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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유치원 아빠캠프를 다녀와서..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9.29|조회수733 목록 댓글 12

아침에 가을을 알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군요.

비가 그치고 나면 많이 쌀쌀해 진다고 하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다행히 주말에는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저는 둘째 아이 유치원에 아빠 캠프가 있어서 거기 다녀왔습니다.

집사람이 한 달 전부터 하도 잔소리를 해서

그날 하루만은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실 제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는 편이라

평소 집사람 불만이 상당히 많은 편이거든요..ㅠ)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행사는 쉴 틈 없이 빡빡하게 진행이 되었고

쉬어야 될 주말을 아이들에게 완전히 빼앗긴 아버지들은

오후가 되자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선생님들은

도대체 지친 기색이 전혀 없더군요.

힘들만도 하고 짜증이 날만도 한데,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항상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교육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행위라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호응해주고 격려해주고 같이 웃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그런데 문제는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갑자기 엄격한 '공무원' 선생님과 대면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받는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실수를 해도 웃어주며 상냥하게 아이 관점에서 봐주던 선생님들이

갑자기 규율과 틀을 강조하며 아이를 채근하기 시작하니

어린 아이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지요.

저의 경우 첫째 아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1학년 때는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지만

2학년 때는 대놓고 수업을 거부하는 유령(?) 선생님을 만나

저와 집사람이 맘 고생을 많이 했고,

3학년 때는 엄마들 사이에서 늙은 여우로 불리는 교사를 만나

봉투 들고 찾아가기만 몇 차례,

그러나 집사람 말을 들어보니

정말 답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더 웃긴 것은 수업을 거부하는 교사를 만나도

아이들을 대놓고 차별하거나 괴롭히는 교사를 만나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독한 맘 먹고 교사 옷벗길 각오로 덤벼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아이가 볼모로 잡혀있는고로 그 또한 쉽지 않지요.

2학년 때는 같은 반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수차례 학교에도 찾아가고 교장 면담도 했으나

수업 거부하는 교사가 배 째라 식으로 나오니

결국 아무런 진척도 없더군요.

결국 교감 선생님이 대신 들어와 수업을 하고

담임은 옆 자기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하고..

과연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배울까 생각해 보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교육이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돈을 좀 더 들여서라도

사립 초등학교를 보냈어야 하는 게 아니었는지

때늦은 늦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일단 첫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둘 째의 경우는

인근의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만,

이 또한 추첨인지라 합격할 확률은 매우 낮더군요.)

..​

이미 자녀를 중고등학교에 보내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무원 교사들과 공립학교의 문제는

더욱 더 커진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사립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의 경우에도

후에 공립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적응하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 많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경우 초, , 고를 모두

비싼 사립을 보내지 않는 한 답이 없는 것이지요.

이리저리 머리를 돌려다 보니

결국 홈스쿨링과 조기 유학이 현실적인 옵션으로 남더군요.

사실 제 조카들도 모두 외국에서 학교를 나왔고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0대를

한국의 공립학교에서 낭비하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유학을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집사람과 여러차례 논의해 봤지만,

집사람이 조기 유학은 완강히 반대하는 고로

고등학교 때 학교를 안보내고 홈스쿨링을 시키는 정도로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사실 7~8년 전쯤 가족들과 협의하여 이민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변수로 인해 이민을 접고 난 후

최근까지 이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민 외에는 답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적인 생각이 종종 들곤 하더군요.

또 집사람이 둘째를 임신했을 때

미국에 사는 누님이 저희 둘째가 아들인 것을 아시고

무조건 미국에 와서 출산하라고 권하셨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여

누님의 제안을 거부했던 것이 잠시 후회가 되더군요.

..​

물론 무조건 떠나는 게 답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란 사람이

세월호 사태에 대해 남일 얘기하듯 말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과연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인지,

핸드폰을 하나 살 때도 혹시나 바가지 쓰는 게 아닌지

노심초사해야 되는 삶의 환경을 생각해 볼 때,

굳이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 필요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친일파의 후손들이

여전히 나라를 통째로 말아 드시고 계신 상황에서

그리고 인터넷에 글을 쓸 때조차도

자기검열을 해야 되는 이런 참담한 환경에서

굳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심히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욕하는 독재자들과 부패한 고위공직자들의 추하고 부패한 모습들을

우리의 가까운 이웃들의 모습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 자괴감은

더욱 더 견디기 어렵더군요.

..​

그나마 지난 주말 아이 유치원 행사에서

유치원 선생님들의 맑고 열정적인 눈동자를 통해

나름의 위안과 희망을 얻게 되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혹시 못된 유치원 이사장이나 원장의 횡포에 의한

만들어진 미소와 열정은 아니었겠지요??

설마?

아닐 겁니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투철한 직업의식이 없다면

그런 열정은 결코 나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아빠 캠프에 갔다 와서

그 젊은 유치원 교사들의 열정이 우리나라 곳곳으로

전염되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습니다.

 

P.S.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에게

제 글이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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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0.06 맞습니다.. 아직 세상을 알기에는 어린 나이들인거죠.
    두 달 전쯤 어린이 대공원을 갔었는데 어린 대학생들이 더운 날 밖에 나와서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하더군요.
    저라면 돈을 준다 하더라도 힘들어서 못할텐데 하루종일 아이들을 위해 웃으며 큰 목소리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참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은 노력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고 나면 세상에 대한 관점도 바뀌겠지요..
    과거에 제가 그랬던 것 처럼요..
  • 작성자코난.카페장(경기) | 작성시간 14.09.30 이번 서울 세이프서울 행사하면서 많은 어린이집 유치원집 교사와 애들이 왔었습니다 천방지축으로 뛰노는 아이들 데리고 인솔하는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하는게 보이더군요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0.06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니 유치원 교사와 학교 교사는 정말이지 천지 차이더군요.
    아무런 열정없는 교사들과 책임감 없는 학교에 과연 어린 아이를 맡기는 것이 맞는지 회의가 들었습니다.ㅠ
  • 작성자논산댁 | 작성시간 14.10.02 비빔밥님.. 글..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ㅎㅎ
    혹시 제가 못읽은게 있나 해서..
    거의 한달 가까이 딸기 모 심고,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저도 같은 고민입니다. 저희도 비슷하게 초등까지만.. 어떻게 라고 생각중입니다.
    능력이 안되서 유학이나 이민은 어렵고 ^^..
    건강 유지하시며... 평안히 보내십시오.. 글구 전 셋입니다. 위로 받으십시오. ㅎㅎ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0.06 바쁜 시간을 보내셨군요.
    하지만 늘 자연과 함께 하시는 삶을 사시니 부러울 뿐입니다..^^
    제 주위에도 자녀를 셋 둔 부부들이 있는데 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도 저희 집사람은 늦둥이로 셋째를 갖자고 했지만 저는 셋째 생기면 가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랍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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