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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달콤 시(詩)

일공스님 시부문 신인상, 등단하다 / 등단시 3편

작성자대공스님|작성시간15.08.23|조회수71 목록 댓글 1

<문학예술> 2015 가을호(54) 신인상 수상자

 

최성기(崔聖基) 시인의 수상작품 및 심사평

 

일념(一念) 2

최 성 기

 

바람 모습 볼 수 없지만

철 이른 단풍 한 잎 떨어져

그 방향 그 감각 알려주네.

 

그대 고운 마음자리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있어

 

과거세 미래세 진미래세(盡未來世)

지어온 알음알이

미진(迷津)의 나룻배로 떠돌고 있네.

 

이 숨 끊어지는 날

아미타불 명호 쟁쟁히 들린다면

연꽃 속의 하늘 음악

그대 사랑으로 안고 가겠네.

 

 

 

심향(心香)

 

길월(吉月)*의 햇살이

가슴으로 들어 앉아

오래된 그대 안부 새삼스레 꺼내들면

바람은 넌지시 풍경(風磬)소리 흔들어

그리움을 깨운다.

 

아직도 거기 그렇게 있을까?

이 산 넘어 넘어, 저 강 건너 건너

적정(寂靜)한 내 마음 천지를 열람한다.

 

서쪽으로 기우는 낮달 위에

그대 젖은 눈시울 그려 보아도

 

자성번뇌서원단(自性煩惱誓願斷)

자성불도서원성(自性佛道誓願成)’

염불소리만 잦아들 뿐.

 

그래도 아직은

청량한 바람 부는 차안(此岸).

 

천년송(千年松) 소리 없이

향기로 배어든다.

 

*길월- 음력 2월로, 초봄을 뜻함.

 

 

 

낙엽

 

가을 해가 저 멀리서

느지막이 뜨는 것은

그대 내게서 멀어진 탓이리라.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것도

내가 슬픈 미소 지으며 옷깃을 여미는 것도

저 산들이 깊게 골 패인 가슴을 드러내는 것도

못내 잊지 못할 그리움 때문이리라.

 

빛바랜 사진 한 장 움켜쥐고

골짝마다 능선마다 헤매고 다니는 것은

이승 인연을 버릴 수 없는

중생도(衆生道)의 거미줄 탓이리니.

 

울지 말아라.

몇 장 남지 않은 그대 체온

지갑 속에 차곡차곡 채워 두리니.

 

한 잎 낙엽으로 떠나는 그대

이렇게 담담히 보내고 난 뒤에

, 혼자 돌아서서

이 가을을 그리워하리라.

 

 

심사평

최성기님의 응모작 10편 가운데 <일념> <심향> <낙엽>을 신인상 수상작으로 뽑았다.

최 시인은 스님(법명 일공)으로 범패를 전수 받아 동국대학교(경주)의 평생교육원 불교무용교수로 있으면서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라서, 그의 시는 주제적 깊이와 언어적 아름다움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일념>은 짧은 시형 속에 인연의 깊은 정감을 군더더기 없이 잘 나타내고 있다. 볼 수 없는 바람은 단풍 한 잎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시적 착상이나 이승 떠나는 날 연꽃 속에서 들리는 하늘 음악을 그대 사랑으로 지니고 가겠다는 비유는 아주 멋진 절창이다.

<심향>은 법당에 앉아 불도를 닦으면서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승 인연을 고뇌하는 불자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연의 향기가 천년송의 향기처럼 짙게 배어나고 있어서 미적 정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낙엽> 역시 이승 인연을 쉽게 버릴 수 없는 중생들의 속앓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몇 장 남지 않은 그대 체온/ 지갑 속에 차곡차곡 채워 두리니라는 언어 표현의 미감은 남이 쉽게 흉내 내지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선시(禪詩)가 과거에는 한시(漢詩) 위주라서 대중과의 접촉이 어려웠는데, 이제 일공스님의 시를 대하니 한글 선시로도 쉽게 중생을 제도할 길이 열릴 것 같다. 정진과 대성을 빈다. 심사위원/양명학(). 이일기

 

...

 

당선소감

 

 

해는 뉘엿 지고

그리운 사람

어찌 그렇게도 생각나는지

 

지는 해

다시 돌아오라 한들

오지 않을 건 뻔하고

 

그냥

그리운 사람에게

달려가면 될 일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저의 졸시()를 문학예술이란 이렇게 귀한 자리로 불러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과를 깎아 먹는 방법도 모르면서 덥석 받아 챙기기만 한 듯 송구하기만 합니다.

흐르는 세월 숱하게, 어쩔 수 없이 보내놓고는 언제나 아쉬워하는 우()를 범합니다. 그래도 이젠 또 다른 인연의 굴레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니 그리운 사람에게로 달려 나아가렵니다.

출가자로서 선시를 여여하게 펼치지 못하더라도 선배시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조금씩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세상의 훈훈한 바람은 붑니다. 늘 세상의 좋은 인연들께 감사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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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비심 | 작성시간 15.08.24 스님
    축하 축하 드립니다~~~~~짝 ~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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