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본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때
내가 이 책을 읽은 모습을 본 아내는 무슨 이런 책을 빌려왔냐고
핀잔을 했지만 그 속에는 ‘ 이 인간이 어디 아픈가 ? ’ 하는 걱정이
들어 있었다. 딸내미도 비슷한 물음을 나에게 지나가듯이 물어보았다.
죽음에 대하여 그 누군들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는가.
이 책 앞부분은 죽음의 정체를 탐구하는데 할애되어 있다.
그래서 죽음은
아쉽지만 억울하지 않은 것
고통대신 편안할수 있는 것
슬프지만 감사한 것
두렵지만 설레는 것
맞이할 만하나 뛰어들 만하지는 않은 것
이란것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하다못해 ‘믿음천국 불신지옥’ 까지도 낱낱이 까발려 납득시켜 준다.
이 책의 진가는 그러나 책의 중간부터 였다.
<죽어가는 과정을 좀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가 그것이다.
준비안된 죽음으로 인하여 나와 주변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다 보여주었다. 그것은 죽음이상의 고통이며 현실
이였다. 죽음앞에 남겨진 짧은 시간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이 책을
읽으면 명확해진다. 유언장과 함께 가칭
‘ 의식이 분명할 때 의료 선택자 지정서’
‘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의 의료 대리인 지정서’
‘ 특정 의료 조치 요청서’
‘ 의료관련 가치관 표명서’ 등의 서류를 직접 작성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구비서류가 복잡해 죽기도 쉽지 않겠단 농이 나올법하지만 스스로에게나
남겨진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됨은 마지막장을 덮으며 결코 의심하지 않게 된다.
또한 개인적으로 의료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여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미국에서
생명윤리학과에서 연수받은 것을 계기로 연세의대 의료윤리 담당
펠로우등을 역임하며 죽음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몇몇 연관된
책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비록 의료인은 아니였지만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계의 실상을 심도깊게 잘 파악하였으며 죽음에 관하여
결코 쉽지 않은 철학적 종교적인 관점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한
부분은 국어교육을 전공한 전문가 답다.
나의 삶 -체 게바라
내 나이 열 다섯 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읽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잭 런던이 쓴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이공이 마음속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