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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작성자그와 그녀의 사랑은|작성시간14.06.21|조회수107 목록 댓글 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 제목을 지은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제는 소설 책 주인공 이름으로서 쿠미코는 자신을 조제라고 불러주기를 바란다. 이는 쿠미코가 독서광일 정도로 주어온 책들을 모두 섭렵하고 있는 점을 상징한다. 쿠미코는 다리가 마비되어 걷질 못하는데, 이러한 장애인들도 일반인들보다 나은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제목의 첫칸에 상징적인 단어로 잘 표현한 것이다. 조제 다음 칸에 오는 호랑이는 세상에서 쿠미코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평생 구경도 안할 거라고 얘기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다. 이는 장애인들에게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사람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맨 나중에 오는 단어인 물고기들은 심해 속 깊숙한 곳에도 있고, 파도 너머로 헤엄쳐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말하자면, 쿠미코는 심해 속 깊숙한 곳에 있기도 하고, 남자 친구인 츠네오에 의해 세상 밖 구경을 할 수 있기도 하는 처지이다. 이를 제목 만으로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제목 안에 상징적인 단어들을 채택하여 쓰여지는 영화나 소설은 많지만, 이토록 디테일하게 상징성을 지닌 제목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해 다룬 영화로서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선, 쿠미코가 누군 가에겐 의지를 할 수 밖에 없는 선천적인 장애인으로 나오는데,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과 그런 못 미더운 시선 때문에 쉽게 상처 받는 장애인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츠네오는 극 중 후반부에 다다르면서 본인이 쿠미코에 의해 지쳐감을 인정하면서도 장애인 화장실에서 변을 보는 쿠미코를 끌어 안으면서 그런 자기 자신의 이기심을 부인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엔 본인이 도망쳐 나왔다는 나레이션으로 쿠미코와 완전 이별했음을 관객에게 통보하게 되는 데, 세상 사람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 가지 못함을 간접적으로 영화 관객에게 제시한다. 


 쿠미코에게 장애인인 자기 주제를 알라는 할머니의 일침도 일상 속에서 늘 위태롭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처지를 잘 대변해준다.  


 2003년도에 나온 이 영화는 이후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삶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한 쿠미코를 넌지시 보여주는 데, 하필 그녀가 굽는 건 생선이다. 물고기는 파도 밖으로 자신의 몸을 분출시키기도 하지만, 이내 물 속으로 가라 앉을 수 밖에 없다. 필시 츠네오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임을 끝까지 메시지를 통해 제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영화라는 점, 그리고 장애인의 힘든 처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일반인과 장애인의 동거는 아직까진 불완전하고 세상의 시선도 고깝다는 점을 그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리고 장애인에 관해 조금씩은 관심을 가질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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