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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크리스탈 마운틴 파우더 스킹

작성자신호간|작성시간21.12.26|조회수431 목록 댓글 11

 

어제 밤에 "메리 크리스마스~" 하며 올리려 했는데, 한국은 크리스마스가 이미 지났겠네요.

지난 겨울 첨으로 스키학교를 쉬고, 이번에 복귀하려고 했지만, 둘째가 친구들이 크리스탈 시즌권을 사서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막판에 사느라 무려 400불이나 추가금을 내고 덩달아 시즌권을 사서 다니고 있는데, 어제까지 3일 연속 무릎 이상 빠지는 딥 (deep) 드라이 파우더 스킹을 하고 있어서, 요즘 같아선 전혀 아깝지가 않네요.

휴가 첫날 크리스탈 산 정상에서 마운트 레이니어 뷰 (Mt. Rainier view)

 

왼쪽 크리스탈 스키장 보울과 오른쪽 레이니어 산

아껴둔 휴가가 17일, 금욜부터 시작인데, 그때부터 일욜과 오늘, 크리스마스만 빼고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문제는 편도 운전이 1시간 반 거리라 운전 피로와 기름값이 만만치 않죠. 요즘은 또 피크 시즌이라 아침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스키장 입구에서부터만 길게는 두시간까지도 기다리고 심한 경우 주차를 못합니다. 그저께는 정말 주차 못하는 줄, 9시 반에 도착했는데, 11시 반에 주차... 포기하고 돌아가려다 간신이 주차하고 올라갔는데, 다행이 마침 그때 Northway 게이트를 여는 바람에 딥 파우더를 3시간 빡시게 타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죠.

 

시즌 첫 딥 파우더 스킹

이전에 올렸던 크리스탈 마운틴 소개한 글에서 Northway란 지역은 그루밍을 전혀 하지 않고 블랙과 더블블랙 또는 그 이상의 그냥 산이라서 충분한 눈이 쌓여야 열 수 있습니다. 넓은 오픈된 공간과 트레일도 있지만, 그루밍을 하지 않습니다. 트레일 온/오프 상태는 리프트 체어 타는 곳이나 내리는 곳에 전광판이 있는데, Northway 상태는 좀 늦게 표시가 되서, 주로 패트롤이나 리프티에게 물어보는게 빠릅니다.

아직 열지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그쪽으로 가보니 그때 막 게이트를 열었고, 저도 가까운 게이트로 이동해서 들어갔죠. 아래 사진은 어려운 진입 구간을 지난 후 넓은 파우더 사면. 무릎까지 빠지는 위쪽은 드라이하고 아래는 좀 무거운 눈 상태. Northway를 여는지 몰라서 허리 85mm 올마운틴 스키로 들어왔는데, 떠오르게 타려니 양발을 좀 더 세게 차주어야 해서 재미는 덜 했지만, 시즌 첫 딥 파우더 스킹이라 완전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시즌 첫 딥 파우더 스킹 시작 전

 

첫 딥 파우더 스킹 후

 

오후에 파우더 스키로 바꿔 신고 올라갔는데, 정상에 바람이 넘 쎄서 그쪽 리프트와 곤돌라가 정지해서 다른 데로 가서 가능한 구석진데 파우더 찾아 댕기며 타다 집에 갔죠.

 

친절한 캐나다 아저씨

담날 목욜엔 날이 계속 추워지고 있고, 눈보라까지 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기로 하고 줄 서 있는데, 앞뒤로 3인 가족이라 애매한 상황. 차례가 되고, 앞에 선 가족 아빠에게 같이 타도 되냐니까, 괜찮다고 해서 타는데, 정색을 하며 가족끼리 타려고 했다고... ㅋ. 영어로 물어보는 게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흔히 쓰는게 "Do you mind if ...?" 이렇게 물어보고 "No." 라고 답하면 한국말로는 괜찮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캐나다 백인 아저씨가 제가 동양인인걸 보고 영어를 잘 못하는 줄 알고 친절하게(?) No 라고 답한 겁니다.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이미 탄 걸 어쩌나요...ㅋ.

