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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연구소 한담(閑談)

노이즈와 구조변화에 대한 경제학적 고찰

작성자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시간07.07.02|조회수9,107 목록 댓글 5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경제나 사회 현상 등 모든 현상에는 시공간적으로 일정한 법칙(law)을 갖는 구조적인 변화 외에도 수많은 노이즈(noise)가 혼재 되어 있다. 그래서 현상을 움직이는 또는 현상이 움직이는 일정한 법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카오스(chaos)처럼 보이거나 느껴진다. 즉 사람들 입장에서 노이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노이즈는 외생적 요인에 의해 생기기도 하지만 내생적(자기생성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기상이변(noise) 현상은 태양의 활동 변화나 대형 운석의 지구충돌 또는 대형 화산폭발과 같은 외생적 요인에 의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경제적 활동과 같은 내생적 요인에 의해 지구온난화라는 형태로 더욱 증폭되기도 한다.

 

경제 현상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를 보면 이른바 펀더멘털 요인을 반영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외생적 또는 내생적 노이즈들이 혼재 되어 있다. 그래서 주가예측은 불가능하게 된다.

 

노이즈는 모든 자연 현상과 인간의 사회 현상에 내재된 것으로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다. 노이즈를 일확천금의 도전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이즈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허용한도(오차 한계) 이상으로 노이즈가 증폭되면 대체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노이즈의 증폭은 기상이변이나 주가의 급등락과 같이 변동성의 확대를 의미한다.

 

삼라만상에 노이즈가 내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예측(forecast)이라고 할 때 무엇을 예측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모든 현상에 일정한 법칙성(규칙성)을 갖는 구조적 부분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노이즈 하나하나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일까? 만일 노이즈 하나하나에 대해 예측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때의 노이즈는 더 이상 노이즈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이즈가 노이즈일 수 있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측이라고 할 때는 노이즈에 가려 일정한 법칙성을 지닌 구조적 부분에 대한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일정한 법칙성을 지닌 구조적 부분에 대한 예측은 노이즈로 인해 안팎으로 끊임없는 불신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 구조적 부분에 대한 예측은 항상 실제 결과와는 노이즈만큼 틀리기 때문이다. 즉 항상 실제치와 예측치간에 노이즈만큼의 예측오차가 발생한다. 그래서 항상 구조적 부분에 대한 예측은 불신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러한 불신은 시공간적으로 노이즈가 크게 증가할수록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즉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일정한 법칙성을 갖는 구조적 부분에 대한 예측에 대한 불신은 극도로 확대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예측을 하는 예측자 자신마저도 크게 증가한 노이즈(예측오차)로 인해 일정한 법칙성을 추정하는 예측모델에 대해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예컨대 주식투자를 하는 또는 하고자 하는 시정의 일반사람들은 구조적 변화보다는 노이즈에 더 관심을 갖기 쉽다. 왜냐하면 노이즈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확천금의 도전의 기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만의 투자비법을 주장하거나 또는 그런 투자비법을 좇아 一喜一悲한다. 분명 어떤 사람들에게는 노이즈가 도전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노이즈에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각자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각자 재주껏 도전해서 일확천금을 벌면 행운이고 실패하거나 패가망신하면 운이 없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노이즈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맞으면 행운이고 안 맞으면 불운인 것이다. 즉 노이즈에 대한 도전은 운수소관인 것이다.

 

그런데 노이즈는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수학적으로 항상 제로섬게임이다. 즉 시공간적으로도 제로섬 게임이고 개인적으로도 장기(long-term)에 있어서는 제로섬게임이다. 만일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면 그것은 더 이상 노이즈가 아니다. 제로섬게임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의 예측모델에 의해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 구조적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이즈와 구조적 부분이 혼재되어 있는 모든 현상 속에서 노이즈와 일정한 법칙성을 갖는 구조적 부분을 어떻게 구별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천재들이 끊임없는 노력과 통찰력으로 시공간적 현상들의 구조적 부분을 추출해낼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 기를 쓰고 대학이라는 곳을 가서 배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누구든 자신이 노이즈와 구조적 부분을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노이즈와 구조적 부분을 구별해낼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공개적으로 입증하거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 연구소와 같은 전문기관의 경우 노이즈에 도전하려는 사람들과는 달리 제반 현상들로부터 노이즈를 제거하고 일정한 법칙성을 갖는 구조적 부분을 추출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노이즈가 허용범위 이상으로 증폭되는 이상 원인을 찾아 노이즈를 허용범위 이내로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연구소와 같은 전문기관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노이즈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는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외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는 통제불가능한 노이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생적 요인에 의해 예측불가능한 노이즈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결과나 영향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해두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노이즈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내생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이처럼 내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는 거의 대부분이 자기증식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내생적 요인에 의한 노이즈는 외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증폭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폭발적인 노이즈 증폭은 사람들로 하여금 노이즈에 도전할 마음을 갖게 만든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컨대 두 개의 기업만이 경쟁하는 과점적 경쟁시장 상황에서는 노이즈는 두 기업의 상대방 기업의 전략에 대한 암중모색 행위에 의해 쉽게 증폭될 수 있다. 두 기업 모두가 경쟁적으로 가격인하를 한다든지 아니면 설비투자 경쟁을 한다든지 하게 되면 시장가격이 매우 불안정하게 된다. 즉 과점적 경쟁시장 상황에서는 가격변동성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과점적 경쟁기업 입장에서는 담합에 대한 강력한 유인이 존재하게 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어느 순간 유무형의 담합이 성립하게 되면 가격변동성은 거의 제로 상태로 환원되게 된다. 담합이 성립된 상태에서도 시장은 담합가격을 기준으로 수급 균형이 달성된다. 즉 담합가격 수준에서 소비자와 기업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소비(수요)와 생산(공급)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 행동을 하게 된다. 다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이 주는 대신 그만큼 기업 이익이 늘어날 뿐이다.

