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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저울 다리에서

작성자추인김영호|작성시간23.06.04|조회수10 목록 댓글 0

새저울 다리
                - 추인

남평장을 가려면
새저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영산강 중류를 가로지르는 다리인데
얼마나 크고 높았던지
동네 도랑물만 보다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넘실대는 파란 강물이
대단했었다.

엄마 따라 장에라도 가노라면
건물 내에 제법 점포를 갖춘 곳도 있지만,
각 가정에서 채취한
작물 등을 팔기 위해
노점에 상을 차린 모습들은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그려놓은 듯
애달프고 정겨웠다

장이란 게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오로지 상인들 간의
흥정으로만 이루어지지만
그 풍경은
생생한 삶의 현장 바로 그것이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 어쩌나!
가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아
곡식 조금, 채소 조금,
닭 한 마리 챙겨들고 장에 가면
남평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새저울 다리도 건너기 전에,
중간 거간 군들의 상술에 그만
넘기는 게 일수였다.
오실 땐 자식들 것부터 먼저
양말 한 켤레, 옷가지 등 사들고,
장바구니 속은
어머니의 따뜻함 오직 그것뿐이었다.

오늘은
친구가 추천한
새저울 다리 옆 강가에 위치한
고급 식당을 찾았다.
근대기의 가교 역할을 했던 새저울 다리는
이제 노후되고 폭이 좁아서
사람들만 다니는 다리로 변했다고 한다.
이제는 예쁜 조명으로 장식해 놓으니
멋진 예술품이 되어 있었다.

반세기가 지나 중년이 지나버린 지금
친구와 함께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기며,
가난했던 우리들의 지난 추억들을
오색 조명으로 물들이며
새저울 다리를 걸어 본다.

2023. 06. 03
남평 새저울 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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