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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31] 어떤 그림책을 선택할까?

작성자시몽|작성시간12.03.02|조회수83 목록 댓글 0

  어른은 문자 문화의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시각화되고 있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 신문, 잡지 등의 매체는 문자문화 범주 속에서 변화할 뿐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그림책도 "책"으로서 문자문화에 연결지어 버립니다. 그림책에 쓰여진 문자를 읽는데 비중을 둡니다. 어린이에게도 그림책을 독서의 입문 단계로서 제공하려 듭니다.

 

  그림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책

 

  그러나 어린이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그림책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림책을 손에 들고 처음 펼쳐보는 순간부터 차이는 확실하게 나타납니다. 글을 아는 어른은 그림을 대범하게 지나치는 반면, 어린이는 글자를 알 수 없는 부호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책 보는 방법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않으면 잘못된 제시방법을 취하기 쉽습니다.

  어른은 그림을 대출 본 후에 글자를 읽기 시작합니다. 글자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려 합니다. 어린이는 알 수 없는 활자는 대강 보아 넘기고 그림속으로 빨려듭니다. 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글자에는 별 흥미가 없습니다. 대신 그림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온힘을 다해 파악하려고 합니다. 화면 구석구석 세세한 것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작은 소도구도 놓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누군지도 금방 찾습니다. 화면을 연속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이 누군지는 금세 알 수 있지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도 알게 되고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의 변화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속에 감추어진 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다음 화면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집 이야기>(시공주니어)나 <구리와 구라의 소풍>(한림출판사)같은 그림책을 보십시오. 글자를 읽지 않아도 화면을 차례로 보아가면 위의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이 말해주니까요. 이것이 어린이의 입장에서 보는 그림책 세계입니다. 여러분이 전혀 모르는 외국 그림책을 접할 때와 같겠지요. 그림책을 보고 뜻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래서 그림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고 이해가 된다면 그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그림을 읽습니다. 그러니 그림책은 글자가 아니라 그림이 말하는 책이어야 합니다. 훌륭한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린이는 그림을 읽고 어른이 글자를 읽어준다면 그림책 전체의 모습은 어린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이것이 그림책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그림책을 살리는 길입니다.

 

  색은 내게 뛰어들고 모양은 내가 들어간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상대에게 잘 전달되게 표현하려면 그것에 대한 분명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딘지 애매하여 정확하게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한 단단한 표현력은 유아기부터 체험이 누적되어야 가능합니다. 유아기부터 사물을 똑똑히 보고 이해하는 경험을 쌓지 않으면, 커서도 언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잘 발달하지 않습니다. 어릴떄의 체험은 표현력의 기초입니다.

  '귀'의 체험이 첫 번째입니다. 어린이의 언어 능력은 얼마만큼 풍부한 언어를 듣고 자랐는가와 비례합니다. 다음은 '눈'입니다. 눈으로 글자를 읽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 즉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파악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 유아기 교육 목표의 하나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즐길 수 있는 눈을 가진 유아는 곧 언어를 읽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림을 읽고 즐거워한다는 것은 아이의 두뇌 속에 그림을 통한 이야기 세계가 형성되어간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유아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달시켜서 문자를 통해 언어를 파악하는 경우에 큰 역할을 합니다. 즉, '언어를 눈에 보이는 세계로 바꾸는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내용 전달이 잘 되는 좋은 그림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얼핏 보고 귀엽게 느껴지는 그림이나 눈을 끄는 색채를 선택하기 쉽지만, 표면적으로 눈을 끄는 귀여움이나화려함은 서점 전시에나 효과적일 뿐 오히려 그림책에는 불필요합니다. 독서의 본질과 연결되는 그림책은 아닙니다.

