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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16] 어린이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그림책

작성자시몽|작성시간11.05.26|조회수62 목록 댓글 1

  그림책을 두 가지로 분류해 봅시다.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그려진것과, 그림책을 주는 어른의 입장에서 만든 것으로 말입니다.

 

어린이의 세계를 어린이의 발상으로 그렸는가?

 

<나무 숲 속>(한림출판사), <또 다시 숲 속으로>(한림출판사), <나랑 같이 놀자>(시공주니어), <구리와 그라>(한림출판사), <꼬마 곰>(비룡소)은 어린이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분의 그림책이 여기에 속합니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비룡소) 는 성공한 사례이긴 한데 어른의 논리와 발상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흥미를 갖지 못합니다. 때문에 어른의 입장에 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른의 입장에서 만든 그림책이 많아진 듯 합니다. 어른이 볼떄는 좋은데,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어른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강요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린이의 발상을 중요시하기보다 '어린이는 이러이러해야 하고 인간은 저러저러해야 한다.'는 관념적인 논리가 깔려있습니다.

 ' 어린이의 세계를 잘 알아서 어린이의 발상이나 기분으로 그려냈는가?'

이것이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어른이 주는 그림책이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 "이건 나의 세계구나!"라는 친근감으로 빠져들 수 있는 그림책이어야 합니다.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시공주니어),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의 <개구쟁이 꼬마 원숭이>(시공주니어), 호번과 윌리엄스의 <잘자라 프란시스>(비룡소),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토끼 이야기>, 마티선의 <파란 눈의 아기 고양이>, 버지니아 리 버튼의 <말광량이 기관차 치치>(시공주니어), <작은 집 이야이>(시공주니어), 한스 피셔의 <생일>,<피치>(시공주니어), 프랑스와즈의 <메리와 아기양>등등.....

 

어린이가 쉽게 들어가는 그림책

 

  '어린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 이것이 좋은 그림책과 그렇지 못한 그림책을 구분짓는 최대 기준입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그것을 한눈에 선별하는데 비래, 어른은 좀처럼 판가름하기 힘들다는 데에 그림책 선택의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어린이가 들어갈 수 있기만 하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가 있고, 그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나타낸 것이어야 합니다. 주제다 분명하고, 그 세게에 들어온 어린이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의 전개나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통해 포착해 낼 수 있는 책이어야 합니다. 이야기의 문학성, 그림의 예술성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1932년 미국에서 <곰 아저씨에게 물어 보렴>(비룡소)이라는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수수하고 고풍스러운 책이지만 그림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연구대상이 될 만한 책입니다.

  데니라는 남자 어린이가 엄마의 생일날 어떤 선물을 할까 궁리하다가 여러 동물들에게 상의합니다. 엄마의 생일선물 찾기는 유아에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제입니다. 유아가 일상 체험속에서 공감하는 주제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림책의 경우 매우 중요합니다.

  데니는 의논 상대로 여러 동물을 만납니다. 닭, 거위, 염소, 양, 암소.......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입니다. 이들은 각각 달걀, 베개에 넣을 거위 깃털, 치즈를 만들 염소 젖, 담요를 만들 양털, 신선한 우유를 선물하라고 말합니다. 가축마다 역할이 다르고 울음소리가 다른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킨 구성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데니와 가축이 주고받는 말은 리듬이 있어 노래처럼 즐겁습니다. 어린이들이 금방 외워서 함께 합창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장에 리듬이 있고 그 리듬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그림책의 아주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동물들의 제안은 멋졌지만 안타깝게도 데니의 엄마가 이미 다 가지고 있는 것이었죠, 그때 암소가 숲속에 사는 곰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가축들이 함께 가기를 거부해서 데니는 혼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데니는 숲에서 거다란 곰을 만납니다. 데니가 곰에게 엄마의 생일 선물에 대해 물어봅니다. 곰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줄 수는 없지만 좋은 생각이 있으니 가르쳐주겠다며, 데니에게 무엇인가를 속삭였습니다.

  데니는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준비한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맞혀 보라고 말합니다. 이 수법은 어린이가 잘 쓰고 좋아하지요. 엄마는 아무리 애써도 맞힐 수가 없었습니다. 데니는 드디어 엄마 목에 팔을 감고 포옹을 합니다. 곰이 아기를 안을 때처럼. 아, 그것이 곰이 가르쳐 준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제목과 이야기의 결망, 가축과 야생동물의 대비, 곰과의 포옹, 가축과 그 역할의 재인식, 이야기 전개에 사용된 다섯번의 반복과 줄거리 진행,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문체, 선물과 모자간의 애정 등등, 설정과 구상이 훌륭합니다.

작가의 사실적이고 평범한 그림 또한 더욱 현실감을 느끼게 합니다.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p82~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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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책읽어주는아빠 | 작성시간 11.06.06 시몽,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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