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에서
차가운 거친 바람이 마구 부는 날
제주 금악리 금오름에 올랐다
하늘로 치솟던 불기둥은
어디로 갔을까
고인 물마저 말라버린 왕매
여린 적토를 밟으며
느린 걸음으로 가로질러 간다
산새 한 마리 품지 못하는 분화구
거친 바람마저 가던 길을 멈추었다
아득히 사라지는 것인가
변할 뿐인가
지난날 격정의 소낙비
푸른 하늘에 잿빛 구름이 되어
산을 내려가는 이의 처진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 왕매: 금오름 산정화구호
- 적토赤土: 붉은 빛깔의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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