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오름에 올라!!
새벽 5시 성판악으로 입산, 한동안 지렁이처럼 꾸물대던 어둠은 물러나고 산은 목덜미까지 환해졌다
야광나무가 금강역사처럼 자리한 사라오름에 이른다
붉은 열매로 익어가는 야광나무는 잎사귀를 마구 흔들어대며 나를 반긴다
한라산의 푸른 기운이 사라호수의 수면 위로 밤새 빙하처럼 켜켜이 쌓였구나
산정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줄줄이 일어나고 나의 마음에도 꿈틀거리는 파문
지난겨울에 몰아쳤던 눈보라도 춘풍에 실려 온 꽃향기도 시방 한여름의 녹음도 모두 누구의 모습인가
돌고 도는 계절에 늦가을이 찾아들면 낙엽은 또다시 물결 위로 한동안 떠다닐 것이다
잔물결로 가득한 해발 1338m 사라오름에 올라 푸른 산정호수의 눈을 가진 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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