저도 초기엔 잘 못알아 들을 때가 있었지만, 이젠 거의 20년 다 되어가서 영어도 한국말도 잘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가지만, 이 정도 영어는 하죠. 울 동네가 캐나다 국경에서 두시간 정도 거리라 캐나다인들을 종종 만나는데, 곤돌라에서 아빠가 이것저것 준비하며 딸에게 정상과 가까와지면 알려 달라는데, 딸과 아들이 미터 단위를 쓰며 알려주더군요. 미국은 가까운 거리는 feet를 주로 쓰고, 미터 단위를 쓰면 캐나다인.

 

파우더 스키로 파우더 타기

역시 파우더 스키로 타니 잘 떠오르고 재밌게 타게 됩니다. 눈이 부드러우니 속도내서 매턴 공중으로 튀어 올라 에지를 바꾸고 떨어졌다 다시 떠오르고... 대박! 내려오고 나서 다른 사람들 타고 내려오는 거 찍었습니다. 소리 키우고 끝까지 보시길. 스키어들의 환호성과 월매나 신나는지 떠드는 소리가 날것으로 들립니다.

 

 

세번째 파우더 데이였던 어제 스키장 리포트에는 신설이 더 많이 쌓였다고 해서, 다들 여러 게이트 앞에서 아래 사진처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기다리다 타러가고를 반복하다 분위기가 이번엔 열것처럼 줄까지 서 있어서 좀 오래기다렸더니, 결국 패트롤이 와서 게이트를 열어서 다들 우르르 몰려들어가 저도 간만에 버진 프레시 딥 드라이 파우더 (Virgin fresh deep dry powder)를 맛봤습니다. 아.... 진짜 부드럽게 떠오르는데,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며 속도를 높히고 계속 공중으로 날아 턴을 하며 끝까지 내려갔죠. 한 세번 탈 때까진 비슷한 느낌이었고, 이후엔 트랙 아웃이 되어서 군데군데 뭉친 상태가 되더군요.

이런 파우더 스킹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래 사진 진입로처럼 대부분 더블블랙 구간이 많아서, 급경사에 좁은 곳이 많지만, 천천히 조심히 내려가면 거의 다 갈 수 있습니다. 단, 자신이 없을 땐, 뒷사람에게 먼저 양보해서 길막하지 않고 맘 편히 가는 게 좋죠.

 

참고로, 게이트 열기 전에 선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넘어간 사람을 못 봤는데, 요즘처럼 신설이 엄청 올 땐, 자칫 눈사태로 죽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그러다 걸리면 시즌 패스 뺐길 수도 있거든요.

 

새로운 진입로를 찾다.

제가 일하는 스노퀄미의 Alpental은 이제 속속들이 모르는 곳이 거의 없는데, 제가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거기서 수십년을 지낸 동료 코치들을 통해 숨겨진 Stash들을 알게 되었죠. 정말 목숨 건 모험심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곳들이 많아요. 막상 알게되면 쉬운 길로 접근하는 길도 종종 있는데, 모르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고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쉽죠. 위의 영상에 나오는 곳도 제가 진입한 곳은 봉우리가 아니라 좀 아래쪽 리지 (ridge) 라인 정도에서 접근해서 내려온 건데, 몇번 타다 보니 가끔 사람들이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게 보여 한번 탐험을 해 보았죠.

한번은 방향을 잘못 잡아 거의 절벽 가까이 갔다가 무릎까지 빠지는 눈에서 빠꾸하느라 생고생하고, 두번째는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넘 가파르고 좁은 위험한 곳을 통해 접근해서 다른 쪽으로 가보니 의외로 쉽게 봉우리로 접근하는 길이 있더군요. 거길 한번 찾고 나서 매번 갈 때마다 제가 지나간 자리 밖에 없고,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어려운 쪽에서 접근을 하더군요. 크리스탈을 다니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고, 시즌권 사서 다닌 건 3 시즌 째인데도 여길 이제서야 알다니...헐.

그래서,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투어를 가게 되면 가이드를 고용해서 숨겨진 보물같은 곳들을 찾아다니는 게 오히려 값어치를 훨씬 높힌다는 건 확실한 거죠. 

