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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부방

[스크랩] 정선하늘 길-가을을 열다

작성자솔내음|작성시간18.09.15|조회수101 목록 댓글 2

정선하늘 길가을을 열다

(201898)

瓦也 정유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는 정선 하이원 하늘 길!’이란 아름다운 길이 있다. 고한읍에 이 길이 생기기 전에는 태백권 탄전개발이 촉진됨에 따라 급속히 성장하여, 197371일 동면 사북출장소 관할구역이 사북읍으로 승격되었고, 인구가 6만 명 이상으로 팽창하자 1985101일을 기해 사북읍에서 고한읍이 분리되어 오늘에 이른다. 도로교통은 국도와 지방도 및 산업도로가 있으며, 태백선 철도를 통해 영월·정선·태백시 지역과 연결된다.

<정선하늘 길>


   주탄종유(主炭從油)시절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구가 밀려오고 돈이 넘쳐 강아지가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불야성을 이루더니, 1990년대 들어 주유종탄(主油從炭)으로 석탑산업이 사양화되면서 그 많던 사람들은 철새처럼 다 떠나 지금은 폐광지역이 되어, 지역경기 활성화정책의 일환으로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에 의거 19986월 강원랜드가 설립되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카지노를 20001028일 개장하였다.

 <정선하이원리조트>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목포교대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교편을 잡았던 임길택시인(19521997)은 그의 시 <거울 앞에 서서>에서 아버지 하시는 일을/외가마을 아저씨가 물었을 때/나는 모른다고 했다//기차 안에서/앞자리 아저씨가/물어 왔을 때도/나는 낯만 붉히었다//바보 같으니라구/바보 같으니라구//집에 들어와/거울 앞에 서서야/나는 큰소리로 말했다//우리 아버지는 탄을 캐십니다/일한 만큼 돈을 타고/남 속이지 못하는/우리 아버지는 광부이십니다라고 절규했던 곳이다.

<광부옆에서-이가이버님 사진>

  

   원래 이 길은 1957년 개통된 태백선 함백역까지 제무시(GMC)트럭으로 무연탄(無煙炭)을 실어 나르던 운탄고도(運炭高道)2,000여명의 국토건설단요원이 삽과 곡괭이로 길을 만들었다. 국토건설단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1962315일 당시 28세 이상 군 미필자를 국토건설단의 철도·도로와 댐 공사 등에 투입하였다. 이는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많은 병역기피자들을 사회구제 방침으로 19621130일까지 시행되었다

<갱도용 석탄운반차>

 

   검은 탄가루 날리면서 산길을 누비던 제무시도 석탄합리화정책으로 사라졌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숨어 지내던 야생화들이 제 세상을 만난 양 평균해발 1,100가 넘는 고지와 능선을 따라 수를 놓아 이 길을 걷는 나그네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어줌은 물론 운탄고도(運炭高道)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지는 고원의 평탄한 길 운탄고도(雲坦高道)’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힐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백운산 하늘>


   1,577개의 객실과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갖춘 정선하이원리조트골프장도착하여 여장을 다시 점검하고 하이원하늘 길로 들어선다. 하늘 길은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군락지를 이루는 백운산 능선을 따라 산책코스와 등산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산봉우리에 흰 구름이 머물러 아름다운 백운산(白雲山, 1426)은 정선군 남쪽에 있는 산으로 영월군 상동읍과 경계를 이룬다.

 <정선하이원리조트 원경>


 계단을 이용하여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올라 뒤돌아보면 산마루에 흰 구름 뭉게뭉게 걸려 있는 하이원리조트와 골프장이 눈 안으로 쏙 들어온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녹아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에 젖어들어 오롯이 하늘에서 명상을 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배고픈 시절 진달래를 비롯한 야생화를 꺾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해서 꽃꺾이재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이를 한자로 표기하여 화절령(花切嶺)’이 되었는데 오늘은 그 꽃들로 눈과 마음이 풍요롭다.

 

<정선하이원리조트 골프장>


​   가을하늘 길을 열며 구름도 쉬어가는 전망대에는 여기까지 오는동안 많은 산들이 멀리 첩첩으로 보인다. 정산(1410.6)부터 매봉산(1271.2) 사이로 마치 겹겹이 물이 흘러 들어오는 여러 겹의 산봉우리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백두산장군봉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천왕봉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위용이 우리민족 우리국토의 힘을 꿈틀거리게 한다.

   <장산과 매봉산 사이의 첩첩산중>


   <장산>

<매봉산>


   전망대를 지나면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가을이 오는 길목이지만 곡식과 과일들이 실하게 여물어지라고 햇볕은 그래도 따갑다. 그래서 숲속은 안식처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돌무지계곡이 나타난다. 지금은 운탄고도 작업으로 중간에 안전한 길이 조성되어 있으나, 그 전에는 테일러스(Talus)지형으로 걸어 다니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운탄고도>


   테일러스지형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석덩어리가 빙하기(4천만년전3백만년전)를 거치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동안 바위에 균열이 생기며 떨어져 나온 돌들이 가파른 낭떠러지나 경사진 산허리에 마치 암석이 흐르다 멈춘 강처럼 쌓여 있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테일러스지형은 밀양의 얼음골이나 태백산 당골의 돌무지계곡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돌무지는 더 이상 굴러 떨어지지 않고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한다.

<타일러스지형>


   하이원 하늘 길에는 돌탑들이 여러 곳에 서있다. 돌탑은 마을 어귀에 잡석(雜石)을 올려 쌓아 만든 정교한 원뿔대형의 탑으로, 마을로 들어오는 액()을 막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여기는 마을의 신앙대상물로 생각되나, 이곳 산길에 쌓은 돌탑은 하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으로 쌓은 것 같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에서는 조산(造山), 조산탑 또는 조탑(造塔)이라고 부르며, 제주도에서는 방사용탑’, ‘거욱’, ‘가마귀동산이라고도 한다.

