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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詩 지혜◎

[시] 사기친 범어사, 하하!!

작성자청암|작성시간20.12.10|조회수146 목록 댓글 4

 

지난가을 끝자락에 금정산 사기능선으로 산행하였습니다. 사기라는 글자에 꽂혔습니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엄청 큰 바위에 한자로 “사기”라 새겨놓은 석표가 몇 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사기라는 바위로 줄 친 것처럼 보였답니다. 무슨 사기를 쳤을까. 그런데 사기는 사기(詐欺)가 아니라 사기(寺基)였답니다. 

 

다시 반전!! 불가의 가르침은 소유보다는 무소유를 중시하죠. 또한 영역을 표시하여 경계 짓는 일은 불가의 중요한 가르침에 사기(詐欺)치는 듯하여 미소 지어 보았답니다. 결국 여러모로 사기친 범어사. 하하

 

 

사기친 범어사

 

금정산 범어사 본 절을 옆구리에 두고

도친골 따라 상마마을로 오르면

만성암에서 길을 멈춘다

 

가을빛이 뚝뚝 떨어지는 산길은

원효암과 의상대를 이마에 두고

범어 사기능선으로 이어진다

 

계절을 앞서 가는 참나무 잎사귀가

머리 위로 소리도 없이 낙하한다

가을이 내게로 왔다

 

봄, 여름, 가을 잎자루가 머물던 잔가지에

잿빛 하늘이 내려와 대롱대롱 매달린다

있음과 없음의 경계란 본디 없는 법

 

사기(寺基)가 바위에 집을 짓고 산다

어디가 속계이고, 어디가 불계인가

사기봉 사기 글씨에 괜히 마음만 번거롭다

 

*사기(寺基) : 범어사 토지 경계 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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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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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꼬맹쓰 | 작성시간 20.12.11 으악...ㅋㅋㅋㅋ 그 사기가 전 그 사기인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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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청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2.11 푸하하!! 꼬맹쓰님..
  • 작성자dougahn | 작성시간 20.12.26 범어사 주변 산에 '寺基'가 많이 보이죠.
    장산에는 '李王'이라는 표지석도 보이죠... 이씨왕조 땅이라는 표지겠죠.
  • 답댓글 작성자청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1.04 앗!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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