가 먼저 서점에 가자고 해서 부모님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놀이공원 갈까?’ 하면 ‘우리 계룡문고 가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아이에게 서점이 우선순위가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대전시 초등학교 교장단 협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는데, ‘초등교육에 기여한 공로’가 이 감사패에 담긴 의미였다고 한다. 

지역과 교류하며 성장해온 세월
지하1층에 위치한 계룡문고는 600평정도 되는 대규모 공간에 북카페와 강의실, 중고서점 등을 갖추고, 어린이 코너는 특별히 바닥을 마루로 만들어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앉아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대전문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지역문인들의 저서를 독립부스를 통해 소개하고 있으며, ‘책과 빵’이라는 설치미술작품을 한쪽에 전시해 몸을 살리는 빵과 마음을 채우는 책이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등 서점을 찾는 대전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곳곳에 엿보인다.
현 이사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사랑을 주는 일. 이야기로 사랑을 전해주는 그이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가 점점 크고 견고해져서 세상에 대한 신뢰로 발전해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랜 세월 ‘책 읽어주는 서점 계룡문고’를 이끌어준 힘이 바로 그 신뢰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계룡문고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19(선화동226) 삼성생명빌딩 지하1층
042 222 4600
bookabba@hanmail.net

책 읽어주는 서점 계룡문고는 여러분의 바깥서재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