<돌탑>


  길을 걷다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만한 곳에 폐광 갱내수를 정화처리 하는 시설이 있다. 폐광에서 흘러나오는 갱내수는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하천 색깔이 붉게 변하거나 흰색 침전물을 발생하여 중금속오염으로 오해와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폐광침출수는 주변 농지나 토양을 중금속오염 시킨 사례도 있다.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여 자연환경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환경보전은 사전예방이 더욱 중요하지만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갱내수 정화시설>


   흰 구름은 백운산을 맴돌며 동행한다. 나무 등걸의 2층 구멍을 통해 시원한 약수는 용출되지만 표지판에는 수질검사 결과 먹는 물로 부적합하다고 마시지 말라고 한다. 대신 애절한 전설이 깃든 동자꽃이 철 늦게 피어 활짝 웃는다. 어느 암자의 동자가 마을에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다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제때에 돌아오지 못하자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는 끝내 얼어 죽고 만다. 스님은 돌아와서 동자를 고이 묻어주었는데 그 자리에 동자를 닮은 꽃이 피어나서 동자꽃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약수터>

<동자꽃>


   그 많던 갱도는 다 어디로 갔을까? 했는데, 1177갱이 나온다. 1177숫자는 갱의 번호인지? 또는 갱도의 고도인지? 아니면 갱도의 길이인지? 모르지만 이 갱은 민영탄광으로는 최대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로 고한·사북지역 탄광개발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이 갱이 개발되면서 화절령 주변에 여러 개의 군소탄광이 생겨났으며 채탄된 석탄은 트럭으로 인근 함백역까지 운송되었다. 이 때 만들어진 길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운탄고도(運炭高道)의 하나이다.

.<1177갱>


   우리는 끝없는 불륜이나 천륜을 어기는 드라마 등을 보면서 막장이라는 용어를 쓴다. 그러나 막장은 광부들이 작업하는 땅속 갱도의 막다른 곳을 가리킨다. 막장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지 안전모에 붙은 해드램프에 의지한 채 지열이 섭씨30도를 웃도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을 한 사람들은 미세한 석탄가루에 의해 진폐증(塵肺症) 등 직업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곳 분들은 생과 사가 넘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막장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는 것을 몹시 꺼려한다.

<둥근이질풀 꽃>


   화절령을 한참 편하게 내려오다가 다시 마운틴 탑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목은 숲이 터널을 이룬다. 금년 여름 무더위는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및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막을 형성하여 지구 밖으로 빠져나갈 열을 막아버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숲은 지구의 온난화를 막아주는 파수꾼이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온실가스를 잡아먹는 하마이다. 그래서 숲은 우리가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마운틴 탑으로 올라가는 숲길>


<투구꽃>


   마운틴 탑은 백운산자락의 지장산(1345) 정상에서 시작되는 4.2길이의 초보자용 슬로프를 비롯하여 18면의 슬로프와 3기의 곤돌라 및 7기의 리프트가 스키장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정상에는 승강기를 이용하여 올라가면 3층에 회전식 레스토랑 탑 오브 더 탑전망레스토랑이 있으나 올라가지 않고, 밖의 마당에 마련된 전망데크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산자락을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조합하여 조망한다.



<전망레스토랑>

<하트광장>

<곤돌라>

<스키슬로프>


  마운틴 탑으로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온다. 길목에는 참나무 밑 둥이 세 갈래로 갈라진 틈새 중앙에 관중이 턱하니 자리하고, 가까운 곳에는 수령 백년쯤으로 보이는 자작나무가 모진세월을 이야기 한다. 관중(貫中)은 고사리목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중국·일본·만주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식물이며, 생약으로 잎줄기 또는 뿌리를 쓰며 조충 및 십이지장충 구제약으로 사용한다.

<참나무와 관중>

<자작나무>

 

  삼거리에 다다르면 우측코너에 도롱이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1970년대 탄광갱도가 지반침하로 생긴 생태연못으로 화절령 일대에 살고 있던 광부의 아내들은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하여 연못에 살고 있는 도룡뇽에게 남편의 출퇴근을 무사기원 했던 것에 유래하여 도롱이연못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에 도룡뇽이 생존하는 한 탄광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항상 이들의 서식여부를 확인하였고, 남편의 무사기원을 빌 때 도룡뇽을 발견하면 무사고의 징조로 알고 안심하였다고 한다.

<도롱이연못>

 

   도롱이연못에서 약30여분 가량 숲길을 따라 여러 번 오르내리며 도착한 곳은 오늘의 일정이 끝나는 마운틴콘도다. 이 길은 광부의 아내들이 도롱이연못까지 넘나들며 남편의 안전을 기원했던 절규의 길이며 사랑의 길이었다. 정성들여 쌓아 올린 돌탑은 아내들이 오가며 한 땀 한 땀 수놓은 한숨이다. 그 절규의 한숨이 무덥고 긴 여름날을 지나와 가을의 문턱에서 붉은 가막살나무 열매로 영글어 간다.

<화절령 길>

<하이원트레킹코스 입구>


<가막살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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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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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남석01089230713 | 작성시간 18.12.21 수령 백년쯤 되는 자작나무의 모습은 '닥터지바고'에 나오는 멋진 자작나무의 모습은 아니다.
    나무도 수령이 다하면 모습이 변하듯이 사람도 쭈그렁얼굴에 걸어 온 역사를 보면 아련한 부모의 모습이 겹쳐질 때가 있디. 자신의 자취도 찌그러지고 주름살 투성이가 되지만 사진작가들은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켜 온화함으로 자랑하고야 만다.
  • 작성자솔내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4.04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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