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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토론게시판

가짜사나이 논란.

작성자포르쉐911|작성시간20.10.10|조회수1,771 목록 댓글 12

군대 예능을 싫어한다.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 군대는 대체로 음울하고 병폐가 가득한 공간이다. 전쟁이 없는 나라에서 전쟁에 대비해 편성한 조직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진짜 사나이는 얼마 없는 군대의 아름답고 긍정적인 순간만 조명하고 미화한다. 쓰레기다.

가짜 사나이는 한 술 더 뜬다. 모토는 '나태해진 인간이 극한의 훈련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뭐 대충 이런 느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인격모독은 정당화한다. '조교'들은 지원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고 이리저리 굴려댄다. 프로그램의 화제성에 기대 지원한 사람들이 나태해진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거짓말 한다. 그들이 거지같은 상황을 버티는 이유는 조회수를 빨기 위함이지 새로 태어나기 위함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그런 비인격적인 훈련을 견뎌낸다고 다시 태어나거나 변하지 않는다. 잠깐일 뿐이다. 흔히 군대가면 사람된다는 말은 개소리에 가깝다. 대체로 군대에 갔다오면 더 상태가 안좋아지기 일쑤고(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가기 전과 유사하면 다행인 정도다. 군대 가기 전에도 병신이면 다녀와서도 병신이다.

가짜 사나이를 보면 학창시절 수련회가 떠오른다. 처음보는 '조교'들이 나를 윽박지르고 말도 안되는 얼차려를 준다. 신나게 굴리고 마지막 날 밤엔 장기자랑을 한 뒤, 갑자기 촛불을 켜고 부모님 얘기를 하며 우리를 울린 뒤 잠을 재운다. 해병대 캠프 따위의 것들도 다 비슷하다. 그딴 걸로 우리가 성장했다면 벌써 성인군자가 됐을거다.

UDT와 같은 특수부대에서 인격모독을 자행하고, 극한의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는 이유는 전시에 비슷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비하는 것 뿐이다. 그걸 통해 다시 태어난다거나 인간 개조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가짜 사나이의 유행으로 미개한 해병대 캠프나 수련회 문화가 살아날까 두렵다.

친구들이 울고 있을 때 촛불로 나방을 태우다 혼이 났고, 말도 안되는 통제가 싫어 친구들과 소리를 지르며 복도를 뛰어 다녔다. 그래도 미개한 훈련을 견뎌낸 이들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잘 산다. 가짜 사나이 재미 없어하면 '찐'이라던데 그냥 '찐'하련다


>>>난 전반적으로 동의하는데 훌리들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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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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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포르쉐911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10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벌써 스멀스멀 퍼지는 느낌임.
  • 답댓글 작성자로리 안유진 | 작성시간 20.10.10 포르쉐911 군대는 국방티비나 가끔 공중파 뉴스나 다큐 방송에서 다뤄줄때 보면서 추억회상이나 해야지. 군대식 훈련으로 정신무장, 자신감 성취감 이러는것은 진심으로 시대에 역행한다고 봄
  • 답댓글 작성자포르쉐911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10 로리 안유진 훌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만..
  • 작성자향가향가 | 작성시간 20.10.10 나도 ㅈ같은 군대문화에 왜 열광하는지 모르겠음. 군대갔다온거에 대한 미화인지, 가지 않은 미필들은 남성상이 사라지는 사회에서 강한남자를 추구하는 영상과 연출에 혹한거같기도하다
  • 작성자면정학 | 작성시간 20.10.11 5기 까지는 뽑아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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