  어린이가 실제로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면 어른들의 기호와는 확실히 다른 것을 알게 됩니다. 4~5세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시공주니어)는 흑백 그림책입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우락부락 염소 세형제 이야기>도 파랑, 초록, 노랑, 검정의 색 조화나 선이 유아용 그림책인가 싶을 만큼 거칠고 굵게 표현되었지만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가운데는 어른의 눈에 들지 않는 그림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림이 얼마만큼 풍부하게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가'이지, '귀엽다''색이 밝고 예쁘다'가 아닙니다. 이야기 표현력이 가장 강한 그림의 요소는 모양입니다. 색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받쳐부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좋습니다. 때문에 색이 없는 편이 그 이야기를 더 적절하게 표현해내고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색은 저 쪽에서 내 쪽으로 뛰어드는 것이지만, 모양은 반대로 내 쪽에서 저 쪽으로 주목하고 인지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즉, 색은 내 눈을 잡지만 모양은 내 눈이 잡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온 산이 타는 듯한 단풍을 보고 사람들이 "와, 곱다!"라고 감동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잖아요. 그러나 계곡의 거암, 기암인 경우는 어떻습니까. 저것은 거북이 같다 또는 사자를 닮았다고 하면서 거북바위 사자바위 등의 이름은 붙입니다.

  바로 이 차이지요. 색의 지각은 직접적, 즉각적, 수동적인데 비해 모양의 지각은 간접적, 추상적, 적극적이지요."

 

  어느 정신과 전문의가 한 말입니다.

 

  문장은 아름답고 정확하게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문장입니다.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인지 평가해야 합니다. 시는 물론이고 지식 그림책, 과학 그림책이라도 설명문 문장 나름의 아름다움과 정확성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찌했는가'의 요소들이 명확하고 알기 쉽게 쓰여져 있어야 합니다.

  먼저 시간(언제), 장소(어디서),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누가)이 나옵니다. 이 세가지 요소가 이야기 발단에서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옛날 옛날에(언제), 어느 곳에(어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누가) 살고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옛이야기가 가장 전형적인 예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시간, 장소, 인물의 삼박자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특별히 시간을 밝히지 않는 경우는 형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옛날, 스페인의 훼르디난도라는 귀여운 송아지가 있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비룡소)

 

  "옛날 옛날에 앵거스라는 아주 조그만 강아지가 있었어요."

  -<앵거스와 두 마리 오리>(시공주니어)

 

  "들쥐인 구리와 구라는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숲속으로 갔습니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한림출판사)

 

  발단에 이어 주인공의 특징이 간단명료하게 제시되면서 이야기 진행이 필요한 조건이 듣는 이에게 전달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서, 어찌 되었는가', 즉 사건이 일어나고 발전하고 절정에 이르고 결말을 가져오며 끝을 맺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중심이 되는 생각, 즉 주제)을 등장 인물의 태도, 행동, 회화 등으로 눈에 보이드싱 또렸하게 서술합니다. 주제는 어디까지나 등장인물을 통해 일관성있게 서술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혼란이 생기고 '정말이구나'라는 느낌도 가질 수 없게 되어 이야기는 실패하고 맙니다.

  이야기 전개에 가장 중요한 부분, '무엇을, 어떻게, 어찌 되었다'는 것은 모두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서술되어야 합니다. 문장을 들으면서 이야기 세계가 머릿속에 또렸이 그려지지 않으면 듣는 이가 그 세계에 빠져들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이야기가 보이지 않고 뭔지 모르겠다는 상태에서는 이야기를 즐길 수 없으므로 듣는 이는 흥미를 잃고 다른것으로 관심을 돌려버립니다.

 

  "야 정말이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부묘사

 

  좋은 이야기를 가려낼 때는 문장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차례차례 머릿속에 눈에 보이듯이 영상화되는가를 시험해 보면 됩니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 문장을 눈으로 읽지 말고 귀로 들어보아야 합니다. 누군가가 읽고 자신이 귀로 들어보아서 차례차례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매우 좋은 문장입니다. 어린이는 그림책 문장을 귀로 듣기 때문에 어른도 어린이와 같은 입장과 조건으로 접해보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여섯 마리입니다. 장갑은 꽉꽉 들어찼어요.

  그 때 나뭇가지가 뚝뚝 꺼꺼어지는 소리가 나며 곰이 다가왔습니다."

 

  <장갑>(한림출판사)의 한 장면입니다. 이 문장이 '이때 곰이 나타났습니다.'라고 되어 있어도 줄거리에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뚝뚝 꺾어지는 소리가 나며' 라는 말이 들어감으로써 커다란 곰이 숲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눈에 휜히 떠오르지 않습니까? '뚝뚝'이라는 의태어가 있음으로써 그 정경이 눈에 떠오르는 것입니다.

