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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이야기 교육이란?

작성자책읽어주는아빠|작성시간10.04.29|조회수61 목록 댓글 0

들어주자, 들어주자 - 마주이야기 교육

박문희


1. 마주이야기 교육이란?

마주이야기 교육! 마주이야기 교육이 무슨 교육이냐? '들어 주자, 들어 주자'입니다. 뭐를 그렇게 '들어 주자, 들어 주자' 하느냐? 네, 아이들 말이지요.
* 아이들 말을 들어 주고, 들어 주고 알아주고 감동하는 교육.
*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들어 주자는 교육.
*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어떻게 하면 더 잘 들어 줄 수 있을까'를 알아 내자는 교육입니다. 그럼 아이들 말을 이렇게 들어 주자, 들어 주자 했으니까, 아이들 말 먼저 들어 보자구요.

2. 하고 싶은 말을 하고야 마는 아이들

아침은 바쁘고 바쁩니다. 열심히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은, 가르칠 것 준비하느라 더 바쁩니다. 이렇게 바쁜데, 김진혁이 어린이집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우리 아빠∼"
이때 교사는 아이 말을 들어 줄 새가 어딨어요?
"진혁아, 이 책 2층 선생님께 갖다 드려. 그리고 거기서 놀다 와."
이렇게 아예 아이를 다른 반으로 쫓아 내려고 심부름을 시켜 버립니다. 그런데 심부름 갔던 진혁이 금방 와서는,
"선생님! 책 갖다 놓고 왔어요. 우리 아빠요∼"
이러면 교사는 '바뻐 죽겠는데 쟤는 웬 말이 저렇게 많아.' 이렇게 못마땅해하면서
"선생님 바쁘니까 이따 말해."
이렇게 두말도 못하게 해 놓고는 옆방으로 가서 문을 잠가 버립니다. 가르칠 것을 준비하려고 그러는 거지요. 그렇지만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이따 말을 할 수 있겠냐는 듯,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해야지 어떻게 참느냐는 듯, 잠근 문안을 들여다보면서, 거기다 문까지 쾅쾅 두드리며,
"선생님 우리 아빠 큰일 날 뻔했어요."
합니다. 이쯤 되면 안 들어 줄 수가 없는 거지요. 아빠가 큰일 날 뻔했다는 데야.
"아니, 왜?"
"있지요. 우리 아빠 드라이기 쓰다가 퍽! 하고 연기 났는데요. 우리 아빠 튀겨질 뻔했어요."
이 말, 이 말 하려고 그렇게 쫓아 다닌 거지요. 하고 싶은 말을 하고야 마는 아이들입니다.

3. 하고 싶은 말은 외우지 않고도 잘 합니다.

어저께요. 우리 엄마랑 빵집에 갔는데요. 엄마가요. "진우야 어떤 빵 먹을래?" 그래서요. 제가요. 꼬불꼬불하고 설탕 묻어 있는 빵을 골라서요. 집에 올 때까지 먹었는데요. 엄마가요. "진우야 입술에 설탕 묻었어. 이 휴지로 닦아." 그래서요. 제가요. "싫어요." 그랬더니요. 엄마가요. "그럼 일루 와. 엄마가 닦아 줄게." 그래서요. 제가요. "싫어요. 내가 이렇게(혀를 한 바퀴 돌리면서) 핥아먹을 꺼예요." 그랬어요.(6살 연진우)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거 있지요. 말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이렇게 말이 하고 싶어 못 견디고 들어 달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진우가 여기서 꼬불꼬불하고 설탕 묻어 있는 빵이라고 했는데요. 꼬불꼬불하고 설탕 묻어 있는 빵이 뭐겠어요? 꽈배기, 꽈배기라고 다 들 알고 계시네요. 빵 이름이 입 속에서만 뱅뱅 돌 때, 그래서 답답할 때 아이들은 그 빵 모양을 나타내는 말을 다 끌어다대며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자랍니다.
우리가 흔히 대단한 교육을 하는 양, 어휘 능력을 길러준다느니, 의태어 의성어를 알게 한다느니, 하면서 법석을 떠는데요. 우리 여섯 살 연진우 뭐 의태어를 가르쳐서 저렇게 말을 시원하게 하겠어요?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필요한 말 다 끌어다가 불편하지 않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혁이가 그렇게 하고 싶은 말, 그리고 진우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 봤는데요. 여기서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야 만다.' 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또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 한 말은 외우지 않고도 잘 한다.' 이렇게 되지요? 아니,'우리 아빠 튀겨질 뻔했어요. 혀로 핥아먹었어요.'이런 말 외워서 한 말이에요? 달달 외워서 한 말이에요? 아니지요.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 한 말이지요. 하고 싶은 말은 외우지 않고도 잘 합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말, 외우지 않고 하는 말은 아이들이 문제가 있을 때 한다는 겁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혼자서 풀어 내려고 하다하다 안 될 때, 도와 달라고 하는 말이라는 거지요.

