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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詩 지혜◎

[시] 숲속 시케이더 (cicada)

작성자청암|작성시간21.10.08|조회수69 목록 댓글 0

 

숲속 시케이더 (cicada)

 

편백나무 숲에 잠들어 있다

막차를 타고 떠나버린 그리움

태풍 오마이스는 밤새 산을 할퀴었다

새벽 산길에 널브러진 나뭇가지들

축축한 산바람이 나의 촉수를 감싸고

걸음마다 내 안에 쌓이는 짙은 산내음

콧잔등에 내려앉는 거미줄처럼 가는 빗방울

푸르스름한 이른 아침의 고요를 깨고

어디선가 울음이 들려왔다

소리 지를 아가리도 터질 고막도 없이

아직 젖은 몸으로 소리 지르는 그대여

편백나무 숲에 잠들어 있다

막차를 타고 떠나버린 그리움

 


지난여름 어느 날 태풍 오마이스가 남부지방을 강타했었죠. 다음 날 일찍 산에 올랐습니다. 평소에 애기 오줌 줄기 정도로 흘러내리던 작은 골짜기에도 제법 폭포처럼 물이 쏟아졌죠. 비가 내린 후 이른 새벽에 산길을 걸으면 나무와 흙과 비바람 냄새가 뒤섞여 그 놀라운 산내음에 언제나 코를 벌름거립니다. 이때 멀리서 아직 생의 임무를 완성하지 못한 매미가 산을 깨우듯 뱃가죽을 벌름거리며 소리칩니다. 절규인가 세레나데인가. 하지만 저의 귀엔 막차를 타고 떠나버린 그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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