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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압]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그 대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설명

작성자rhythm&blues|작성시간17.12.06|조회수554 목록 댓글 0


 

정치뉴스를 읽다 보면 '우리나라 선거제도 문제 많다. 개혁해야 한다' 라는 글을 많이 보셨을겁니다.

정말 많은 개혁안이 있지만, 그 중에서 단연 가장 많이 거론되는건 '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니다.

그러면 이 제도가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 제도인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 제도인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일단 그 전에 우리나라의 현행 총선제도와 그 문제점을 설명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의 단순 결합입니다.

근데 지역구 253석 / 비례대표 47석이라 사실상 소선거구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봐도 됨.

 

소선거구제의 장점은 대단히 직관적이라는 겁니다.

"전국을 여러개의 선거구로 나누고 각 선거구에서 1등을 한 후보가 당선된다."

정치 문외한도 10초 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합니다.

또한 전국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선거를 실시하기 때문에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용이하며, 유권자와 후보자간 접촉도 쉽고, 당선 이후에도 의원-유권자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바로 표와 의석수의 불비례성이 심하게 나타난다는거죠.

쉽게 말하면 국민의 민의가 의석수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제도라는겁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면, 만약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A당이 60%, B당이 40%의 지지를 고르게 얻는다면?

그러면 A당이 모든 의석을 독식하고, 전 국민의 40%의 지지를 얻는 B당은 단 하나의 의석도 얻지 못하는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18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 결과입니다.

해당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37%였습니다. 즉 당시 시점에서 국민의 37%만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었다는 뜻.

그러나 이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299석 중 153석을 획득하며 단독 과반에 성공합니다.

현행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서는 대략 30~40% 정도의 지지만으로도 무난히 과반 먹는게 가능합니다.

 

 

 

 

 

 

반대로 소수정당에게는 극단적인 불리함을 안겨줍니다.

이 단점이 명백히 드러난 2015 영국 총선입니다.(영국은 비례대표제 없이 only 소선거구제입니다)

영국독립당은 전체 득표수만 따지면 12.7%로 3위를 기록했지만, 당선자는 꼴랑 1명을 배출하는데 그쳤죠.

즉 소선거구제는 거대정당에게는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소수정당에게는 득표율보다 적은 의석수를 가져오는 제도고

때문에 필연적으로 양당제를 고착화 하는데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물론 양당제가 반드시 나쁘고 다당제가 반드시 좋은 체제는 아닙니다.

양당제는 민의 반영이 제대로 안 되고 정치적 다양성을 희생하는 대신 정국의 안정을 가져오죠.

때문에 양당제를, 그리고 양당제를 유도하는 소선거구제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에게 맡깁니다.)

 

 

 

 

 

 

그래서 소선거구제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게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대표적인 시행 국가가 독일이기 때문에 독일식 비례대표제라고도 부릅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시행 중.

이 제도의 특징을 한줄로 표현하면,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의 결합과 연동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일단 독일에서도 1인 2표제로 지역구에 나온 후보에게 1표, 정당 비례대표 1표를 투표합니다. 여기까진 한국과 동일.

한국에선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개표하여 둘의 결과가 연동되지 않습니다.

 


 

독일에선 이 둘의 결과가 서로 연동됩니다.

정말정말 딱 한줄로 요약하면, 이 제도하에서 총 의석수는 비례대표 투표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뭔 말인가 하면...

총 의석수가 200석이고, 그 중 지역구가 100석이라고 칩시다.

그리고 A당은 지역구에서 5석을 당선시켰고, 비례대표 투표는 20%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방식이라면, 지역구 5석 + 비례대표 20석 = 총 25석을 얻었을겁니다. 둘의 결과는 따로따로니까요.

독일은 위에도 말했듯이 둘의 결과가 연동되며, 총 의석수는 무조건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즉, 총 의석수가 200석이고 A당의 득표율이 20%이므로, A당은 무조건 총 의석수의 20%에 해당하는 40석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A당에게 비례대표를 35석을 배분해줍니다. 그러면 지역구 5석 + 비례대표 35석이 되어 A당은 40석을 얻게 됩니다.

 

반면 B당은 지역구에서 80석을 쓸었는데 비례대표 득표율은 35% 밖에 못 얻었다면?

200석의 35%는 70석이므로 지역구에서 B당이 얻은 80석보다 적습니다.

이 경우 10석은 초과의석이라 하여 그대로 인정해줍니다.

(2013년 독일 총선부터는 보정의석이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초과의석을 많이 먹은 당이 너무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와서 다수당이 초과의석을 먹은만큼 다른 당에 보정의석을 추가해줌.

이거까지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아프니 걍 그렇구나 하세요)


 

 

 

 

얼마 전에 실시된 독일 총선 결과 지역구 지도입니다.

전국이 온통 검은색의 기민/기사연합으로 뒤덮였습니다. 실제로 지역구 298석 중 무려 231석을 획득했습니다.

만약 한국이었으면 과반은 우습게 넘기고 개헌선도 무난히 점령했을겁니다.


그러나...

 

 

 

기민련은 비례대표에서 꼴랑 15석을 차지한 반면

다른 정당들은 최소 64석에서 최대 94석을 비례대표로 배정받아 기민련은 전체의석수에 1/3을 얻는데 그치고, 6개 정당의 다당제 의회가 성립했습니다.

심지어 자유민주당은 지역구 0석이지만 비례대표로만 80석을 배정받아 제4당이 됨.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장점은 지금까지 계속 말해왔듯이

표와 의석의 불비례성을 완화하고, 민의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0%의 국민이 지지하는 당은 의석수도 전체의 30%만 배정받게 됨.

다른 선거제도로의 개혁보다 국민들이 겪는 혼란이 적을 것이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유권자는 지금과 동일하게 1인 2표를 찍으면 됩니다.

위에 적은 소선거구제의 장점, 즉 유권자와 의원간 거리가 좁아 서로간의 접촉이 쉽다는 장점 역시 그대로 계승합니다.

완전 비례대표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이죠.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일단 비례대표 의원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나게 되는데,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국 정당들은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운영해본적이 많지 않습니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자기 계파 한명이라도 더 올리려고 싸우는건 애교로 봐줄수 있는 수준이고, 아예 돈받고 비례대표 장사한적도 있죠.

정당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나라에서 비례대표제 확대는 그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이는 개방형 명부제 도입으로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가 비례대표 투표를 할때 정당뿐만 아니라 몇순위 후보를 선호하는지까지 투표하게 하는 제도)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다당제를 가져오게 되는데

위에도 썼듯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지만, 여러 정당의 난립으로 국정운영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북유럽이나 독일 수준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물론 제도의 개선이 의식의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조건 옳은 제도는 아닌만큼 제도 자체의 장단점과 한국 정치의 현실을 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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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樂 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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