4.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가득 들어 있는 아이들 말

7살 현지네 식구들의 마주이야기를 잠깐 들어 볼까요?
현지가 어린이집 끝나고 집에 가니까 장롱 정리를 하던 엄마가 언니 옷을 들어 보이면서,
엄마 ; 이 옷 아무래도 언니한테는 작겠는데, 얘 현지야, 이리 와. 이 옷 좀 입어 봐. 아유, 우리 현지 많이 컸네, 뒤돌아 봐. 아유 딱 맞네. 여기 단추 떨어진 거나 좀 꿰매 달고, 여기 레이스 떨어진 거나 달면 올 겨울 따뜻하게 날 수 있겠는데. 아니 근데, 이 옷을 너 주고 나니까, 언니가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 현정아! 니 옷을 현지 주고 나니까 니가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 얘.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는데, 엄마 오늘 시장 가는 김에 아예 니 옷도 사자.
현지 ; 엄마 나두 따라 가면 안 돼?
엄마 ; 그래, 너두 같이 가자.
시장 옷가게 아주머니 ; 누구 옷 사러 오셨어요.? (엄마가 턱으로 언니를 가리키자.) 내년까지 입으려면 낙낙해야 되겠지요?
엄마 ; 아유, 딱 맞는 옷으로 주세요. 작아지면 지 동생 주지요 뭐.
이렇게 돼서 언니는 언제나 딱 맞는 옷에다 새 옷을 입게 된 거지요. 언니 옷을 사러 간 거니까, 언니가 일어나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옷을 만져 보기도 하고 대 보기도 하면서,'엄마, 이 옷 어때? 아줌마 이 옷 얼마예요?'하면서요. 이 때 걸상에 앉아 있던 현지도 일어나서 언니처럼 옷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옷을 만져 보기도 하고, 대 보기도 하면서요. 이러는 현지를 본 언니가,'얘는, 니 옷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일어나서 설치고 야단여 얘?'한 거지요. 너는 니 옷 사는 거 아니니까 얌전히 앉아 있으라는 거지요.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지 말라는 거지요. 문제가 생긴 거지요. 현지는 일어나서 옷을 고르고 싶은데, 언니는 니 옷 사는 것 아니니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니 문제지요. 현지가 자기 옷 사는 거 아니니까 고르고 싶지 않다면야 뭐가 문제겠어요? 그렇지만 현지가 옷을 고르고 싶으니까 문제지요.
생활 속에서는 이렇게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다 문제에 부딪쳐 힘들어하다가, 그러다가 침 튀기며 말싸움으로 핏대를 세우고, 그러다가 끝내는 피 터지게 몸싸움으로 문제가 커지는데요. 이 때 우리 7살 현지는 이 문제, 말싸움도 몸싸움도 하지 않고 풉니다. 언니가 두말도 할 수 없게, 언니도 그렇구나! 이렇게 알아들을 수 있게 문제를 풉니다. 언니뿐만 아니라, 언니 옷을 물려입는 그 많은 동생들, 동생한테 옷을 물려주는 그 많은 언니들, 이 틈바구니에서 시달려 온 엄마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문제를 풉니다. 어떤 말로 이 문제를 풀었는지 궁금하지요? 우리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님들! 우리 회원들이 하는 일이 많은 작가들이 어린이를 위해서 쓴 책을 읽고 좋은 책을 뽑아 내는 일을 그 동안 애써 해 오셨는데요. 저는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에 이렇게 공감하고 감동스런 말을 창작동화 세계명작 동화에서도 읽어 보지 못했어요.
"언니, 언니가 입다 작아지면 내가 입을 거니까, 내 맘에도 들어야 돼."
언니가 입다 작아지면 내가 입을 거니까, 내 맘에도 들어야 된다고 하지요? 다들 끄떡끄떡 하시는데요. 공감되지요? 그러니까 재미있지요? 감동스럽지요? 흔히들 동화 작가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동화 한 편을 쓰고는, "이 동화(동시) 한 편을 쓰는 일은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일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게 되는데요. 얼마나 글쓰는 일이 힘들면 그러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뼈를 깎고 피를 말리면서 쓴 긴 글도 무슨 말을 하려고 쓴 글인지, 재미 공감 감동이 없는 글도 있잖아요. 현지가 뭐 이 말을 달달 외워서 했겠어요? 현지가 이 말을 뼈를 깎고 피를 말리면서 했겠어요? 아니라는 거지요. 그 동안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었고, 그러기에 외우지 않고 할 수 있는 말이지요. 언니가 맘에 드는 옷을, 딱 맞는 옷을, 새 옷을 사 가지고 와서 며칠 입지도 않고 물려입을 때도 있었고, 어떤 옷은 며칠이 아니라 사 온 그날로 물려입을 때, 현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장미꽃 있는 옷을 사는 게 아니라 레이스가 늘어진 긴 옷을 사는 건데.' 이런 일도 있었겠고, 또 언니 새 옷을 언니보다 현지가 더 오래 입을 때도 있었겠지요.
이렇게 옷을 물려입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또 경험하면서 이 답답한 문제를 풀어내게 된 거지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가득 들어 있는 아이들 말입니다. 그리고 교육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 말해 보기에서 딱 부딪쳤던 문제가 아이들 말 속에 가득 들어 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지 않고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아이들 말입니다.