 

아래 사진이 봉우리에서 접근하고 찍은 사진인데, 아직도 건드리지 않은 신설이 그대로 보이죠. 그 아래에 사진 중간 신설 지역 아래쪽 한두 사람이 보이는데, 거기가 저도 평소 접근하던 길 근처.

새로운 진입로 봉우리에서 본 낙원 보울

 

내려온 다음 위를 올려다 보니 두 사람이 내려오고 있길래 아래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제가 영상 찍는 줄 알고 제 카메라 보고 환호성까지 지르고. 여기서 타는 사람들은 거의 사진 안찍는데, 이날은 정말 딥 드라이 파우더 데이라 그런지 여기 저기서 사진과 영상 많이 찍더군요.

아래 쪽에 다 내려와서 잘 안보이지만, 바지에 눈 묻은 걸 보시면 얼마나 깊게 빠졌는지 알 수 있죠.

 

 

화이트 크리스마스 그리고 선물들

오늘 크리스마스엔 눈이 더 많이 와서 맘은 넘 가고 싶었지만, 미국에선 추수감사절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서 아침에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쌓아 둔 선물들 각자 풀어보고, 밥 먹고 얘기하고 그러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맘은 내일도 프레시 파우더가 잘 남아있길 바라면서...ㅋ.

이번 크리스마스는 다른 때와 다르게 이웃과 지인들이 직접 정성스런 선물과 카드를 보내와서 좀 더 이웃을 생각하게 되네요. 아마 코비드 때문에 이전 만큼 자주 볼 수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다음 크리스마스엔 우리도 이웃에게 선물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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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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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파우더 | 작성시간 21.12.27 신호간 도로가 괜찮을지..
  • 작성자한병국 | 작성시간 21.12.27 오~호간이 네 이름을 여기서 보다니 반갑다~^^
    재작년에 휘슬러까지 멀리 올라 왔는데 숲속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오래 같이 스킹하지 못해 아쉬웠단다.
    이번 시즌에도 코로나로 원정가기는 어려울것 같네.....
    상황 나아지면 어느 나라로 갈지 모르지만 연락하면 또 오거라..ㅎ

    언제든지 자연설 탈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네가 부럽다.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27 뺑국성,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그때 이른 아침 첫 런에서 다치시는 바람에 ER 같이 가서 하루종일 통역했던. 그분은 다시 스킹하시나 모르겠네요.
    코로나로 파우더 원정 가고 싶은 분들에겐 다 어려운 상황이겠죠.
    요즘 러시아 쪽 파우더 원정이 뜨고 있던데. 아직은 교통과 인프라가 안좋아서 그렇지 파우더는 맘껏 탄다고 들었습니다. 언어 문제도 있어서 영어되는 가이드를 미리 알아봐야 한다고.
  • 답댓글 작성자한병국 | 작성시간 21.12.27 신호간 그래 그때 병원같이 가고 수고 많았지...
    다행히 그 지인은 한국에서 잘 치료하고 작년에 BANFF 원정 같이 갔었단다.
    너를 비롯 몇 명이 구조요청 하러 갔을때
    남은 우리가 자일을 가지고 있어서 환자를 묶어서 산속에서 데리고 나올수 있어 구조대와 쉽게 만나긴 했지
    산속에서 우리 위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렇지 않았으면 아휴~
    현지 패트롤 사람싣고 거의 레이싱 수준으로 달리는데 놀라긴 했다. 차원이 다르다는걸.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27 한병국 헐... 그렇게 다치고도 회복하고 밴프 원정을 가셨다구요? 대박... 집에서 쫓겨날 거 걱정하시던 분이...ㅋ 다행이 잘 회복되셨나 보네요.
    그때 패트롤들은 운좋게 실력자들이 와서 산속에서도 정말 신속하게 후송했죠. 여기 패트롤 중에 실력자들은 토바겐 (썰매) 달고 2-3미터 절벽 드랍도 하고 그래요. 제가 직접 봤습니다. 산에서 부상자를 구조하고 실어 날라야 하니, 그렇게도 못하는 건 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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