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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작성자꾸미커.박윤숙2009. 01.13|작성시간22.04.17|조회수37 목록 댓글 0

아,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되는
2014년 세월호에 관련된 시를 올려봅니다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를 끄집어 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꽃같은 아이들이
별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한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 싶습니다
내 가족이 아니라서
내 아이가 아니라서
강 건너 불구경 쯤으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황망히 떠나보내고
8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있던가요
울궈먹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차라리 미안해 하시는 게 맞습니다
어제의 한 걸음에
오늘의 한 걸음을 더하고
내일의 한 걸음을 더하며
소망을 꿈꾸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젊은, 다음 세대들을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오늘의 시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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