  물론 유아에게 너무 세부적인 정경묘사나 심리묘사는 번거롭고 이미지를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자리에서 정확한 세부묘사를 하는 것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실감나게 하며 '야, 정말이구나'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신기하세도 이런 조건은 옛이야기 속에 잘 갖추러져 있습니다. 옛이야기는 언어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온 마력 같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그림은 보는 눈

 

  어느 아버지가 세 살 난 아들의 생일 선물로 팻 허친즈의 <티치>(시공주니어)를 사주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아빠에게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졸랐습니다.

 

  "티치는 아주 작은 아이였어요.

  누나 메리는 티치보다 조금 컸고요.

  형 피트는 티치보다 꽤 컸지요.

  피트는 아주 커다란 자전거를 탔어요.

  메리는 티치보다 조금 큰 자전거를 탔고요."

 

  아버지는 책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읽어나갔고 아들은 그림을 찬찬히 보고 있었지요. 피터의 자전거가 메리의 자전거보다 약간 크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살배기 아들이 "정말이야. 피터의 자전거에는 라이트가 있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아빠는 그제서야 피터 자전거에는 라이트가 있고 메리 자전거에는 라이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답니다. 문장에 피터는 '아주 큰' 자전거, 메리는 '큰'자전거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그 차이를 아이는 귀로 듣고 실제로 그림 속에 표현된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피터의 자전거가 메리 것보다 약간 크지만 한쪽에는 라이트가 있고 다른 쪽에는 라이트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것이지요. 그래서 '아주 큰'과 '큰'의 차이를 납득하게 되어 '정말이야'라고 말한 것이지요. 이것이 어린이가 그림을 보는 눈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몇가지 사실을 지적해 줍니다.

 

 첫째, 어린이는 그림책의 문장과 그림의 관계를 확실하게 규명하려 합니다.

 둘째, 어린이는 그림을 굉장히 날카롭게 봅니다.

 셋째, 그림책의 그림은 문장 표현이상으로 이야기의 내용이 부족함 없이 적절하게 그려져 있어야 합니다.

 넷째, 때문에 화가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문장과 그림이 완전히 일치될 때 어린이는 '정말이다'라고 납득하며, 신뢰감과 공감을 가지고 그림  

          책 세계에 들어가 즐거운 체험을 합니다.

 

  진정 어린이의 귀가 얼마나 섬세하지 아시겠지요.

  작가는 누구나 전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표현하는 행위가 생길 수 없지요.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무엇을 주제라 합니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사상 내용이며 작가가 그려내고자 하는 주요 제재입니다.

  어른은 문장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고 평가합니다. '이 그림책에는 참 좋은 것이 담겨 있구나.'(정말 잘 표현했구나 하는 것과 다릅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과 어린이의 관심이 어긋나는 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문장과 그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일어납니다. 어린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무엇을 문장과 그림이 일치된 표현을 통해 납득하고 공감합니다. 반대로 문장과 그림이 따로따로 놀면 그림책 세계에 들어가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흥미를 잃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표현방법이 좋지 못한 것이지요.

  그림책 성공 여부의 열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그림책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린이에게 잘 전해지도록 눈에 보이는 듯한 언어로 짜여져 있으며, 언어로 표현한 내용을 그림이 잘 이어받아 세부와 전체를 조화롭게 표현합니다. 이런 경우. 어린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말이다'라고 납득하며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아무리 주제가 훌륭해도 '어떻게 전달하는가'의 표현방법이 어린이가 납득할 수 있게 그려져 있지 않으면 작가의 생각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런 책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림책의 주제가 유아에게 납득이 되는 형식으로 문장과 그림이 질적으로 일치되어 있는가를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연령이 어릴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정말이야'라고 납득시키고 공감하게 하는 힘은 '어떻게 말하는가' '어떻게 전달하는가'의 표현방법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을 선별하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어린이와 함꼐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어린이의 눈으로 가려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어른의 눈으로, 또는 문학과 미술면에서 평가를 하면 비로소 그림책의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서 읽는이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감동시키는 것은, 작가의 훌륭한 생각이 주인공을 통해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의 행위에 공감하고 그 공감을 통해 작가의 생각에 접하고 납득합니다. '정말이야'라는 내용은 결코 한 가지일 수는 없습니다. 그 질의 차이를 가려내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157p~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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