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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27] 어른과 아이는 그림책으로 만난다

작성자시몽|작성시간12.01.10|조회수34 목록 댓글 0

  10여 년 전만 해도 한두 살짜리 아기에게 그림책을 제공한다는 생각은 흔치 않았습니다. 비교적 일찍 그림책을 만난다 해도 5~6세 였고,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야 책의 세계와 만날 수 있었지요. 그것도 처음부터 많이 빨리 읽는 게 아니라, 한권씩 천천히, 마음에 드는 것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으면서요.

 

  부모가 안심하기 위해 사서는 안 된다

 

  독서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빨리 읽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독서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속독하는 사람을 부러워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어나가다보면 어느 틈에 상단한 분량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바로 이런 독서 형태를 비유하는 적절한 예라고 생각됩니다. 빨리 읽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속독도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아기때부터 그림책을 사주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출판량이 많아졌고, 글자를 배우는 연령이 어려졌고, 그에따라 그림책을 읽어주는 대상 연령도 차츰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기를 위한 그림책으로 무엇이 적당한가요?' 라고 서점에 질문하는 부모들이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똑똑하게 키우려고 아기 때부터 그림책을 사서 읽어주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느틈엔가 물건에 의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물질주의 방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요.

  아기의 지능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은, 팔다리를 움직이고 말을 하는 아기의 행동이지 그림책이라는 물건이 아닙니다. 물건을 제공하면 아이가 금방 똑똑해질 것같아 안심하고 물건을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어쩐지 불안해지는 것은, 현대인이 빠지기 쉬운 공통의 심리상태인지 모릅니다. 확실이 물질은 부의 상징이지만 과연 그 물질들이 아이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해줄까요.

 

  어른과 아기의 마음이 교류하는 마당

 

  아이에게 최대 재산은 건강과 애정과 언어일 것입니다. 꼭 안아주는 피부접촉을 통해 감지하는 애정,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의 언어를 통해 느끼는 애정, 이것을 충분히 경헙하는 유아는 내면 세계에 풍요로움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특히 언어 경험은 소중합니다. 유아기 교육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귀'를 톨한 것, 따뜻하고 풍부한 언어를 많이 듣고 자라는 일입니다.

  3세이전의 유아를 위한 그림책 속 언어는 어떠해야 할까요? 간단한 몇 마디 단어뿐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의미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그 짧은 문자를 읽었을뿐인데 아이는 질문하고, 동의를 구하고, 혼잣말하고, 일부러 표현을 바꾸어 해보기도 하고, 전혀 방향이 다른 이미지의 세계를 빚어 나가기도 합니다. 언어가 언어를 부츠로 이미지가 이미지를 발전시키며 어린이 마음의 움직임은 파도의 물결처럼 넓게넓게 확대되어 갑니다. 혼자서 그림책을 볼 때보다 친근한 사람과 함께 그림책을 볼 때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연이어 솟아나는 언어를 주고받으며 마음의 교류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이 시기 아이들이 그림책과 만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림책은 어른과 아기의 마음이 교류하는 마당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나 아빠가 아기를 무릎에 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대단히 좋은 방법입니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이 있고, 언어와 언어의 연결이 있으며, 마음과 마음이 교류하는 확실한 모습이 있으니까요. 이럴떄 유아는 자기를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그 사람'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유아의 온 몸은 동시에 온 마음입니다. 그림책이라는 물건이 보다 풍부한 마음을 낳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마음의 교류가 없다면 그림책은 단순한 물건일 뿐입니다. 그림책을 살려내는 것은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로 들려주는 언어가 어린이로 하여금 그림책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미지의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기쁨을 가득 느끼겠지요. 그것이 '행복'일 겁니다. 인간이 행복을 깊이 깨닫는 힘을 갖는 것은 유아기의 이러한 체험의 깊이, 만족, 그리고 축적이라고 믿습니다.

  그림책은 이러한 방법으로 유아의 생활과 연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또한 그림책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를 그림책에 맞추려 하거나 어린이에게 억지로 그림책 보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마음과 호기심을 존중하여 그것을 뒤에서 따라가면서 그림책의 세계를 살며시 펼쳐주십시오. 어른이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왕성한 유아의 성장 활력과 호기심은 스스로의 눈과 귀로 그림책 속에서 새로운 것은 자꾸자꾸 캐냅니다. 앞질러가서 간섭하지 마십시오.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136p~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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