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진,자연재해,질병

전염병의 역사

작성자열목어(남양주)|작성시간15.06.04|조회수1,164 목록 댓글 22


  바이러스는 온전한 생명체가 아니고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는 어정쩡한 존재라서 반드시 살아있는 숙주의 


  몸에 빌붙어야만 존속 가능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숙주를 죽이면 바이러스 자신도 죽게 되는데, 이런 특성때문에 숙주와 바이러스는 끝 없는 상호경쟁을 벌이다가 


  적당선에서 타협하는 듯 보이는 공진화를 하게 됩니다.



  비유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1980년대 세상에 알려진 에이즈의 치사율은 아주 높았습니다. 에이즈 국제회의장(?)에 모인


  에이즈들이 이참에 재수 없는 인류를 멸종시키자고 약속을 합니다.


  그래서 독성 강한 똘똘이 에이즈들은 숙주인 인간을 감염시키고서 자기도 장렬히 전사합니다. 독성 강한 에이즈는 숙주 


  한명 감염시키면 바로 그 숙주와 함께 산화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부 좀 모자란,,찌질한 에이즈도 소수 있습니다. 그들은 독성이 약해 인간을 감염시키고서도 죽음에까지는


  이르게 하지 못하는 함량미달의 에이즈 전사들입니다.


  그런데 이 수준미달의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은 죽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에이즈를 퍼뜨리게 됩니다. 그래서


  죽지 않는 숙주 덕에 찌질이 에이즈는 널리 확산될 황금같은 기회를 얻게 된 겁니다.



  인체에서 조건만 좋으면 에이즈같은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도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찌질이 에이즈만 


  살아남아 숙주의 활발한 활동 덕에 널리 퍼지는 일이 반복되고, 똘똘이 에이즈는 숙주(인간)와 함께 바로 죽어버리는 


  일이 수십 년 계속 된다면 어떤 에이즈가 남게 될지는 뻔합니다.


  그래서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에이즈가 전체적으로 독성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치사율 100%에 육박한다던 에이즈로 인해


  더 이상 죽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게 된 겁니다.



  결국 지난 30여년 사이에 에이즈는 좀 순딩이로 진화를 한 셈입니다. 그게 자기네들에게도 이득이니까요. 물론 에이즈는


  이런 걸 알고서 그렇게 해온 게 아니라 그냥 약한 에이즈 바이러스만 살아남다보니 전체적으로 약체화 된 겁니다.


  결국 이게 진화인 거지요.



  그런데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다들 이런 과정을 거쳐 치사율이 낮아집니다. 지(?)가 치사율을 


  떨구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살아남으려면 숙주인 인간을 죽이지 않아야 하는데 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거지요. 그래서 에이즈 바이러스와 


  숙주인 인간 사이에 미묘한 타협이 성사된 건데, 이게 에이즈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모든 박테리아,바이러스와 인간 사이의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입니다.



  대부분의 전염성 질환이 초기에 높은 치사율을 보이다가 점차 치사율이 떨어지면서 결국에는 한 사회에 치명타를 가할 


  정도의 위력은 사라지고, 


  주기적으로 나타나긴 해도 큰 위협이 되지는 못하는 풍토병으로 변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공진화덕분입니다.



  문제는 초기의 높은 치사율이지요. 처음에는 독성이 강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많은 이유가,,낯선 병원체를 처음 


  대면한 인체에는 적절한 대비책이 없어 제대로 면역기능이 가동되지 않기때문입니다. 



  아메리카대륙에 진출한 스페인 정복자들이 총칼로 아즈텍문명을 붕괴시킨 게 아니라 몸에 담아간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대서양 건너편에 살다보니 이런 듣도보도 못한 낯선 병원체에 면역력이 전혀 없던 신대륙 원주민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간 


  사례는 아주 유명하지요.



  이 부분에 관심이 있는 동호인들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일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류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큰 요소 세 가지 총과 병균과 철기 중 병균의 역할이 겉보기보다 아주 크다는 걸 다채로운 사례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풀어써서, 분량이 꽤나 되는 묵직한 책이지만 볼만합니다.


  여러해 계속 서울대 도서관 대출순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걸로 유명해서 더 화제가 된 책입니다. 



  

  우리는 보통 '기생충'이라고 하면 회충,요충,십이지장충같은 걸 떠올리지만 인체에 빌붙어 사는 모든 외부생명체는 사실


  다 기생충입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들 말입니다.


