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무엇을 ‘사리’로 남겨야 할까
운문산(雲門山 1188m) 산행
영남알프스 구름 문이 열리는 운문산
웅대한 지세에 범처럼 웅크리고 있다
일명 호거산(虎踞山)이다
이곳의 제왕 호랑이는
다들 어디로 갔을까
절정의 가을이 찾아든 석골사 계곡
지렁이처럼 꾸불꾸불 끝없이 올라간다
가파른 등로의 햇살은 차가운 듯 따뜻하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는
매 순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색깔은 말한다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을 무렵
해발 1,000m 상운암 관음전
부처님께 먼저 인사를 올렸다
노장 지수 스님은 출타 중인 모양이다
뜰의 가장자리에 놓인 나무의자
스님을 닮아 깡마른 수행자의 모습으로
건너편 산을 여린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다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던데
지금 나의 옷 색깔은 어떠한가
나중에, 나중에 무엇을 ‘사리’로 남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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