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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고르디오스의 매듭!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7.08|조회수565 목록 댓글 14

 

 

최근 옛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연락이 끊긴지 거의 15년 만인 것 같군요.

젊은 시절 첫 직장에서 같이 고생한 친구다보니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연락이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더군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5년 전으로 돌아간 듯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이 친구가 지금은 서울 모대학의 입학처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쪽으로 이야기가 흐르게 되었고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 특히 정부 정책의 문제 등을 얘기하다가

재미나게도 ‘지역’ 문제로 이야기가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

제가 예전에도 몇 번 교육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제가 사는 지역이 과거 나름 버블 세븐에도 들었던 지역이라

학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근거 없는 자부심이 매우 대단합니다.

인구가 100만에 근접하는데다가 인근 지역과 달리 비평준화 지역이라

학부모들의 학구열이 서울의 왠만한 지역을 초월한다고 알고 있지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 들은 우리 지역의 입시 실상은 초라하다 못해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름 실상(?)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 조차도

대화를 나누는 내내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되물을 정도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입시에서 ‘지역’의 한계가 생각보다 무척 크더군요.

아마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클겁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입시는

일본 입시를 베이스로 미국식 입시가 가미되어 가는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흔히 말하는 강남3구나 명문특목고들은

미국식 입시에 포인트를 두고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반면

지방 아이들은 여전히 일본식 입시를 베이스로 준비를 시키니

시간이 지날수록 빈부의 격차에 따른 학생들의 아웃풋 격차도 커지는 것이지요.

물론 언론에서는 이 두 가지를 다 언급하긴 하는데,

아마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모양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학력고사 수석은 지방 아이들의 몫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분명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공식적으로 끝난듯 싶습니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인생이 남들보다 성공적일 것이라 보장할 수 없고

남들보다 성공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더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정보’ 격차가 가져오는 삶의 질의 양극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단지 입시 문제를 말씀드리려고 입시 문제를 꺼낸 것은 아니란 말씀이지요..)

..

사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정보화’시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쓰잘데기 없는 data가 넘쳐나는 시대인 것이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짜 ‘정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봐야겠지요.

왜냐하면 어떠한 정보든지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각자의 필터링을 거쳐야 하고

그 기본적인 필터링 소양을 갖추는 것이 단기에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른 결과를 역시 스스로 분석하기 보다는

전문가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쉽게 의지하기 마련이고

그 결과 그 전문가들에게 뒤통수 맞고 인생 종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보면 투자도 그렇고 종교도 그렇고,

결국 평생 노력해서 남 좋은 일만하다 인생을 종치게 되니,

뭐 본인들은 일생을 나름 베풀며 잘 살았다 자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과연 자식들 생각은 어떠할지?

물론 자식들도 똑같이 세상 이치에 어둡다면 더 할 말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

정보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요즘처럼 스펙타클하게 지나가는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 일본의 군국주의화,

빠르게 악화되는 중동 상황 등등..

제가 꽤 오래전부터 미국의 단일패권 약화와

그에 따른 달러 패권 붕괴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그 그림을 최근 시진핑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 일반 언론에서도 다룰 정도가 되었으니

나름 감회가 새롭다고나 할까요?

물론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져 북핵 문제만 강조했지만

시진핑이 우리에게 확답을 원한 것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 등 전혀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40708010004909

어쨌든 나름 강하게 자신의 의도를 어필한 시진핑과

적절한 선에서 화답의 제스추어를 보여준 박근혜의 그림이

미국이 보기엔 썩 좋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미국 단일 패권을 강조하는 애국세력과

미국의 패권을 약화시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다극화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고 볼 때,

이미 대세는 다극화 세력 손으로 완전히 넘어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

다들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단일 패권이 약화되면

그 다음은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리기 마련입니다.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에서 일생을 진시황에 대한 복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자객 무명(이연결)이 진시황의 목을 내려칠 수 있는 천우일회의 기회를

자기 스스로 내려놓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스스로 서는 연습을 하지 않고

감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감만 받아먹은 나라들은

다극화 시대에 더욱 혹독한 시련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운이 정말 좋다면 혼란의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 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요?

이제 중동은 물론, 동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무대 조건은 다 마련되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패권 이동과 재구성의 과정이

하드랜딩이냐 소프트랜딩이냐의 문제만 남은 것이지요.

다극화를 주도하는 세력이 EMP나 거대 테러과 같은 충격 요법을 사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이고,

반대로 70억 인구가 공생을 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우려하는 갑작스런 충격과 공포는 없겠지만

역시 모든 문제가 천천히 악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제 머리 속에서는 왜 자꾸 나오미 클레인의 '쇼크 독트린'이 떠오르는 걸까요?)

그나저나 왜 하필 경제, 에너지, 환경 문제가 얽히고 설켜

고르디오스의 매듭처럼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는 구질서의 붕괴라는

현대 문명 최대의 난국에 처하게 되었을까요?

과연 고르디오스 매듭을 단칼에 자를

21세기의 알렉산더가 나올 것이냐?

그리하여 그가 종국에 미녀를 차지하고​

세상은 또 다른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냐?

아니면 전 세계는 점차 혼란의 심연 속으로

다 함께 빠져들 것이냐?

결국 그것이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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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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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이성환(서울) | 작성시간 14.07.10 비빔밥(경기) 슬프네요..
  • 작성자레프트사이드(서울) | 작성시간 14.07.09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09 레프트사이드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열공하자 | 작성시간 14.07.1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무서비 | 작성시간 14.07.15 좋운글 감사합니다. 카페에서 처음읽은글인데 유익하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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