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어린이와 그림책 23] 엄마처럼 안아주는 텔레비전은 없다

작성자시몽|작성시간11.09.27|조회수34 목록 댓글 0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십니까? 다양하겠지요. 그런데 텔레비전 스위치부터 켜는 가정은 얼마나 될까요? 눈뜨면서부터가 너무 이르다면 하루의 활동을 시작한 오전부터라면 어떻겠습니까? 꽤 많지 않을까요?

  텔레비전이 켜지는 순간, 온 집 안은 기계가 쏟아내는 소리로 가득 차고 다른 소리는 지워집니다. 어린이도 온통 기계음인 텔레비전 소리 속에 내던져지는 상태가 되지요.

 

  텔레비전에 점령당한 소리 환경

 

  나는 오랫동안 아침 일찍부터 텔레비전을 켜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은 날이 있었지요. 그때 발견한 아침의 고요함이란..... 아침이 얼마나 고요하고 싱그러운지 새삼스럽게 발견했습니다. 그때부터 아침에는 텔레비전을 켜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되찾으려고요.

  현대를 환경 파괴의 시대라 합니다. 공기, 물, 식품, 생활 공간 등등 모든 것이 무섭게 오염되고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소리도 있습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잊기 쉽지만 그 파괴 정도는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소리 환경이 철저하게 파괴된 상태입니다. 집 밖은 물론이고 집 안도 같습니다. 들리는 건 모조리 인공의 소리, 대체 자연의 소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새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말 소리,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소리, 부엌의 물 소리, 그릇 소리, 개 짖는 소리, 식탁에서 얘기를 주고받으며 식사하는 소리 등등. 이것이 사람의 아침이 아닐까요.

  불행하게도 지금의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침마다 텔레비전 소리를 먼저 듣습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인공의 소리에 길들여지고, 기계가 자연을 앗아간 환경에서 자라게 됩니다.

 

  아냐 엄마, 텔레비전 아저씨는 엄마처럼 안아주지 않는걸

 

  독일의 어느 젊은 엄마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지요. 다섯 살 메리는 저녁을 먹고 나면 꼭 부엌에 와서 엄마를 도우려고 했습니다. 엄마가 일을 빨리 끝내야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엄마로서는 날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시간에 텔레비전에서 '이야기 천국'이라는 새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지요. 엄마는 이제는 됐구나 하고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메리는 또다시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옛날 얘기 해줘."

            "엄마 얘기보다 텔레비전 아저씨의 얘기가 더 재미있잖니. 예쁜 그림도 보여주잖아."

            "아냐 엄마, 텔레비전 아저씨는 엄마처럼 안아주지 않는걸."

  바로 이것이구나! 나는 무릎을 쳤습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몸을 기대고, 얼굴을 쳐다보고,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으며 얘기를 나누지요. 사람의 목소리는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소리입니다.

 

  올바른 텔레비전 시청 습관이 언어교육이다

 

  현대인의 생활에 텔레비전은 필수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정보를 전해주기 때문에 외면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어린이의 언어 체험이 텔레비전의 지배를 받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햐 합니다.

  텔레비전은 도구에 불과합니다. 인간에게 유용하지만 인간의 의지로 필요할 때만 쓰는 물건입니다. 그렇다면 필요할 때 꺼내 쓰고, 다 쓰고 나면 치워둔다는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현명합니다.

  어린이가 텔레비전을 봅니다. 그 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 어린이가 다른 곳을 갈 때 텔레비전을 끄고 갑니까? 대부분 켜둔 채 일어서지요.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텔레비전 혼자 떠들게 내버려 둡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끄는 훈련을 철저하게 하십시오. 이것은 자기 생활을 스스로 조절하는 습관을 길러줍니다. 교육의 기본이지요. 기계가 사람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의식을 심어주세요.

  이것은 책과 친해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은 그림만 보고 있으면 저절로 이야기 줄거리가 들어와 재미를 주는 수동적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독서의 재미는 다릅니다. 책을 펴면 저절로 이해되는 것이 아닙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은 의지가 필요하지요. '우리 아이는 텔레비전만 보고 책을 읽지 않아 걱정'이라는 어머니들의 하소연은 이 때문입니다. 일단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면 텔레비전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깊고 넓은 세계를 알게 되지요. 가장 바람직한 상태는 텔레비전을 재미있게 보는 것만큼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기계음보다 사람의 목소리를 풍부하게 경험시키세요. 엄마 아빠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하세요. 좋은 그림책을 선택하여 사람의 목소리로 읽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언어 체험인지요. 무릎에 앉히거나 기대 앉혀서, 또는 손을 꼭 잡고 부모님이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이는 책 읽는 재미를 저절로 터득합니다. 학교에 입학한 뒤에 텔레비전만 좋아한다고 걱정해도 이미 늦습니다. 갓난아이 때부터 길들여진 생활습관을 어린이 탓으로 돌려서야 되겠습니까.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120p~123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