5. 깊이가 있는 아이들 말

지금까지 아이들 말로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야 만다. 하고 싶은 말은 외우지 않고도 잘 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가득 들어 있는 아이들 말, 이렇게 아이들 말을 들어 봤는데요. 이번에는 아이들 말은 얼마가 깊이가 있나에 대해서 알아보자구요.
안정미와 엄마의 마주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해요.

정미 ; 엄마, 나 새 운동화 사 줘.
엄마 ; 그래, 토요일 날 사러 가자.

정미가 새 운동화 사 달라고 하자마자,'그래 토요일 날 사러 가자.'했으니 문제가 없는 거지요.'운동화 멀쩡하데 뭘 사 달라고 하느냐, 작으면 꾸불트려 신어라.'뭐 이러면서 안 사 주려고 해야 문제가 되잖아요. 사 준다고 했으니 문제가 없는 거 같지요. 그런데 정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더는 참고 견딜 수 없는 말이 있습니다. 그 동안 쌓이고 쌓인 문제를 이제는 풀고 지내야 된다고 단단히 마음먹고, 새 운동화를 사 준다는 엄마한테 말대꾸를 합니다.

정미 ; 근데 엄마, 이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엄마한테는 미워도 나한테 예쁘면 꼭 사 줘야 돼.

그 동안 엄마가 무슨 짓을 했겠어요? 엄마 거를 사러 갔으면 엄마가 예쁜 거 사도 되겠지만, 정미 거를 사러 가서 정미가 맘에 드는 것 예쁜 것을 골라 들고,'엄마, 이거.'했을 때, 엄마가'이거 안 돼. 이거 안 좋은 거야. 니가 뭘 안다 그래.'이러면서 엄마가 예쁜 것 골라 가지고 와서, 그 동안 정미가 미운 것을 신고 입어야 했을 때마다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이 세상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겠지만, 기억이 날 때부터 따져 봐도, 4살 5살 6살 7살, 4년이나 쌓이고 쌓였던 문제를 드러낸 거지요. 엄마만 좋지 말고 나도 같이 좋게 문제를 풀자고 하잖아요. 그러니 4년이나 깊이가 있는 말이지요.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에서 노래하듯이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공부나 해.'이렇게 몰아붙이는데, 아이들 쓸데없는 말 안 합니다. 아니 말 하는 사람이 '나 지금부터 쓸데없는 말 하겠습니다.'이러면서 말하는 사람 봤어요? 아침이면 아침대로 하루를 보내는데 혹시 맘 상할까 봐 못하고, 저녁이면 저녁대로 잘 자지 못할까 봐 못하고, 이래 못하고 저래 못하고, 혼자서 문제를 풀려고 하다하다 안 될 때 도와 달라고 말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말을 듣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르치려고만 드는 어른들이 쓸데없는 말로 몰아치는 거지요. 그래서 답답 병, 억울하고 분한 병, 외로운 병, 무서운 병, 이런 안 좋은 병에 걸린 채 마지못해 자라고 있는 거지요. 이렇게 문제가 쌓이고 쌓인 아이들이 가르치는 것을 받아 먹을 수가 있겠어요?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은 아이들 말을 들어 주지 않고 "여기 봐, 여기 봐." 하면서 들어 달라고만 하는데요. 아이들 자리에서 보면, '내 말은 쓸데없는 말로 몰아붙이고, 쓸데없는 말만 들으라고 하네.' 이렇게 되는 거지요.

