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Print 해놓고 좌절과 체념이 찾아 올때마다
그림을 보곤 용기를 얻곤 합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세요.-
내게는 오래된 그림이 한 장 있다.
오래 된 일이라 누가 보내 줬는지 잊어 버렸다.
자본도 없이 망한 식품점 하나를 인수해서 온 식구들이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이민생활 초기였다.
당시에 누군가 팩스로 그림 한 장을 보내 줬는데 연필로 스슥스슥 그린 그림이다.
휴스톤에 사는 미국 친구가 그렸던 듯도 한데 누구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여튼 그 날 이후, 황새에게 머리부터 잡혀 먹히게 된 개구리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 해 황새의 목을 조르고 있는 이 한 컷 짜리 유머러스한 그림은
내 책상 앞에 항상 자리 잡고 있다.
그림을 설명하면 ,
잡풀이 깔린 호숫가에서 황새 한 마리가 개구리를 막 잡아내어 입에 덥석 물어넣은 모습이다.
개구리 머리부터 목에 넣고 맛있게 삼키려는 순간, 부리에 걸쳐 있던 개구리가
앞발을 밖으로 뻗어 황새의 목을 조르기 시작 했다.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하며 목이 졸리게 된 황새는 목이 막혀 숨을 쉴 수도 없고 개구리를 삼킬 수도 없게 되었다.
나는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제목도 없는 그림을 들여다보곤 했다.
이 그림은 내가 사업적인 곤경에 빠졌을 때 그 어떤 누구보다도 실질적인 격려를 해주었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일깨어 주었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회를 살피며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개구리를 보며 얻을 수 있었다.
가족이 운영하던 사업이 차츰차츰 성장을 하면서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여 돈을 버는 구멍가게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려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가 몇 년 동안의 수고를 다 잃어버리고 난 아침에도,
나는 이 그림을 드려다 보고 있었다.
재산 보다 많은 빚을 가지고 이국이란 나라에서 실패를 딛고 다시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절망감이 온 몸을 싸고 돌았고 ,나의 실수가 내 부모님들의 노후와 아이들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죄책감과 절망이 머리채를 휘어잡게 하곤 했던 시절이었다.
어느 수요일,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는 길에 있던 휴스톤의 유명한 소매 유통업체가 경영자들의 이권 다툼 끝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장 하나당 시세가 4백만 불이나 된다는 그 회사는 내 형편으로 언감생심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동양인에게는 절대 안 넘기겠다는 이상스런 소문도 들렸다.
주머니를 뒤져 보니 68불(68만 불이 아니다) 정도가 있었다. 당장 그 회사 사장을 찾아내 약속을 하고 그 업체의 거래 은행을 찾아가 은행 부행장을 만나 도와 달라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그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그 회사를 바라보며
“저건 내꺼다. 저건 내꺼다” 라고 100번씩 외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