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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정부의 예능프로 따라하기!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7.26|조회수771 목록 댓글 13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우민화 정책은

교육과 미디어의 짝짜꿍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예능프로의 경우

그 폐해가 다른 프로들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바보들이 나와서 바보짓 하는 것을 보다보면

보는 사람도 자연스레 바보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능의 원래 의도가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를 위한 억지 설정쯤은 그냥 눈감아 주는 것이

같이 바보가 되어가는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기본적 미덕이지요.

즉, 예능에는 엄밀한 논리와 정합성,

엄격한 사건의 개연성이 그다지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한 논리적 정합성의 부족이나 개연성의 부족은

즐거움과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은 정도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정부 관료들이 예능 프로에 너무 탐닉했는지,

아니면 기본적인 치밀함과 논리가 부족한 탓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능 프로를 따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유병언 검거 작전은

“숨은 유병언 찾기!” 식의 예능 프로가 되어 버렸는데,

덕분에 검찰과 경찰은 이 예능 프로의 출연진이 되어버렸고

스스로를 바보짓을 하는 개그맨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식상한 70년대식 조작질을 일삼다가

원래 의도와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의 코드가 터져버려

유치찬란한 개그 프로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

우리는 이번 유병언 시신 발견 사건에서

너무 많은 억지 주장과 여러 오류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과학적 엄밀함을 앞세운 국과수에서 믿으라니 믿어야겠지요?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의 시신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병언의 시신 여부를 떠나서

어설픈 대처로 인해 국과수의 권위마져 무너져 버린다면

(이미 과거에 전례가 있기는 합니다만,)

대한민국에서 믿고 의지할 곳은 더 이상 없다고 봐야겠지요.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과연 경찰과 검찰이

우리 국민들 수준을 정말 미개하다고 보는 건 아닌지?

아니면 대충 덮고 넘어가면 의혹이 만개하여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덮여질 것이라고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

19세기 이후 서구 문명의 급성장이

17세기 과학의 탄생과 맞물려 있고

17세기 과학의 탄생은 오래전 희랍인들의

논리의 발명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할 때,

21세기 우리정부의 논리구성 수준은

2500년 전 희랍 수준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현실인 것입니다.

일단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만 봐도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정부 발표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더욱 더 앞뒤가 맞지 않지요.

언론에 발표된 유병언 시신의 상태는

우리의 경험에 의거한 일반적인 상식은 물론

논리적 이해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논리적 기준의 첫 단계인

‘직관적 경험과 일치’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

시신이 저렇게 빨리 백골이 될 수 있나? 하는

매우 상식적인 부분이지요.)

유병언 시신을 둘러싼 많은 주장들의

‘내적 논리의 일관성’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인 논리의 단계에 들어가서 분석해 볼 때,

우리의 경험과 광범위 하게 일치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경험과 '심한 부조화'를 일으킵니다.

또한 논리적 근거 사이에 '정합성(coherence)'이 없으며

법의학에 의거한 설득력있는 '방법론적 결론'도 없습니다.

즉, 한 마디로 짜깁기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거죠!

사실 처음부터 정부의 발표에는 그럴듯한 논리 따위는 없었고

그저 유전자 감식이라는 과학적 방법의 최종 결과이니

무조건 믿으라는 윽박만 있었지요.

예를 들어 ‘시신이 그렇게 빨리 썩을 수 없다!’

‘죽은 시신의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다!’

‘한눈에 봐도 시신의 신장이 유병언 보다 커 보인다!’

‘잘린 손가락 마디가 실제 유병언 손가락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이 시신 발견 시기가 세월호 사태 이전이라고 했다!’ 등등

수많은 의혹들은 비과학적인 주관적 경험에 바탕한 의견임으로

진지하게 고려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앞서 잠깐 언급한 논리적 도식(scheme)의 역할은

개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명제들을

하나의 전체적인 관념들의 체계 속에 넣어

관념들의 관련된 상호적인 타당성을

서로 입증하도록 유도하여

서로를 명료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병언 시신을 둘러싼 정부의 주장과

그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여러 논리들은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반증하고 있으며

끊임없는 의혹을 재생산해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A는 B다!’라는 명제 분석의 기본은

일단 A 자체에 대한 분석,

그리고 B 자체에 대한 분석,

끝으로 A와 B의 일치과정 자체에 대한 분석의 순서로 이루어지며

그 분석의 과정에 경험과의 정합적 일치에 문제가 있다면

이 명제는 ‘사실’이라고 말할 근거가 빈약해 지는 것입니다.