 

그런가 하면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과 같은 구조화된 노이즈(structural noise)가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 버블은 상기 과점적 경쟁시장의 담합 현상에 비유될 수 있다. 담합이 어느 순간 성립하듯이 합리적 버블도 어느 순간 발생하기 시작한다. 합리적 버블이 왜 발생하는 지에 관해서는 아직도 경제학적으로 현재진행형의 연구과제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과적 등식 관계이다. 즉 아래 식에서 우변의 펀더멘털 요인이 변화해야만 주가가 변하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존재하는 것이다.

 

주가 = f(펀더멘털 요인)   ------

 

그러나 어느 순간 합리적 버블이 발생하게 되면 주가는 펀더멘털 요인이 일정하게 불변이더라도 합리적 버블과 주가간에 상호작용적 자기증식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합리적 버블이 증가하게 되면 주가가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한 것이 다시 시그널이 되어 합리적 버블 부분의 상승을 유발한다. 이런 과정이 버블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계속 반복되게 된다. 그 결과 상기 식은 아래의 식과 같은 항등식 관계로 바뀌어 버린다. 항등식 관계에서는 식 우변의 합리적 버블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기도 하지만 좌변의 주가 상승이 합리적 버블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어 버린다.

 

(주가) f(펀더멘털 요인) + (합리적 버블)    ------

 

담합이 발생하게 되면 가격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줄어들듯이 주식시장에서 합리적 버블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는 가격변동성이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거의 일방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가격이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사람들의 예측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노이즈는 반대로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합리적 버블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시장이 매우 안정적으로 인식되며 사람들이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버블의 막차라도 타려고 기를 쓰는 것이 마치 합리적인 행동처럼 여겨지게 된다. 바로 이런 묻지마 투자 현상이 합리적 버블을 일정기간 동안 유지시켜주는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합리적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까지는 모든 것이 합리적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여기까지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 버블이 끝나는 장기에 있어서는 항상 제로섬게임이 성립한다는 앞서의 설명을 상기한다면, 합리적 버블의 종료 시점에서는 1회적 파국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즉 단 한 차례, 단 한방의 극적인 파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버블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증폭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식의 우변에서 (합리적 버블) 부분이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펀더멘털 요인에 의해서만 주가가 결정되는 원래의 구조로 환원되어 버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리적 버블 붕괴의 반작용으로 펀더멘털 요인조차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합리적 버블의 발생부터 붕괴까지는 최소한 3~4년 이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후유증까지 포함하면 더욱 길어진다. 1930년대 대공황이 그랬고 1990년대 일본의 버블붕괴가 그랬으며 1990년 후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그랬다. 또 최근에는 아직 파국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버블이 꺼진 미국 주택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그렇다. 이처럼 단 한차례의 파국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실로 광범위하며 그 파급효과도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런 내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는 얼마든지 인간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와 같은 전문기관이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연구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버블 현상에 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이런 내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를 통제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나 방법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이쯤 해서 결론을 맺기로 하자. 노이즈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각자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도전하면 그만이다. 전문기관으로서의 우리연구소의 입장과 견해에 대해서는 그저 잠시 참조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정책당국은 구조적 변화를 정확히 추정하고 그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일관성 있는 정책수립과 추진의 책임이 있다. 정책당국은 합리적 버블과 같이 내생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구조화된 노이즈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극적인 파국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을 선제적으로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개인들과는 달리 기업들은 외생적이든 내생적이든 절대로 노이즈에 도전하지 말고 자신들의 본업에 충실할 것을 진심으로 충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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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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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liss 작성시간 07.07.03 정말 필요한 때 필요한 글을 주셨습니다.
  • 작성자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8.16 최근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주가폭락 사태를 보면 상기 글의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작성자원투원투 작성시간 11.05.09 옳은 결론같습니다......^^;;
  • 작성자wldrjadl 작성시간 14.10.2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知的正直 임승일 작성시간 16.10.15 감사합니다. 소장님.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었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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