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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쏠로게시판

[루저]나의 인생 (부제 : 앰생)

작성자여말못|작성시간17.05.13|조회수218 목록 댓글 5

밑에 케토피의 글을 읽고 깊은 공감을 느껴서 이 글을 써본다

징징거리는 글이라 아쏠게에 쓰니까 징징거리는 거 보기 싫거나 욕할 사람들은 그냥 뒤로 가버려라

 

나는 91년도에 태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 아빠는 단군 이래 가장 꿀 호황이었다는 386세대셨다

고졸 후 대학 진학 안하고 반에서 중상위 하는 성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은행, 대기업에 입사하셨고(지금 생각하면 꿈도 못꿀)

80년대의 많은 커플들이 그랬듯이 우리 부보님은 적당한 인성과 조건을 따져서 스물 중반쯤 중매로 만나셨다. 20년 후 내가 언제쯤 초중고딩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할건지, 가장 좋은 생일의 타이밍이 언제인지까지 철저하게 계산하셔서 그 기간에 맞게 나와 여동생을 낳으셨다

마치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총통의 인생처럼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계획되어져 있었고

그 길을 닥치고 순종하며 따라오면 행복한 인생이 될 것처럼 보였다(그때까지는)

 

 

내가 기억하는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은 늘 엄청나게 보수적이고, 계획적이고, 가족밖에는 모르는 이미지

초딩때부터 나는 종종 내면의 답답함을 느꼈지만 아직은 그게 구체적으로 뭔줄 몰랐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을 무렵 부모님은 강남 서초동으로 이사를 결심하셨다

지금 살고있는 동네의 중학교는 '질이 낮다' 는 게 이유였다

부모님은 그때까지만해도 내가 공부로 성공할 수 있을거라는 청운을 품으셨던듯하다

서초동 집값을 충당하기 위해서

엄마는 30년은 더 다닐 수 있는 은행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미리 땡겨받고 아빠는 직장에서 계열을 옮겼다

온 집안 식구가 나를 위해 올인 배팅을 걸었다

고작 중학교 전학 하나를 위해서.

 

그러나 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중1 입학 첫 학기의 성적이 반2등을 찍었는데, 그 뒤로 10등 20등 점점 추락해만갔다

성적은 좆도 안나오는주제에 범생이 코스프레한다고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부모님은 나에게 귀두머리를 강요했다.. 내가 10대의 남학생으로써 누리고 싶었던 기쁨과 즐거움은 내 몫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공부를 놓고 무너져버렸다

그렇다고 일탈도 하지못했다

나의 사춘기는 절망과 열등감,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고 사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누더기가 되었다

고3을 졸업하며 클래스의 친구들이 나를 불렀던 공식적인 별명은 "찐따" 였다

너무나 찐따스러워서 연애도 한달을 넘겨본적이 없다

그리고 지잡대 사회복지학과 막학기 졸업반인 스물일곱 지금, 나는 여전히 찐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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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멀바색갸 | 작성시간 17.05.13 해어스타12 학업애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지. 암.
  • 작성자좆징 | 작성시간 17.05.13 집값 좀 많이 올랐겠네
  • 작성자운칠기삼 | 작성시간 17.05.14 연애도 한달을 넘겨본적이 없다니... 능욕이십니다..
  • 작성자세계평화 | 작성시간 17.05.14 힘내..라고 할려다가 마지막 줄 무렵에서 ㅋㅋ
  • 작성자안뇽안뇽 | 작성시간 17.07.30 공무원봐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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