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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모든 것은 바뀌었다!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6.24|조회수2,107 목록 댓글 28

All changed, changed utterly:

A terrible beauty is born.

"모든 것은 바뀌었다, 그리고 완전히 바뀌었다.

끔찍한 아름다움이 태어났다.“

                                           -W. B. Yeats 'Easter 1916' 中

위의 문구는 아일랜드가 낳은 세계적인 시인인 Yeats의

‘Easter 1916'에서 나오는 표현입니다.

19세기 빅토리아조의 낙관주의 틀 속에서

산업화와 탈종교로 혼탁해진 세상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Matthew Arnold나 G.M. Hopkins와 달리

Yeats는 1916년에 있었던 아일랜드 저항 운동인 '부활절 봉기‘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현대 기계 문명의 잔혹함을 보면서​

그리고 목숨을 잃고 죽어간 자신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Easter 1916'이라는 멋진 시를 남긴 것입니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서정시로 유명세를 얻은 그였지만

1차 대전의 충격, 그리고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영향을 받으며

내면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

최근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전방의 한 사병이 무장 탈영을 하는 과정에서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저 또한 과거 나름대로 짧은 군생활을 경험했기에

우리나라 군대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군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인식하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경험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한 때 탈영을 생각할 정도로 고민되는 순간이 있었고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를 뻔한 적도 있지만

일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참았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특히 구타나 폭언 같은 일시적 괴롭힘 보다는

사병들을 노예 취급하는 간부들의 저급한 행태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었습니다.

말로는 사병들간의 구타나 폭언등을 금지한다고 하면서도

계급을 통한 군대의 기강 ​확립이라는 전근대적 이상에 매여

사병들간의 부조리를 용인하고 오히려 은근히 부추기는

그런 간부들의 행태 또한 견디기 힘들더군요.​

..

제가 군 생활 할 당시 사고 및 자살로 죽는 사병수가

1년에 3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작고 큰 사고야 일상생활에서도 피할 수 없지만

죽지 않아도 될 젊은이들이 잘못된 관행에 의해 죽어가고

수십년간 그러한 관행들이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못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단지 나약한 젊은이들 탓을 할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세월호 사태에 온 국민이 분노를 했던 이유도

마찬가지 아니었겠습니까?

어쨌든 세월호 사태에 이어 탈영병 사건까지

무의미한 사건들의 우발적 발생이라고 하기엔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듯 합니다.

물론 위에서는 어떻게든 덮고자 하겠지만

회칠한 무덤처럼 썩는 냄새가 땅을 뚫고 나오는 걸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군요.

..

오늘 문창극씨가 결국 사퇴를 했습니다.

차라리 후보로 지명되지 않았다면

개인 신상에 더 좋았을텐데

이래저래 개망신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세월호 사건 이후

구원파와 거리를 두어왔던 보수 개신교가

도마 위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최근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법과 반칙들이 언론을 타며

우리나라 개신교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문창극의 수준 높은(?) Christian Paradox 기법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듯 싶습니다.ㅋㅋ

물론 본인도 억울했는지

일본의 식민지배를 미화한 자신의 말은

교회 안에서 오직 교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자신의 그 말이 결국에 다른 기독교인들도 싸잡아 비난하는

자살골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할 틈이 없었나 봅니다.

물론 그 정도 사리분별 있는 분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휘두르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청와대가 문창극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일부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돕기에 나서고

그럼에도 사태가 더 악화되자 청와대가 은근슬쩍 발을 빼고,

오직 조선일보의 도움 속에서 혼자 외롭게 버티던 문창극이

결국 사퇴를 결심함으로서 이 모든 사태는 일단락되었는데,

한 편의 흥미진진한 영화를 본듯하기도 하고

기득권들의 불편한 속내를 본의 아니게 엿보게 된 것 같아서

저 또한 속이 거북해지는 그런 경험을 하고 말았습니다.

참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기억하는 분들은

이번 한국 축구의 결과에 대해 많이 실망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포츠가 국격을 향상시킨다는 믿음은

전혀 근거가 없는 정부의 프로파간다일 뿐이지요.

예를들어 가나가 축구를 잘한다고

가나를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안계시겠지요?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로 즐기면 그만이지

거기에 애국심이 들어가면 역시 꼴이 우스워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주로 가난하고 정치적 억압이 심한 나라일수록

스포츠 마케팅에 목숨을 거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분들은 세월호 사태가 마무리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새벽부터 거리 응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차라리 우리나라가 졌으면 좋겠다고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하시던데,

축구보다 더 중요하고 급박한 사안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월드컵 16강이 사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국 일부 축구 선수들과 선수협,

그들을 CF로 기용해 돈을 버는 기업,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뒤에 숨어서

진정한 의미의 음모론들을 끊임없이 양성해 내는

일부 정치인들만 도와주는 꼴이지요.

..

지금은 월드컵에 열광할게 아니라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깊게 고민하고 반성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 나라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고

세월호 분양소 옆에서 비를 맞으며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젊은이들이들이

우리의 현실을 고민하는 젊은이들보다 더 많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겠지요?

..

지금 전 세계는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약화되는 미국의 패권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새로운 세력들..

그리고 그 혼란한 시기를 틈타 자국의 생존과 미래를 모색하는 수많은 나라들..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글로벌 경제 상황!

일례로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슬슬 미국에 등을 돌리고

일본은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는 와중에

한 쪽에서는 미패권의 강력함과 중국의 경제적 붕괴를 홍보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미 패권의 붕괴와 다극화 과정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부국강병’이라는 측면에서

100년 전보다 하등 발전한 게 없는 우리나라는

주위 강대국들의 예측불허한 이합집산에 깜짝놀라

여전히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Yeats의 시구처럼 모든 것이 변했고 변해가는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는 지금 어떠한 ‘끔찍한 아름다움’을 잉태하고 있는 것일까요?

도대체 어떤 사건이 터져야 우리 땅의 젊은이들은

현실 세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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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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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6.26 늘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논산댁님도 늘 건강하세요!!^^
  • 작성자friend(부산) | 작성시간 14.06.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6.26 friend님 반갑습니다~~^^
  • 작성자암흑속의안식 | 작성시간 14.07.02 우리나라는 끝났습니다.
  • 작성자탄소중독화성인 | 작성시간 14.10.15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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