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어린이와 그림책 18] 아이들의 소망과 공상을 펼쳐라 -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작성자시몽|작성시간11.06.21|조회수57 목록 댓글 0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를 만들 때 나는 성공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원고를 처음 읽을 때부터 '이건 그림책이 될 수 있구나!'하고 느껴졌습니다. 원고를 읽으면서 머리 속에 차례차례 이야기의 정경이 그려졌고, 다 읽고 난 뒤 내 머리에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진 듯 했습니다.

 

  눈 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글

 

  눈 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써놓은 글 때문이었죠. 영상화시킬 수 있었고, 어린이의 공감을 일으켜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있었습니다.

 

        들쥐인 구리와  구라는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숲 속으로 갔습니다.

 

  첫머리, 군더더기 말이 전혀 없이 등장 인물의 행동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뮤지컬처럼 즐거운 주제가로 표현된 등장인물의 성격.

 

        우리들 이름은 구리와 구라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

        구리 구라, 구리 구라.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을 제일 좋아하는 들쥐

 

  이 간단한 노래는 유아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요리 만들기와 먹는 일'을 제일 좋아하는 들쥐라니! 말하자면 '요리'와 '먹는 일'이 이 책의 주제라고 명확히 밝힌 것인데, 어린이는 먹는 것에 놀라울 정도의 관심과 공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건강하지요.

  이야기는 들쥐 두 마리가 숲속에서 밤과 도토리를 줍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도토리를 바구니 가득 주워 설탕을 넣고 끓이자느니, 밤을 말랑하게 삶아서 크림을 만들자느니, 유아들과 동일한 소망과 공상이 펼쳐집니다.

  글작가 나카가와 리에코는 유아의 집단 생활 속의 발상과 표현을 잘하는 것이 강점이자 특징입니다. 그녀는 발상과 표현을 외부에서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유아의 내부로부터 독자에게 말하고 참가를 권하는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입니다. 유치원 교사였던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커다란 알을 발견한 구리와 구라의 대화를 주목해 주세요.

 

    " 야, 굉장히 큰 알이다! 달님만큼 커다란 달걍 프라이를 만들 수 있겠다."

    " 맞아, 우리 침대보다 더 두껍고, 푹신푹신한 달걍 프라이를 만들 수 있겠다."

    " 아니야, 그것보다 빵이 좋겠어. 아침부터 밤까지 먹어도다 못먹는 커다란 카스텔라 빵을 만들자."

 

  아, 눈 앞에 보는 듯, 머리속에 그려지지 않습니까. 어른의 감각으론 과장이라고 느껴지지만 어린이는 이런 이미지 놀이를 곧잘 합니다. '달님만큼 커다란~', '침대보다 두껍고 푹신푹신한~', ' 아침부터 밤까지 먹어도 다 못 먹는~' 이라는 표현은 유아 특유의 약동하는 이미지와 표현을 잘 포착하고 있습니다.

  알의 운반을 의논하는 장면도 어린이의 공상을 자극합니다. 그냥 문장만으로 표현되어 있는데도 장면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독자의 상상력을 끌어내어 참여시키는 독특한 표현 때문입니다. 그녀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표현을 썼습니다. 작가와 유아를 잇는 호흡이 있고. 공통의 체험뿌리가 있습니다. 설명하고 해설하는 문장이 없는 이유는, 작가 자신이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려내고자 하는 것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체험적인 문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아를 위한 이야기는 설명조여선 안됩니다. 생생한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 리듬이란 단순한 박자가 아니라 명확한 리얼리티를 수반해야 하지요.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들여다보기

 

  이제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한림출판사)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표지에 그려진 두 마리의 들쥐는 그림만으로는 어느 쪽이 구리이고 구라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목 글씨를 보면 알 수 있지요. 파란 옷의 들쥐는 파란 글씨의 '구리', 빨간 옷의 들쥐는 빨간 글씨의 '구라'입니다. 설명이 없어도 어린이가 알아차릴 수 있게 세심하게 궁리한 표현이 감탄스럽습니다.

 

  첫째 장면. 들쥐 두마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숲 속으로 갔습니다.'라는 문장과 대응하는 그림이지요. 주인공을 소개할 때는 정면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이야기의 성격상 뒷모습을 그렸습니다. 앞을 보고 있다면 숲속에 간 것이 아니라 숲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세심한 베려로 어린이는 책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둘째 장면. 이야기와 상관 없는 바구니 속 버섯이 주의를 끕니다. 요리 만들기를 좋아하는 들쥐의 이미지가 버섯에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말은 안 해도 이러한 세부를 보고 나름대로 요리하기 좋아하는 들쥐의 이미지를 풍요롭게 그려나갈 수 있는 어린이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러한 감각을 잘 자랄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 교육이겠지요.

  알을 운반하는 장면은 문장과 그림의 관계가 재미있습니다. 문장 내용은 두 마리의 쥐가 주고받는 대화일 뿐 실제의 생동이 아니지만, 그림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림이 문장의 설명이 아니라 구리와 구라의 상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법은 어린이로 하여금 이야기 세계에 참가시키고 빨려들어가게 하는 강한 작용을 합니다.

  재료를 챙기는 그림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실내를 표현한 것입니다. 실내임은 암시하는 화면 처리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구리와 구라는 즐겁게 놀다가 요리 만들기로 돌입합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소꿉장난이란 것이 있지요. 재료를 모으고 만들며 노는 소꿉놀이를 그림책에 훌륭하게 응용하였습니다.

 

여덟째 장면에는 매우 흥미로운 요소가 나타납니다. 여러 동물들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지요. 문장에는 전혀 표현되지 않지만 어린이들의 날카로운 눈에는 금세 잡힐 겁니다. 무언가 이야기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실은 이것이 이야기 전개의 복선이 되며 화면의 연속성을 긴밀하게 해주지요. 화가의 비범한 재능이 느껴집니다. 다음 장의 대사를 보면 확실해지지요.

 

        "누가 빵을 만들고 있나 봐! 아주 좋은 냄새가 나는걸."

         숲속의 동물들이 모두 코를 벌렁거리면서 하나 둘 모여들었어요.

 

  어린이의 기대감은 최고조로 향해 갑니다. 점점 커지는 어린이의 만족감! 정말 맛있는 카스텔라 빵! 함께 나누어 먹는 간식의 맛! 집단 생활에서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 어린이라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크게 공감합니다. 게다가 '아침부터 밤까지 먹어도 다 못 먹는 커다란 카스텔라'가 구체화되어 있으니 어린이들이 감탄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기상천외한 마지막 장면은 소꿉놀이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며, 소꿉놀이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어린이의 탄성과 공감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p97~p102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