깊이가 있는 아이들 말을 이야기하다가 말이 많아졌는데요. 정미 말은 그야말로 그 또래 아이들이 얼마나 하고 싶던 말, 듣고 싶던 말이겠어요. 공감되는 말이겠어요. 공감되면 재미 감동이 따라가잖아요. 이러니, 아이들이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 한 말은'그 또래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이렇게도 되지요. 요즘, 교육 기관에서 우리는 이런, 이런 교육을 합네 하면서 무슨 교육을 하는지 알리는 글을 보면, 다 창의력 사고력을 길러 준다고 떠벌리는데, 글쎄요. 마주이야기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 그래서 외우지 않은 말, 아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가득 들어 있고 깊이가 있는 말,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을 하게 합니다. 아이들 말을 들어 주기보다 열심히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은 아이들을 무시하는 교육, 아이들이 무시를 당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무시를 당하고 어떻게 창의력이고 사고력이고 길러지겠는가! 아이들 말을 들어 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면, 들어 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준 거만큼 바로 그 만큼 아이들은 자신감으로 쌓이고 쌓여,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것만큼 하면서 자랄 겁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여러분!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면서 자라도록, 아이들 말로 갈래를 지어,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교육을 해 보자고요. 이렇게 아이들 말로 하는 재미있고 공감되고 감동스런 공부는, 학교에서는 해 내기가 어려울 겁니다. 가르치는 교육은, 아이들을 여러 명 한꺼번에 가르칠 수 있지만, 들어 주는 교육은 단 두 명 말도 한꺼번에 들어 줄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들어 주는 교육이 아동 중심 교육이고, 개별화 교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모든 것이 가득 들어 있는 말을 할 수 있게 입을 열어 주는 교육이 열린 교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들어 주는 교육은, 아이들이 마음 속에 안 좋은 것을 다 깨끗이 말로 드러낼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이런 교육은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고 공감되고 감동스런 교육으로 받아들이지만, 가르치는 사람들은 귀찮고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 교육을 걱정해서 모인, 우리 어린이도서연구회 같은 단체에서는 벌써부터 하고 있는 데가 있는 걸로 봐서 잘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작은 모둠에서 아주 재미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밤을 새워 해도 재미있을 겁니다.

