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여, 그대여!!
겨울은 이미 강을 건너 산을 넘어 저만치 달아났지만 철 지난 서늘한 바람은 차가운 나목의 숲에 흥건하였다.
언제부턴가 언뜻언뜻 하나둘씩 피어나는가 했더니 햇살 가득한 어느 날 연분홍 꽃잎은 수목을 삼켜버렸다.
등산화 끈을 풀고 수변 정자에 올라 배낭에 든 막걸리를 한 잔 걸치니 눈길은 이내 호수 쪽으로 타고 내려 벚꽃 송이송이에 가 멈추었다.
얼어붙었던 땅속 벚나무 실뿌리는 언제부터 그 여린 손을 녹여 물을 빨아들였을까, 저 높은 우듬지까지 수액은 또 어떻게 타고 올라가서 꽃이 되었을까.
잔물결 아래 깊은 물길처럼 일상에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내다가 일 년에 꼭 한 번 이맘때쯤 나를 마구 흔들어대는 꽃잎이여, 그대여.
(2022년 4월 어느 날 선암호수를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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