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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21] 귀로 듣는 언어 체험

작성자시몽|작성시간11.08.09|조회수37 목록 댓글 2

  불현듯 그림책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불안합니다. 단편적 지식의 주입을 절대시하는 현대 교육 제도에서, 그림책도 그러한 경향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닐까 두렵습니다.

 

  당신의 언어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유치원 교육 과정에 '자연' '관찰' 항목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학습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단편적 지식이나 이미지가 들어있는 그림책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정보를 미리 집어넣어 그 범위 안에서 내거나 계산하는 것은 컴퓨터일 뿐입니다. 창조성이나 독창성과는 거리가 멀고, 따뜻합이나 부드러움 같은 것은 없는 기계. 그림책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바로 '언어'입니다.

  현대에는 언어의 존재감과 실체가 약해졌습니다. 뒤죽박죽이 되어 힘없이 새고 질질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는 성경의 기록대로라면, 언어가 없어지면 그 존재까지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당신은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까? 어떻게 생겼습니까?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어떤 색깔에 어떤 모양입니까? 따뜻한가요, 찬가요? 부질없는 질문이라고 하지 말고 한 번 당신의 언어를 차근차근 살펴보십시오. 마구 뒤섞인 곤죽이라서 모양이 없진 않습니까?

  풍부한 언어, 알맹이가 있는 언어, 존재감 있는 언어,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마음으로부터 공감할 수 있는 언어가 담겨 있는지 여부에 따라 좋은 그림책이 결정됩니다. 그런 언어는 풍부하고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문장의 질이 높은 그림책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3~4세의 어린이가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질 높은 문장의 그림책은 아주 드뭅니다.

 

  시적 언어 체험의 중요성

 

  유아는 다양한 질의 언어를 체험합니다. 우선 아빠, 어마, 선생님, 친구들과 얘기를 주고받는 일상 생활의 언어가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인 텔레비전의 언어가 또 하나입니다. 세번째로는 그림책이나 동화, 옛이야기에서 경험하는 문학적인 언어가 있습니다. 어느 언어나 모두 중요하지만 문학적인 언어 체험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문학적 언어 중에서도 특히 시의 언어를 체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시적 언어만의 독특한리듬, 느낌, 이미지의 연결, 즐거움, 쾌감 등은 '음성 언어'에 대한 감각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길러줍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유아는 상상력과 이해력의 발달이 빨라서, 언어를 생생하게 사용할 줄 압니다.

  현대에는 산문적인 언어가 지나치게 많이 쓰입니다. 언어가 빈곤해졌습니다. 언어의 빈곤은 표현의 빈약을 뜻하고. 이는 결국 창조력의 쇠퇴를 가져옵니다. 특히나 3~4세 어린이에게는 언어가 풍부한 그림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언어 내면의 의미나 이해보다, 언어 자체의 재미나 즐거움 같은 감각적인 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귀로 들어서 아름다운 그림책

 

  유아는 즐거운 시나 언어, 문장 등을 통째로 기억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이 언젠가 그 어린이가 언어의 의미를 획득했을 때, 가장 강하게 어린이 것이 되겠지요. 그러니 되풀이하여 읽어 주십시요. 전래 동요 등도 노래로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읽어서 들려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글로 쓰여진 언어에는 과학적, 논리적인 언어세계도 있는데, 이것도 5~6세경부터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훌륭한 언어가 담긴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문자의 리듬, 언어의 감각을 확실히 파악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림책은 소리내어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리로 된 언어를 귀로 듣는 것과 단순히 눈으로만 읽는 것에는 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문장이 귀로 들어서 알기 쉽고, 즐겁고, 아름다워야 진짜 좋은 그림책입니다.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p112~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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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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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책읽어주는아빠 | 작성시간 11.08.09 시몽^^ 덕분에 공부 잘 했으~~ 특히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말에서 말의 중요성을 다시 깨우쳤군. 고마워요^^
  • 작성자아뇨따 | 작성시간 11.08.10 문학적인 언어도 제대로 가려줘야 되겠네요
    전래동요도 노래로만이 아니라 들려줘야 겠어요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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