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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30] 상상력이 부쩍 자란다 - 3세 이후

작성자시몽|작성시간12.02.13|조회수31 목록 댓글 1

   정말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가 읽기 전과는 무언가 달라진 것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고, 자신이 커진 것 같기도 하고, 강하고 용감하고 부드러워진 것 같지요. 멋진 연애소설을 읽고 주인공과 같은 사랑을 체험한 듯 충만감을 맛볼 때가 있지 않습니까.

 

  '언젠가'에 대한 소망이 아이를 성장시킨다

 

  이런 체험이 '감동'입니다. 영화, 연극. 음악, 그림, 조각 등에서 느끼는 감동의 누적은 정신 생활에 충실감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입니다.

  감동을 받으면 '언젠가 나도 그런 멋진 사랑을 해보고 싶다.' 등의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언젠가'라는 기대는 인간의 성장에 매우 큰 에너지로 작용합니다. 특히 어린이는 항상 언젠가 해보고 싶다, 언젠가 되어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성장합니다. 이런 감동, 충실감, 마음으로부터의 만족을 얻었을때, 마음의 폭이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마음이 채워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죠. 그 행복감이야말로 어린이 성장의 샘입니다.

  유아가 그림책을 보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린이가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을 어린이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도로시 화이트 여사는 '성인 문학에는 드물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에는 정말로 즐거운 책들이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는 그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같은 책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해서 봅니다.

  오래 전 들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봄이 왔지만 아직 밖에서 놀기에는 추운 날씨여서 세 살, 두 살이던 두 딸은 방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창 밖을 보더 언니가 무엇을 보았는지 동생을 창가로 데리고 가더니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열심이던지 집안 일을 하던 엄마도 일손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무얼 보고 있는 걸까.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언니가 창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자 봐! 코를 킁킁 하잖아!"

  엄마는 깜짝 놀라서 큰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창 밖을 다시 보았습니다. 마당에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엎드려 있었는데.....자세히 보니까 그 곁에 작은 민들레가 한 송이 피어 있었습니다.

  "코를 킁킁? 아, 그렇구나!"

  그제야 엄마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지료. 엄마의 가슴에 따뜻한 무언가가 번져갔습니다. 그 날 밤 두 아이가 잠든 다름 엄마는 아빠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한 권의 그림책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우리 애가 창 밖에서 본 건 이 그림책의 얘기예요."

  <코를 킁킁>(비룡소)이란 그림책은 흑백으로 된 아주 수수한 그림책입니다. 겨울잠을 자고 있던 숲속 짐승들이 잠에서 깹니다. 무엇을 감지했는지 짐승들이 둥지를 빠져나와 하얀 눈 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들쥐, 곰, 달팽이, 다람쥐들이 모두 눈 위를 달려갑니다. 화면은 까만색으로 처리되었고 하얀 눈과 대조를 이룹니다. 그런데 몇십 마리의 짐승이 둥그렇게 모인 한가운데 조그만 꽃 한 송이가 노랗게 피어 있는 것입니다. 줄거리는 참 단순합니다. 하지만 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짐승들이 봄을 발견한 기쁨이 정말 잘 표현되어서 보는 이에게도 기쁨이 생생하게 전해져 옵니다. 흑백으로 그려진 화면 가득 긴장감이 감돌다가 마지막 절정에 노란색의 작은 꽃송이에 봄을 표현한 연출이 뛰어납니다.

  아이 엄마는 한 달 전에 우연히 이 그림책을 사서 큰딸에게 읽어주었습니다. 큰딸은 밤마다 싫증도 내지 않고 반복해서 <코를 킁킁> 책을 즐겼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세계를 직접 본 것입니다. 마당에서 민들레를 보고 있는 개를 발견한 것이지요. 큰 발견입니다. 기쁠 수밖에요. '동생에게 가르쳐줘야지'라고 생각했을 테지요. 동생이 이해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엄마는 딸라이의 흥분과 기쁨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도 기뻤겠지요. 딸과 공감할 수 있는 세계를 가졌다는 확신, 엄마도 이 기쁨을 놓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의 기쁨을 위하여!

 

  이처럼 한 권의 훌륭한 책은 인간의 내면 세계를 바꾸어놓는 힘을 가졌습니다. 만약 이 아이가 이 그림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마당에 누운 개는 그냥 개일 뿐이고, 민들레는 단순히 민들레일 뿐이었겠죠. 하지만 이 아이는 개와 민들레를 연결지어 그림책 속 세계를 그려냈습니다. 이 아기의 상상력은 이 그림책 작가인 루스 크라우스(글)와 마크 사이먼트(그림)의 상상력과 같은 것이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스스로 상상하는 힘을 획득한 것입니다. 그림책을 읽어준 엄마가 공상의 씨앗을 뿌려준 셈이겠지요.

  세 살, 언어능력이 놀랍게 발달하고 상상력과 호기심도 부쩍 자랄 때입니다. 그에 따라 언어가 만들어내는 공상의 세계, 이야기의 세계에 몰입하는 때입니다. 이 시기에 뛰어난 언어와 훌륭한 그림이 있는 책의 세계에서 마음껏 즐려보는 경헙은 독서생활의 기초를 닦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3세부터 시작하여 5~6세까지 '책의 기쁨'을 알게 된 어린이는 평생 책을 가까이할 것입니다. 책의 세계에 들어가는 과정은 글자를 혼자 읽을 수 있기 전에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아십니까? 프랑스의 국립아동도서관 이름이 '책의 기쁨을 위한 도서관'이란 것을.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153p~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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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책읽어주는아빠 | 작성시간 12.02.14 시몽, 덕분에 잘 읽고 배웠어~ 홧팅!!! ㅋㅋ 까까똥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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