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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29] 개인차가 커지는 시기 - 2세 전후

작성자시몽|작성시간12.02.07|조회수41 목록 댓글 0

  두 살 안팎의 아이에겐 어떤 그림책을 보여주면 좋을까요? 이 시기는 개인차가 크고 생활환경도 많이 달라서 부모의 영향이 압도적으로 강하게 작용하는 때입니다.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아이마다 흥미를 갖는 대상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집단 생활의 경험(보육소나 아가방)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도 그림책에 대한 태도나 관심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표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생활 그림책. 사물 그림책. 시 그림책

 

  아이의 상활을 잘 파악해서 맞는 책을 선택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애써 구입한 그림책인데 아기가 흥미를 갖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십시오. 마음 편히 좀더 기다려보아야 합니다. 억지로 이해시키려 한다든지 이것저것 수간을 바꾸어 밀어붙이려 하지 마세요.

  책을 본다는 것은 부모가 강요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달래고 어르는 등 공연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초조해할 일도 아닙니다. 그림책 한권으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여유있는 태도를 가지십시오. 그 편이 부모들 자신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아에게도 안정감이 있어 도움이 됩니다.

  보편적인 기준을 함께 생각해 봅시다. 먼저 유아의 일상적인 생활경헙을 담은 '생활 그림책' 또는 '생활 경험 그림책'이 좋습니다. 아주 초보적인 지식의 '사물 그림책'도 괜찮겠지요. 동요나 시가 있는 그림책, 시적인 리듬과 빠르기로 생생한 언어를 구사한 문장이 있는 그림책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각각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활 그림책에 시적인 표현이 담겨 있거나, 경쾌한 리듬이 있는 문장에 사물의 그림이 잘 조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편의상 나눈 것뿐이지 우선 순위는 없습니다.

 

  뒤뚱뒤뚱, 아기의 움직임이 곰을 닮았네?

 

  생활 그림책은 유아의 생활에 밀착된 소재를 선택하여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 대체로 성공하는데, 흔히 곰이 주인공으로 채택됩니다. 의인화하기 좋고 아기곰이 친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 그림책에 지나치게 특성이 강한 주인공이 나타나면 일상 생활의 이미지를 떠나 공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주인공의 개성에 구속되어 자유로운 이야기 구성이 어려워집니다.

  그런 점에서 볼때 '곰' 특히 '아기곰'은 저항을 가장 덜 느끼게 하는 이미지지요. 몸집이 몽땅하고 둥글고 유머러스한 어리석음도 잇고요. 어딘지 둔한 것이 걷기 시작하는 아기들의 움직임과 닮은 느낌도 주지 않습니까. 때문에 안정감도 잇고 이야기를 천천히 진행시키는 데 적절한 존재입니다. 봉제완수에 곰인형이 많은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그림책이나 유아용 이야기에 나오는 동물들 중에서 곰은 일급 스타입니다.

  그 다음이 토끼, 개, 코끼리인데, 개는 생태가 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으로 의인화하기 어렵고. 코끼리는 크기와 모양의 특징이 별나기 때문에 제약이 있습니다. 사자는 사나워서 친밀감이 덜하지요. 특별히 조사해본 것은 아니지만 타당성이 있는 생각이 아닐까요.

  곰의 모습을 빌려 표현하지만 이야기 설정은 유아 자신입니다. 만약 유아(사람의 모습)의 모습 그대로 표현하면, 자칫 성별이나 인종이 뚜렷하게 노출되고 특정한 이미지로 고정되기도 쉽습니다. 얼굴이나 모습이 조금이라도 저항감이 있으면 문제되지 않고, 약간 개성이 없고 보편적인 이미지때문에 오히려 유아가 쉽게 동일화할 수 있습니다. 친밀감을 느끼기 쉬고. 자신을 주인공 자리에 쉽게 대피할 수 있는 것이 생활그림책의 소재로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지?>(BB아이들)의 곰은 얼굴과 몸매가 유아다운 표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아를 닮은 건강하고 유머러스한 몸직으로 모든 유아가 체험하는 '옷입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윗도리, 아랫도리, 양말, 모자......옷 입고 벗기가 쉽지는 않다는 현실적인 과제를 가진 유아들에게는 실감납니다.