6.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 가장 듣고 싶은 말로 하는 재미있는 공부

그럼 먼저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더 들어주기 위해서 아이들 말을 써 볼까요.

엄마가 내 말 안 들으니까. (5살 채규진)
엄마 ; 규진이는 청개구리야.
규진 ; 엄마, 나 청개구리 얘기 알아.
엄마 ; 어떻게 알아?
규진 ; 테레비에서 봤어. 엄마가 떠내려가.
엄마 ; 맞아. 청개구리가 엄마 말을 안 들어서 그래. 우리 규진이도 엄마 말을 잘 안 들으니까 청개구리야.
규진 ; 아니야, 엄마가 내 말 안 들으니까, 엄마가 청개구리야.

그런데 왜 엄마는 아무 것도 안 됐어? (7살 김성수)

엄마 ; 성수야, 너 그렇게 공부 못 하면, 커서 아무 것도 못해.
성수 ; 엄마는 어릴 때 공부 잘 했어?
엄마 ; 그럼 잘 했지.
성수 ; 그런데 왜 엄마는 아무 것도 안 됐어? 박사도 안 되고, 선생님도 안 되고. 아무 것도 안 됐잖아.

그렇게 화 잘 내는 거야? (6살 이상인)
엄마 ; 너 왜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듣니? 너 말 안 듣는 귀신, 두 마리 푹푹 삶아 먹어서, 말 안 듣는 거지?
상인 ; 그럼 엄마는 화 잘 내는 귀신, 두 마리 푹푹 삶아 먹어서, 그렇게 화 잘 내는 거야?

그럼 벽으로 붙어서 가면 되잖아! (6살 김재형)

재형 ; 엄마, 용진이네 놀러 가면 안 돼?
엄마 ; 차 위험해서 안 돼.
재형 ; 에이, 용진이랑 놀고 싶은데.
엄마 ; 엄마 지금 바빠.
재형 ; 그럼 용진이네 혼자 갈게.
엄마 ; 차 위험해서 안 된다니까.
재형 ; 그럼 벽으로 붙어서 가면 되잖아.

아이들 말을 들어 보면 엄마한테 질세라 말대꾸를 열심히 하지요? 잘 들어 보세요. 아이들 말이 맞지요? 5살 채규진이 자리에서 보면 엄마가 규진이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청개구리지요. 또 7살 김성수! 엄마가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다고 하니까 거침없이,'엄마는 왜 아무 것도 안 됐어? 박사도 안 되고, 선생님도 안 되고.'하잖아요. 공부 잘 해서 뭐가 돼야 된다고 오죽 닦달을 했으면 성수가 그런 말을 하겠어요. 그 하기 싫은 공부해서 엄마밖에 될 수 없다면 그 어려운 공부를 왜 해야 되느냐는 거지요. 거기다가 푸념까지 하면서 사는 엄마를 보면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갈 겁니다. 6살 재형이는 용진이네 놀러 가고 싶은데, 엄마가 데려다 줄 시간 없다, 차 위험하다 하면서 못 가게 하는 문제를, 용진네 가고 싶은 만큼 풀어 내잖아요. "벽으로 붙어서 가면 되잖아." 하면서요.