  그래서 이 기생충 전반에 관해 아주 살벌하다싶을만큼 다채로운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으로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을 첫손에 꼽을 수 있는데, 시간 나시는 분들은 일독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와 아노 카렌의 [전염병의 문화사]라는 책도 있는데, 전염병이 인류 역사에 드리운


  그늘의 넓이와 깊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하는데 큰 도움이 될 명저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전염병 관련 서적 4권


  1.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2.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


  3.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


  4. 아노 카렌의 [전염병의 문화사] 


  ,,,는 굳이 작금의 메르스사태때문이 아니더라도 재난에 대비해 코난족이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위의 4권중 한권만을 꼽으라면 저는 개인적으로 4번 아노 카렌의 [전염병의 문화사]을 꼽겠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나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4권중 가장 재미있고, 가장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전염병의 문화사]가 개인적으로 가장 낫다는 거지 나머지 


  3권도 초A급 명저입니다). 



  [전염병의 문화사]중 우리나라의 유행성 출혈열에 관해 나온 257~258쪽의 내용을 조금 옮겨봤습니다.


  ".....서양 세계는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처음으로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만났다. 한국형 출혈열은 


  수십 년 전에 기술되었지만, 그 원인과 분포 범위는 한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어떤 학자들은 이것이 중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지역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20세기 전반에 이 바이러스는 추수기마다 한국의 농민들을 덮쳤다. 1950년대의 전쟁이라는 환경에서 이 병은 유엔


  연합군에게 다가왔다. 수천 명이 발열, 신장 손상, 출혈, 쇼크로 쓰러졌고 400명이 죽었다.


  1976년 한국인 의학자 이호왕에 의해 분리되어 <한탄강>에서 따온 이름이 붙은 이 바이러스는 만성적으로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을 통해 사람에게 닿는다.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이 바이러스가 마추포,라사, 그리고 다른 설치류 매개 


  출혈열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한 것 같다. 그러나 한탄바이러스의 발견은 아직도 진행중인 추리소설의 겨우 


  시작단계였음이 드러났다.


  한탄 바이러스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아시아와 러시아 대부분 


  지역의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이 바이러스와 그 친척들은 최소한 해마다 20만 명의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2만 명을 


  죽인다. 


  환자들의 절반은 한국과 중국에서 발생하며, 그들은 한탄 바이러스의 친척인 <서울 바이러스>에도 감염된다....."



  유행성 출혈열 관련 내용이 뒤로 계속 이어지는데 옮겨적기에 분량이 많아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재미 있는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으니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외에도 '전염병...'이라고 하면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두 명의 거인 파스퇴르와 코흐에 관해서도 이 책의 


  9장에 "콜레라와 인플루엔자의 대학살 - 세균 사냥꾼 파스퇴르와 코흐의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199~225쪽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코흐의 업적에 관해서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bs4547&logNo=220046447971


  의 "세균학의 황금시대를 연 로베르트 코흐 - 탄저균,결핵균,콜레라균의 발견"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코흐는


  이 분야에서 이룬 어마어마한 업적 외에 인품만으로도 정말 거인이라 할 정도로 훌륭한 인물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온 "미생물학의 아버지, 파스퇴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48039&cid=42064&categoryId=42064



  네이버 지식백과의 "세균학의 아버지, 코흐"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48040&cid=42064&categoryId=42064 


  도 시간 나실 때 한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현대의학,서양의학의 여러 문제점들,,항생제 남용이 불러들인 슈퍼박테리아나 여러 과잉진료,의료사고,제약회사와


  병원,의사간에 이루어지는 뒷거래 등등 아주 많은 부조리를 안고 있어 현대의학을 불신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은데 이런 부정부패나 부조리때문에 현대의학,서양의학의 성과 자체를 부정하는 건 너무 멀리 나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핵폭탄의 원리를 발견해 원자폭탄,수소폭탄 제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담고 있는 엄청난 성과까지 부정하는 거하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염병에 맞서 싸운 인류의 지난한 노력, 그 열매 덕분에 우리가 편히 숨 쉬며 80세까지 살 수 있게 된 건 인류역사


  전체에서 보자면 놀라울만큼 예외적인 축복입니다. 


  우리네 조상이 평균수명 40세를 넘기지 못한 채로 수백 만년을 살아왔던 것하고 비교하면 말입니다. 



  여러 석학들이 집필한 명저를 통해 전염병이 우리네 삶에 드리운 그늘에 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코난족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레시곤(경기퇴촌) | 작성시간 19.09.22 똘똘하면 저리되는군요
  • 작성자카레짬뽕 | 작성시간 20.02.01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축복천사 | 작성시간 22.04.1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작성자데이문(서울) | 작성시간 22.05.23 공진화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작성자밝달 | 작성시간 23.08.29 좋은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