 

 

  셔츠를 다리에 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좋지?

  바지를 팔에 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좋지?

  모자를 신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좋지?

  신발을 머리에 쓰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좋지?

 

 

  곰의 우스운 모양을 보면서 유아들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되새기며 여유와 우월감을 가지고 즐길 수 있습니다.

 

  숨 쉬는 것. 잠드는 것. 잠 깨는 것

 

유아는 참 좋은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이나 소리에 대해 놀랍도록 예민한 감가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유아의 좋은 귀를 잘 기를 마음은 쓰지 않으니 어찌 된 일입니까. 유아기에 언어나 소리에 대해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면, 언어와 음악에 대한 감성과 능력이 한없이 자랄 텐데 말입니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모두 잠이 들어요>(비룡소)에는 유아를 즐거운 잠으로 이끄는 조용하고 기분 좋은 언어의 반복과 리듬이 있습니다.

  첫장의 커다란 태양 그림이 유아의 감각을 사로잡습니다. 해님이 숨어서 어두워진다는 것, 해님은 빛을 주는 것 등은 유아도 체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새, 물고기, 온갖 동물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잡니다. '졸음이 오는 ㅇㅇ들'이란 말이 되풀이됩니다. 모든 것이 조용히 잠에 빠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고 듣고 있으면 아기들도 졸음이 올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잠재우는 수면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내일의 새로운 활동을 향해 리듬을 갖기 위한 휴식의 모습입니다. 따라서 눈을 감은 동물들의 모습에서 힘찬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숨 쉬는 것, 잠두는 것, 그리도 잠이 깨는 것, 이 3가지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가장 중요하다. 3세 경에는 의지력이 소중하고 7세까지는 생명력을 길러야 한다.' 독일의 유아교육학자 슈타이너의 말입니다. 생명력이란 독일의 문호 괴테의 '생명 있는 것은 모습을 바꾸어가면서 발전한다.'라는 생각에 뿌리를 둔 것입니다.

  조기교육과 주입식 교육이 옳지 못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잠드는 것과 잠깨는 리듬을 혼란시키고. 어린이를 항상 수동 상태에 있게 하고, 지식을 외부에서 주입함으로써 속에서 부터 자라야 할 의지력과 생명력의 싹을 꺾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결코 창조력이 자랄 수 없습니다.

 

스며들 듯 받아들일 듯 때 정당하게 수용된다

 

 뉴질랜드의 아동도서관 사서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인 도로시 화이트여사의 이야기입니다.

 

  "딸 캐럴이 두 살 때 브라운의 <모두 잠이 들어요>를 참 좋아했습니다. 토끼가 있는 페이지를 펴고 옆에 있는 '홍당무도 좋혀.'라고 말했어요. 책이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경험이 또한 책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지요.

  어린 캐럴이 책과 생활을 교류시키는 모습을 보며 경탄했습니다. 그때 캐럴은 행복했습니다. 동시에 엄마인 나도 그 순산의 행복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결국 그림책을 스며들 듯 받아들일 때야말로 정당하게 수용되는 것입니다."

-<Books before Five>중에서

 

  그림책을 지나치게 지식 교육용으로, 혹은 지나치게 정서 개발용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림책을 이용해서 가정에서나 유아교육 기관에서 유아에게 무엇인가 알게 하려고 너무 잔재주를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유아가 마음속으로부터 얼마만큼의 만족감과 충족감을 얻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읽고 난 뒤 어린이의 경탄, 눈빛의 반짝임에 가장 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 때의 행복감, 충실감이 유아의 성장에 커다란 에너지가 된다고 확신합니다. '스켜들 듯이 받아들일때야말로 정당하게 수용되는 것이다'라는 화이트 여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147p~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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