이런 마주이야기를 우리 회원들이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작은 모임 회원끼리 만나서 아이가 한 말은 아이가 하고, 엄마가 한 말은 엄마가 하면서 마주이야기 잔치를 해 보세요. 물론 아이에 따라서 큰 소리로 잘 하는 아이, 놀 때는 큰 소리로 놀다가도 사람들 앞에서 마주이야기 하자고 하면 모기 소리만 하게 하고, 또 손장난 발장난을 하고. 이렇게 엄마들 마음에 차지 않기도 할 겁니다. 그게 다 알게 모르게 가르치려고만 들어서 그렇습니다. 자주 자주 만나서 이렇게 잔치를 열면 다 살아가는 데 불편 없이 됩니다. 이런 말하기 잔치는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더할 수 없이 다 들어 있어서 들어 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기에 아주 좋습니다. 말하기 교육으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방법이 되겠지요. 발표 잔치를 할 때나 발표 잔치가 끝나고 나서,

"아유! 규진아, 엄마가 규진이 말 안 들으니까 엄마가 청개구리야? 맞아, 맞아."
"성수야, 정말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는데 왜 아무 것도 안 됐을까? 그치?"
"아유! 재형아, 그래서 용진네 집에 갈 때 벽에 붙어서 갔어?"

이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 주고 알아주면서 감동해 줘 봐요. 들어 주고 알아 주고 감동해 준 거만큼 자신감으로 쌓여서, 아이들과 어울려 당당하게 자랄 겁니다. 그리고 더 들어 주기 위해서, 아이들 마주이야기를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려서 전시회도 하고, 또 책도 내서 돌려보고 하는 것이 말하기 교육이고 글쓰기 공부의 바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말은 왜 있어요.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하고 자라라고 있는 거지요. 외외서 말하는 교육은, 하고 싶은 말이 아니기에 말하기 교육이라고 할 수 없지요. 하고 싶은 말은 외우지 않고도 잘 하니까요. 아니 하고 싶은 말을 외워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말대꾸 문제가 그래도 마음에 걸린다구요? 사람들 앞에서 나설 때, 안 나설 때 말대답하는 건 못마땅하다고요. 그게 다 아이들 말을 들어 주지 않아서 그렇게 자라는 겁니다. 어렸을 때 말을 마음껏 하고 자라면, 할 말, 안 할 말, 못할 말 가려 할 줄 알게 되는데 못하게 하면, 어른이 돼서도 말을 못해, 자기도 답답하고 듣는 사람들도 상처받고 그렇잖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듣기 싫다고 못하게 하면요. 꿍얼거리지요. 꿍얼거리지도 못하게 하면 물건을 거칠게 다루지요. 그것도 못하게 하면 아이들이 답답해서 더 난폭해집니다. 폭력은 아이들을 알아주지 않아서 나타나는 게 아닙니까?

다음은 겉돌지 않는 수 공부를,'상엽이 말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세요. 또래들 말로 하는 수 공부는, 아이들한테는 절실한 문제이기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그만큼 재미있게 합니다. 다음은 아이들 인간 됨됨이 교육. 사회에 무슨 큰 사건이 터졌다 하면, 인성 교육이 안 돼서, 사람 됨됨이 교육이 안 돼서, 그렇게 떠들썩하게 떠들다가 잠잠해지곤 하는데요. 이런 사람 됨됨이 교육도 마주이야기 교육에서는 아이들 말로 합니다.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면 받아들이지 않지만, 아이들 말로 하는 사람 됨됨이 교육은 아이들 말이 깊은 만큼 그 만큼 아이들을 감동시키기에 그렇습니다. 상인이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귀하게 알고 있나를 들어 보세요. 또 사람이 하는 일에 얼마나 감동 감동을 하면서 자라는지 들어 보세요. 이렇게 귀하게, 감동 감동하면서 자라는 상인이가 영어 교육으로 받는 상처도 들어 보세요.