과거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엄밀한 논리적 기준을

오히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여

연역적인 사고에 몰두한 경향이 있었고

이러한 희랍인들의 문제를 잘 인식한 근대 과학자들조차

실제 경험적 사실과 일치하는 명제의 발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경험과 일치하는 귀납적 이해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명제 분석 과정에서 끊임없는 오류를 저질러 왔던 것입니다.

즉, 자신의 방법론에 매몰되어 자신의 한계는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방법론의 한계만을 인식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과학자들의 오류는 일방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

이는 과학자들의 나태함이나 윤리 부족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인간의 능력으로 세상에 대한 온전한 형이상학적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즉, 인간의 지적 한계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국과수의 발표는

유전자 감식이라는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했을지 모르나

사건의 전후 관계를 따져봐야할 기본적인 책무를 무시한

나태함과 윤리 의식, 책임감 부족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시신이 유병언이 맞다!’라는 주장에서 가장 큰 잠재적 오류는

국과수가 유병언의 확실한 DNA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국과수는 유병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지와 면봉에서 채취한 유전자가 100% 유병언 것이라는

판단하에서 시신과 대조를 한 것이지요.

(물론 그 논리적 비약이 결과적으로 사실일 수는 있습니다.)

이 논리적 비약을 바탕으로 모든 조사가 이루어졌고,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과학적 결과 하나를 놓고

모든 의혹을 끼워 맞추는 억지 수사를 하다보니

이것저것 서로 틀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국과수는 자신들의 의무가

제시된 유전자의 일치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무책임한 국과수라면, 글쎄요??

만약 나중에 혹시라도 유병언이 생존해 있음이 밝혀져

희대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면

이제 누가 국과수의 분석을 믿을 것이며

누가 국과수의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재판 결과에

승복을 하겠습니까?

만약 이번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 하더라도

국민들 마음속에 싹튼 의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더욱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권위뿐만이 아닙니다.

경찰, 검찰, 국과수에 이르기 까지 모든 공권력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그 공권력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주체가

바로 공권력 자체의 무능과 비양심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왜 도대체 그렇게 숨기는 게 많은 걸까요?

..

이제 오히려 국민들이 '유병언 시신'이 진실이기를 바라야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신뢰란 쌓기는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인 만큼

그간 누적되온 현정부에 대한 실망이

세월호와 유병언 관련 사건들을 통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됐건 무능하고 비윤리적인 정부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대다수 국민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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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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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코난(경기) | 작성시간 14.07.27 우리나라는 주말만 되면 예능 프로 천지지요 그런데 독일로 간 사람들이 놀라는건 tv마다 순 토론프로그램 천지라고하더군요 처음엔 저런 재미없는 토론프로그램을 뭐하러 저리 많이 방송하나 싶었다는데 나중에 독일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합리성과 냉철함등이 저런곳에서 기인했음을 알게되었답니다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07 맞습니다.. 유럽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유럽 선진국 사람들은 단지 경제적으로만 잘 사는게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가 많이 발전했는데, 그러다보니 진지한 토론 문화나 학습 문화가 없습니다. 유럽에 가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자신에 관심사에 맞는 엄마들과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책을 읽고 토론을 합니다. 신문을 읽는 건 기본이고 정치 문제에게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애들 학교보내고 카페에 나와 쓰잘데기 없는 연얘인 얘기나 하며 시간 때우는 분위기지요.. 남자들은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리고 밤에는 떡이 되도록 술마시고요.
  • 작성자friend(부산) | 작성시간 14.07.28 정말 유치한 짓들이 너무 태연하게 자행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있는지
    그저 우려스러울 따름입니다...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정답조아(울산) | 작성시간 14.07.28 동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07 밤이 깊을 수록 새벽이 다가온다고 하지만 새벽이 오기는 커녕 계속 어둠만 깊어질까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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