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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2009년도 글. 영화 해운대에 관하여

작성자킬러들의 저녁식사|작성시간16.06.19|조회수138 목록 댓글 0

 해운대는 철저하게 가족 전원이 볼 수 있도록 기획되고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구성이 그러하다. 어린 아이서부터 젊은 남녀, 이혼한 중년 부부, 과거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보는 연령대에 맞춰 감정이입을 쉽게 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설정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극장안은 어린 아이서부터 학생들, 커플들, 그리고 자식과 함께 온 부부, 연로하신 분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거대한 재앙에 초점을 맞춰서 홍보를 한 덕에 대부분의 관객이 젊은 층에 속하지만, 나중에 입소문이 났는지 아니면,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체험하려고 그러는 지는 몰라도 가족 단위로 오거나 노년층 부부들이 영화관을 찾는 모습이 매우 신선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는 다소 심란하게 진행이 되었다.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관계가 해운대 앞바다에서 이루어지며 인물들간의 관계는 재난 영화 답게 매우 불안정하다. 그 불안정성에 더해 인물들은 저마다 가슴 속의 상처를 하나씩 간직해간다. 무언 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계절적 배경인 여름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쓰나미가 해운대를 강타하는 순간 그 상처들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해운대는 제작비의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대다수의 시간을 인물들의 사건 사고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에피소드들을 조명하며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웃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힘없는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상황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은 일전의 용산 참사와 매우 닮아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소리 소문 없이 희생되는 상인들의 처지가 처연하게 느껴지면서 도저히 웃음을 떠오르지 않게 한다. 게다가 그들이 맥없이 터전을 잃을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일반 시민들은 해운대 앞바다에서 저마다 유쾌상쾌통쾌한 놀이를 즐긴다. 마치 우리가 용산 참사와 별개의 터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각자의 인생을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해운대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서로 간의 갈등으로 관계가 극에 달했을 때 쓰나미를 맞게 된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들은 자신들이 소중히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갈등을 함께 겪는 상대라는 것을 깨닫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노력은 위기를 모면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

 

 하지만, 지나친 우연과 필연은 영화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키기에 몇몇 인물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지 못하게 된다. 물론, 쓰나미가 해운대를 강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영화는 비현실성을 현실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했다. 우리나라에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인도네시아의 지진 또한 과학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토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 영화 치고는 하이라이트가 너무 짧다. 물론, 제작비의 문제가 있겠지만, 우린 해운대라는 배경에서 일반 드라마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보는 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한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서 뭔가 대단한 구성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니 그저 웃고 떠들게 하는 데만 주력한 듯 싶다.

 

 가족 영화, 상업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점과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써 지니는 부실한 무게감이 공존하는 영화였다. 특히 CG는 거액을 들였다지만, 너무나도 허점이 드러나보이고 딱 봐도 CG다라는 것을 알아차리게금 해서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음에도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한국 영화 산업의 불황 속에 선방을 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쟁취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형 재난 영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는 CG의 한계를 고스란히 앉고 있지만, 1,000만 관객은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이 영화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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