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_연구소 한담(閑談)

전문가의 경제 예측에 관한 일반의 오해

작성자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시간07.11.29|조회수11,998 목록 댓글 6

 

 

<경제시평> 회원이나 우리 연구소를 아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리 연구소가 예측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칭찬하는 말이니 우리 연구소로서는 그리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잘 생각해보면 우리 연구소의 진정한 강점을 자칫 오해할 수 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지만 우리 연구소는 이른바 결과를 콕 찍어 맞추는 점쟁이가 아니다. 또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그만인 식의 로또 복권 뽑기와 같은 운 보기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 연구소는 결과가 맞느냐 안 맞느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올바른 문제인식과 사실확인 그리고 논리적 분석방법을 통해 관련문제의 구조를 해부하고 인과관계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논리적 분석 결과로 도출되는 결론이 맞고 안 맞고는 부수적인 문제로써 그다지 중요치 않다.

 

예측이 정확한가 안 한가에 대한 평가도 매우 주관적이며 자의적이다. 흔히 사람들이 예측이라고 말할 때에는 이미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예측오차(noise)가 발행하게 된다. 이미 노이즈와 구조변화에 대한 경제학적 고찰 이라는 글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이, 경제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적(fundamental) 변화에 대한 올바른 분석이지 노이즈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노이즈를 예측하여 맞출 수는 없다. 예컨대 요즈음의 주식시장처럼 주가변동 진폭이 매우 클 경우 예측오차 즉 노이즈가 커져 자칫하면 엉터리로 몰리기 쉽다.

 

그런가 하면 예측의 시간적 범위도 문제가 된다. 우리 연구소는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단위의 경제 구조변화 분석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을 넘는 것도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로 그렇게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다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들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언제 예측에 대한 평가를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연구소의 분석 결과가 맞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우리 연구소와 같이 전문기관이 어떤 경제문제에 대해 논리적 분석을 통한 예측을 한다고 할 때는 예상되는 결과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부나 기업 또는 일반인들에게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사전 경고(warning)의 목적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니 이러이러한 위험이 예상되므로 정부는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고 기업이나 일반인들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주기 위한 것이다. 만일 그런 경고에 귀를 기울여 각 경제주체들이 미리 필요한 대책을 강구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 연구소의 예측은 안 맞게 될 수 있다. 반대로 각 경제주체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연구소의 예측이 맞아 커다란 낭패를 볼 수도 있게 된다.

 

예컨대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려 아파트가격이 폭등을 할 경우 어떤 전문가가 투기로 인한 버블이니 아파트가격이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런대 실제로는 시간이 지나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올랐다. 그렇다고 그 전문가의 예측이 엉터리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전문가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제대로 부동산투기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장수급 논리를 내세워 엉터리 대책으로 일관하여 투기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또 건설업계나 일반 투기꾼들 역시 정부관료들과 정치권이 절대로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어 더욱 투기를 부채질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예측이 틀렸다기보다는 정부관료들과 정치권의 엉터리 대책 남발과 건설업계의 투기 조장을 문제 삼아야 옳다. 뿐만 아니라, 비록 아파트투기가 더욱 기승을 부려 가격이 폭등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한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경제 전체로 볼 때 전문가의 경고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내수침체가 장기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조세 정의가 붕괴되어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었다. 부동산투기로 인해 경제 전체로 막대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부작용까지를 감안하면 결코 전문가의 경고가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전문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부동산투기로 인한 이런 부작용의 결과들을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써, 어떤 전문가가 달러 약세가 예상되어 원화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 예측했다고 하자. 그런데 실제로는 원화가 크게 오르지 않고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 전문가의 예측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전문가의 경고에 통화당국이 공감하여 원화 안정을 위한 시장개입을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전문가의 원화 환율에 대한 예측은 틀렸을지는 몰라도 통화당국으로 하여금 필요한 대응책을 강구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것이다. 만일 통화당국이 시장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원화가 정말로 강세를 보였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전문가의 분석결과 향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하자. 그 전문가의 경고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되면 정책당국은 당연히 경기하락 방지를 위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선제적 차원의 금리인하 조치와 같은 대책 말이다. 금리인하로 경기가 나빠지지 않고 회복된다면 결과적으로 전문가의 경기전망 예측은 틀리게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그 전문가를 엉터리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이상으로부터, 경제예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각종 경제현안들에 대한 구조(펀더멘털) 변화에 대한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는 분석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측 결과는 부차적이며, 각 경제주체들의 대응 결과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구조 변화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 방법론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 예측 결과가 맞았느냐 안 맞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전문가의 분석 방법론에 공감할수록 정책당국이나 기업 또는 일반인들이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전문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전문가의 예측 결과에 대해 평가를 할 경우 그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예측을 하게 된 논리적 분석 방법론에 대해 먼저 올바로 평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예측 결과만으로 전문가를 평가하게 된다면 자칫 그 전문가를 죽일 수 있다. 그 전문가가 엉터리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단지 예측 결과만으로 전문가를 매장시켜버리는 사회는 절대로 발전을 할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올바른 문제의식과 논리적인 방법론 자체가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떠한 지적 발전도 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전문가를 키워내기까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가! 그런데 그런 전문가를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예측이 틀렸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죽였다 살렸다 한다면 그 나라가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를 평가할 때에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보고 평가하지 말고 그 사람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분석 방법론을 평가해야 한다. 또 전문가로 인정 받으려면 점쟁이 식으로 결과만을 예측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인식과 구조변화에 대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분석 방법론을 제시하여 관련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문가하고 할 수 없다.

 

선진국일수록 검증 받지 못한 사이비 전문가를 잘 걸러내고 진짜 전문가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만 후진국일수록 사이비 전문가를 걸러내지 못하고 무지와 선동이 판을 친다고 할 수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zaiyi 작성시간 07.12.01 정말 옳으신 지적입니다. 이성적으론 이해가 되지만 급해서인지, 게을러서인지 자꾸만 결과만 보게 되네요. 경제 예측을 하려면 무지 자주해서 결국 결과를 맞추든지 아니면 아예 예측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누군가 자조적으로 말한 적이 있었고, 컨설팅 회사가 예측을 하지 않는 이유는 고객으로부터의 소송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서이다라는 말도 들은 것 같네요.
  • 작성자핑크피그 작성시간 07.12.05 예 동감합니다.
  • 작성자wldrjadl 작성시간 14.10.21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Euts 작성시간 14.10.27 너무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굿과정보원 작성시간 14.10.27 탐욕과 무지의 댓가를 치를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는듯 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