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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제된 사랑 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작성자그와 그녀의 사랑은|작성시간14.06.19|조회수86 목록 댓글 0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 제목에 대해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8월로 앞당겨지는 것은 그의 사랑이 일찍 도달한다는 것이고, 그 축복이 일찍 시작된 건 그의 존재가 정작 12월 크리스마스가 되면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8월의 크리스마스로 지어진 것은 아닐 지 영화 팬들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두 남녀의 사랑을 시처럼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표현되는 이들의 사랑 전개는 끝맺음까지 죽음을 앞둔 남자의 사랑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신파조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슬픔과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인 멜로인 신파를 배제하면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고전 멜로 영화 중에서도 당연 으뜸이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반부는 사진관에서 일하는 병든 한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남자는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곧 있으면 본인이 죽는다는 얘기를 농담 삼아 할 정도로 이성을 잃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죽음 앞에서 초연하게 대처하려 노력한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 지원은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액자 사진을 지워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는 결국 첫사랑을 마음 속에서 지울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서게 된다. 실제로 그가 첫사랑을 마음 속에서 정리하는 것을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보여준 다음엔 지원이라는 여자는 영화 이야기 전개에서 배제되고 만다. 그 바로 다음에 다림이라는 여인이 사진관 남자 정원에게 다가옴으로써 이야기는 이들의 인연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어느 한 날은 다림이라는 여인이 저녁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만, 정원을 반기는 건 죽음을 앞둔 어느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이다. 정원에게도 죽음은 목전 앞에 다가온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인지 정원은 그 할머니 사진을 정성껏 찍어준다. 이 시퀀스는 사실 정원에게 사랑이라는 인연보다 죽음이 먼저 도달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초연할 것만 같았던 정원은 아버지에게 비디오 트는 법을 알려주다가 아버지가 이해를 잘 못하자 화를 내면서 결국, 자신도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주인공인 정원을  일상 속에 사는 여느 인간처럼 묘사하면서 마치 이 영화가 일상 속 어딘 가와 닮아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면서 정원의 처지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시켜 준다. 

 

 결국, 정원은 병원으로 끌려가고 텅 빈 사진관에 다림이 자주 나타나면서 정원을 애타게 기다리게 된다. 정원은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 다림이 건네준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서 전달하려 하는 차에 다방에서 다림을 목격한다. 그때 정원의 손길에서 그려지는 다림과 정원 사이엔 유리벽으로 차단되어 있는데 이는 이 둘의 관계 사이에 어떤 벽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숏이다. 

 

 정원은 사진관에서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고,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 뒤, 사진관에 찾아온 다림은 사진관 안에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밝게 웃는다. 정원은 결국, 인생은 추억을 남기지만, 다림만큼은 추억이 아니라 여전한 자신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나레이션으로 귀띔해줌으로써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린다. 

 

 자칫 단순할 수도 있는 일상 속에서 흔히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잘 포장한 허진호 감독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이 영화를 보면 분명 좋은 평가를 내릴 거라 생각한다. 모든 연령대의 모든 남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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