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 산행
(눈에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다)
가천 들머리에서 멀리 올려다본다
비를 머금은 엷은 잿빛 구름이
7부 능선까지 덮고 있다
신불산의 신불이 한자로 神佛이라
신과 붓다의 산이로다
신불산에 들며
사랑과 자비를 생각한다
어디에서 나올까, 어디까지일까
착한 사마리아인까지인가
“오른손으로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일까
“천지여야동근 만물여아일체”인가
아, 너무 어렵다
오히려 이것이 맘 편하다
“마당을 쓸면
지구의 한 모퉁이가 깨끗해진다”
산구름 속에서는 조금만 멀어져도
물체가 희미해진다
그 경계의 안과 밖
가까이에 가면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실은 경계선마저 없다
“유혐간택”을 더듬어 본다
산에 올라 산을 내려다본다
발아래 저만치 억새꽃도
저 멀리 인가도 모두 사라졌다.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사물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물방울 짙은 구름에 갇힌
신과 붓다의 산, 신불산을 내려오며
산은 정말 산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