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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찾아 떠나는 추억여행

작성자추인김영호|작성시간23.07.12|조회수24 목록 댓글 0

그리움 찾아 떠나는 추억여행
             -  추인

오늘은 7월이라
청포도가 익어 간다던가?
장마전선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학교를 졸업하고
삶터를 찾아 이리저리 흩어져 살다 보니
고향을 떠나 멀리도 왔다.
여학생들은 남편 따라,
남학생들은 일터 찾아,
서울, 부천, 성남, 수원, 해남, 장흥, 다도, 순천, 광주, 무안~

오랜만에
고향행 열차를 탄다.
송정리역에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는 알아볼까?
머리에 꽃이라도 꽂아야 할까?
세월이 많이 흘렀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반세기나 지나버렸다.

희미한 기억 속에
친구의 모습을 찾기 위해
온갖 추억들을 끄집어 내 본다.
저 친구는 교실 어디쯤 앉아 있었을까,
어느 동네에 살았을까,
서로가 간직해 두었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졸다가 선생님께 혼난 얘기,
뒷동산에 올라가 노래도 배우고,
여름이면 모내기,
겨울이면 토끼몰이,
보릿고개 시절에
부잣집 경순이, 경옥이
쌀 퍼다가 빵 사 먹던 얘기,
추억의 페이지를 넘기며
친구들의 모습이 점점 더 선명히 다가온다.

학교가 작다 보니
3년 동안 내내 한 학급에서 지내면서
3학년 땐
우리 여학생님들
없던 젖가슴이 제법 커져버렸고,
얼굴에는 여드름도 나며,
사춘기 시절 남학생들을 설레게 하고,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짝사랑으로만 얼굴 붉혔던
우리들의 모습이었지만,

이제 세월은
검던 머리 희어지고,
얼굴엔 주름살도 늘어나고,
수줍기만 했던 여학생은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쏟아내고,
남학생은 너를 좋아했다고
서슴없이 고백하고,
유행가도 맛깔스럽게 불러대고,
부루스 춤을 추며
여학생 허리를 감싸며 부끄러움은 멀리 가고,
그냥 좋아 흥에 겨워  흔들어 보기도 하고,
술도 거나하게 걸치며 혀도 꼬부라져 보고,
세월은 이렇게 가리워진 벽을 허물었고,

꿈 많고 부풀었던 청춘은
이제 먼 길 돌아
바닷가 한 호텔에서
긴긴 시간
밤이 깊어 간 줄도 모르고
노래도 불러보고, 얘기도 나누며
파도 소리 잠들 때까지
한 여름밤을 수놓는다.

맛집을 찾아
무안 낙지도 코스로 먹어 보고,
신안 암태도에서 싱싱한 우럭탕도,
장흥 토요시장에서 한우고기도 먹고,
천사 대교를 지나 퍼플 섬까지
여느 다른 여행보다도
지난날 소풍 가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하나가 되어 본다.

그리움을 찾아 떠나온 우리들은
또 다른 그리움을 낳으며
언제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못 할 만큼
훌쩍 지나버린 세월 속에
오늘 같은 여행을 또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 확답도 못하고,
그냥
건강하라고, 잘 가라고 인사말만 남긴다.

2023. 07. 03
무안비치호텔.천사대교.퍼플섬.
장흥토요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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