10원짜리 10개도 안 돼? (7살 박상엽)

상엽 ; 엄마, 나 천 원만.
엄마 ; 안 돼.
상엽 ; 그럼, 오백 원만.
엄마 ; 안 돼.
상엽 ; 그럼 삼백 원, 아니 이백 원만.
엄마 ; 안 된다니까.
상엽 ; 그럼 백 원만.
엄마 ; 상엽이 요즘 돈을 너무 많이 쓰잖아. 아껴야지.
상엽 ; 그럼 오십 원짜리 두 개만.
엄마 ; 자꾸 그러면 엄마 화낸다.
상엽 ; 십 원짜리 열 개도 안 돼?
엄마 ; 그래, 안 돼. 그게 백 원이지 뭐. 우린 이모한테도 천오백만 원이나 빌려서, 갚아야 한단 말이야.
상엽 ; (옆에 있던 이모한테) 이모! 안 줘도 된다고 그래. 어서 빨리.

사람은 다 천연기념물이야. (6살 이상인)

상인 ; 천연기념물이 뭐야?
엄마 ; 사냥하거나 망치면 안 되고, 보호해 줘야 하는 동물이나 식물.
상인 ; 난, 천연기념물.
엄마 ; 니가 왜 천연기념물이야?
상인 ; 나? 사냥하면 안 되니까.
엄마 ; 너 사냥하면 안 돼?
상인 ; 사람은 다 천연기념물이야. 굉장히 중요해.

나 왜 이렇게 놔 났어? (6살 이상인)

상인 ; 나 왜 이렇게 놔 낳어?
엄마 ; 왜? 우리 상인이가 어때서?
상인 ; 영어 사람처럼 놔 놓지. 왜 이렇게 놔 났어?

온 세상이 영어, 영어 하니까 영어를 잘 하는 사람 생김새까지도 기준이 되어 버렸지요? 잘못된 교육은 이렇게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자신감을 잃게 합니다. 문제가 드러 났으니 이런 문제도 풀어야 되겠지요. 말하기 교육은 이렇게 아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드러 나야 합니다. 문제가 없으면 모르지만,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면, 아이들이 외롭게 자란다는 거지요. 모든 문제를 나만이 안고 있는 문제로 알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다른 사람은 아무 일이 없는데 나만 이렇게 문제에 문제 속에서 살아야 하나? 이렇게 되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어요.

얼마 전에는 10대 남학생이 여자 친구를 목 졸라 죽이려던 사건이 있었잖아요. 다행이 죽지는 않았지만요. 경찰에서 왜 죽이려고 했느냐고 하니까,'너무 행복해 보여서요.' 이랬답니다. 이런 문제도 다 말하기 교육의 잘못으로 아이들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서 생긴 사건이지요. 아이들마다 안고 있는 문제가 살아있는 말하기 교육으로 드러나면, 아이들이 모두다'아! 나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이렇게 아는 것만도 외롭지 않겠고요. 또 이렇게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서 풀 수 있기에 삶을 가꾸는 말하기 교육이 됩니다. 아이들 말 들어 주기 더 해 볼까요?

* "왜 엄마는 아무것도 안 됐어?" 이 말은 누가 한 말일까요? ( )
* 김재형이가 한 말을 채워 넣어 볼까요? ( )으로 붙어서 가면 되잖아.
* "사람은 다 천연기념물이야" 이 말은 누가 한 말일까요? ( )
* 박상엽이는 처음에 엄마한테 얼마를 달라고 했을까요? ( )원

이렇게 아이들 말로 하는 공부는, 내가 나오고, 또 내 동무가 나오고. 아이들 자라는 데 딱 맞아서 겉돌지 않는 감동스런 교육이 됩니다. 아이들 말 들어 주고, 알아주고 감동해 주는 마주이야기 교육으로 아이들을 자신 있게 자라게 합시다. 말대꾸를 마음껏 하고 자라는 아이는 자신 있게 자랍니다.


(박문희 님은 아람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마주이야기연구소장, 어린이문학협의회장이며
지은 책과 엮은 책으로는 "들어주자 들어주자, 맨날 맨날 우리만 자래, 침튀기지 마세요,
튀겨질 뻔 했어요 등이 있다.)

윗글은 “월간 동화읽는어른”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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